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제 정세는 北 바라는 대로, 우리 대선에선 ‘북핵’ 실종

북한 김정은이 9일 주북 러시아 대사관을 찾아가 “우크라이나 괴뢰들이 핵 대국(러시아)의 영토에 대한 군사적 행동을 노골화하는 것을 그대로 방치해 둔다면 (중략) 서울의 군대도 무모한 용감성을 따라 키울 수 있다”고 말했다. 핵 없는 한국이 핵 있는 북한에 무모하게 덤벼들까 봐 러시아에 북한군을 파병했다는 듯한 얘기다. 북한은 러시아에 포탄 등을 제공한 대가로 러시아제 첨단 방공 장비도 지원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북한군 파병도, 북·러 간 무기 이전도 모두 ‘북한과 일체의 군사적 협력을 금지한다’고 규정한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이지만 북한은 오히려 이를 남북 관계와 연관 지어 정당화하고 있다.
지금의 국제 정세는 이런 북한의 행태에 전혀 제동을 걸지 못할 만큼 혼란스럽다. 지난 8일 러시아 전승절을 계기로 만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관련국들이) 북한에 대한 일방적인 강압적 조치와 무력 압박을 포기”해야 한다는 공동성명을 냈다. 북한의 비핵화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없이, 대북 제재 해제만 주장한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취임 후 북한을 “핵 국가”로 부르면서 김정은과의 소통을 강조해 왔다. 중·러의 지지와 미국의 침묵 속에 김정은은 “핵전력 강화”를 외치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 돌아가면 가장 긴장해야 할 나라는 당연히 핵을 가진 북한을 핵 없이 상대해야 하는 한국일 것이다. 북한의 핵 위협 억지와 비핵화에 국가의 명운이 걸려 있는 나라는 우리뿐이다. 그러나 우리 대선 현장에서도 ‘북핵’은 실종된 것이나 다름없다. 북한 비핵화를 위한 구체적 로드맵 제시나 현 국제 정세에 대한 심도 있는 토론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는 북한이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8일 “도발은 명백한 오판”이라고 미사일 발사를 규탄하며 “중단된 북미 회담은 다시 재개돼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북한의 핵 위협에 어떻게 대응할지, 북한 비핵화를 위해 우리 나름대로 무엇을 해야 할지는 언급이 없었다.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 후보는 9일 “북한의 핵 위협이 더 가중되면 전술핵 재배치 또는 나토식 핵 공유를 미국과 검토”하고 “핵추진 잠수함을 개발하겠다”는 공약을 제시했다. 아무 대안이 없는 것보다는 낫지만, 모두 미국이 난색을 표한 적 있는 방안들이다. 이래도 괜찮은 것인지, 우려스러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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