[MT시평]무역전쟁 제2탄, 금융전쟁

장보형 경제평론가 2025. 5. 12. 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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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보형 경제평론가

트럼프발 관세폭탄만으로도 어지러운데 또 다른 전쟁의 기운이 가세했다. 이번에는 달러가 무기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측 주장에 따르면 미국의 글로벌 헤게모니가 오히려 달러강세를 통해 막대한 무역적자와 제조업 일자리 상실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관세폭탄을 저울질하면서 동시에 달러약세를 사실상 강요한다.

이른바 '마러라고협약'(Mar-a-Lago accord)의 가능성에 세간의 관심이 모인다. 트럼프의 플로리다 별장 이름을 딴 이 협약은 1985년 뉴욕의 플라자호텔에서 주요국이 달러화 가치 조정에 합의한 플라자협약에 빗댄 것이다. 당시 부상하던 독일과 일본을 상대로 미국은 무역적자를 축소하기 위해 달러약세를 밀어붙였다. 이번에도 트럼프가 주요국들을 상대로 막대한 관세폭탄을 빌미로 달러약세를 압박할 것이란 관측이 많다. 물론 마냥 달러약세는 아니고 달러특권은 유지해야 한다는 단서가 붙는다.

어떻게? 달러특권엔 국제적 안전자산, 혹은 준비통화(외환보유액) 역할이 있다. 마러라고협약의 가능성을 주시하는 논자들은 안전자산의 대명사인 미국 국채를 무이자의 영구채로 전환하는 방안에 주목한다. 외국인의 국채투자를 이자 없이 무기한 유치해 미국의 재정적자를 줄이고 달러의 안전자산 지위를 유지하려는 계획이다. 혹은 미국 금융자산 투자에 거래세를 거둘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이 경우 미국 국채나 금융자산에 딱히 투자할 이유가 없다. 따라서 트럼프 측은 관세인하나 안보보장과 같은 지렛대를 덧붙인다. 달러문제가 무역 및 안보와 맞물려 전개되는 것이다. 또 하나 중요한 지렛대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달러 통화스와프다. 즉, 만기상환 없는 영구채 투자로 달러 유동성이 떨어지는 문제를 연준의 달러대출 보장으로 메우는 방안이다. 사실 글로벌 금융위기 등 대다수 위기는 달러 유동성 부족이 주요 기폭제였고 연준의 통화스와프가 그 해결사로 등장하곤 했다.

연준에 '글로벌 최종 대부자'라는 호칭이 붙은 것도 이런 연유다. 문제는 이 막강한 위력이 도리어 치명적 무기로 전환될 수 있다는 점이다. 제롬 파월 의장 휘하의 연준은 전혀 그럴 생각이 없지만 파월의 임기가 내년 6월까지라는 점을 감안하면 미국의 패권적 이해를 위한 무기로 동원될 위험을 배제하기 어렵다. 따라서 유럽 등 세계 각국도 억지로 영구채를 떠안기보다 연준 통화스와프를 넘어설 대안을 찾느라 분주하다.

여기서 정작 우리나라를 포함해 연준의 통화스와프 대상국 14개국(상설 5개국, 한시 9개국)의 외환보유액이 관심을 끈다. 그 규모만 2021년 말 기준으로 1조9000억달러에 이른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총 인출된 연준 통화스와프 규모(5890억달러)의 3배, 코로나19 위기 중 최대 인출액(4490억달러)의 4배를 넘는다. 이런 종자돈을 국제적으로 공조해서 쓸 수 있다면 연준 통화스와프에 대한 의존성을 넘어설 수 있다.

물론 통화스와프의 무제한적 속성, 또 외환보유액의 신속한 회수 가능성 등은 여전히 난제지만 연준의 지원이 없는 세상을 염두에 둔다면 마냥 피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금융전쟁이 어떻게 전개되고 또 그 함의는 어떨지 깊은 고민과 대비가 필요하다

장보형 경제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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