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후보 교체 새벽 날치기… 정당사에 남을 ‘졸렬한’ 정치공작극

첫째, 심야에 이뤄진 후보 공고 과정 자체가 비정상적이었다. 당은 이날 새벽 2시 반에 홈페이지에 새 후보 등록 공고를 낸 뒤 새벽 3시부터 딱 1시간 동안만 신청을 받았다. 또 가족관계증명서 등 32건이나 되는 서류를 내도록 했다. 한 전 총리 맞춤형 후보 공고였던 셈이다. 경선 2위 후보 등 다른 후보의 등록을 막기 위해 한 전 총리와 당이 짬짜미를 했다고 볼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당규엔 후보 등록 신청 시간이 오전 9시∼오후 5시로 돼 있는데, 이 규정도 무시했다.
둘째, 후보 공고에 앞서 진행된 자격 박탈도 민주적 절차와 거리가 멀었다. 의원총회에 참석한 의원 60여 명의 위임을 받은 비대위가 전권을 행사했다. 권영세 비대위원장 등 친윤 지도부는 “상당한 사유가 있을 때”라는 당헌을 근거로 내세워 자격 박탈을 정당화했지만 상당한 사유가 뭔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사실상 단일화 협상 불발이란 쌍방의 정치적 책임을 명분으로 김 후보의 자격을 박탈한 것이다. 서울남부지법의 가처분 담당 재판장도 대선후보 최소 규정이 당헌에 없어 보인다는 취지로 말했다.
셋째, 한 전 총리로의 후보 교체에 대한 ARS 조사는 결국 부결됐지만, 이런 식의 조사가 과거 한 번이라도 있었는지 의문이다. 단일화 상대방인 김 후보 이름은 전혀 등장하지 않은 채 ‘한덕수 후보로의 변경에 찬성하십니까’ ‘한덕수 후보자로 변경하여 지명하는 것에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등을 물었다. 한덕수, 변경, 찬성 등 가결을 유도하려는 듯한 표현을 반복 주입한 것이다.
넷째, 대통령 파면 이후 경선 내내 당 지도부는 한 전 총리 대선 출마, 단일화론을 띄웠다. 이후 김 후보가 선출된 직후 그날부터 단일화를 압박했다. 한 전 총리에게 부전승 혜택을 주는 단일화 구상을 친윤 지도부가 시종일관 밀어붙여 온 셈이다.
한 전 총리 대선 후보 추대는 불발됐지만 대체 누가 왜 이를 기획하고 무리수를 두면서까지 강행하려 했는지 밝혀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권영세-권성동 등 이른바 ‘쌍권’ 지도부가 기획한 건지, 실행한 건지, 다른 ‘보이지 않는 손들’이 있었던 건지 규명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한동훈 전 대표는 “친윤들이 아직도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에게 끌려다닌다”고 했고, 안철수 의원은 “윤 전 대통령은 당을 떠나라”고 했다. 이번 사태는 적당히 넘어갈 해프닝이 아니다. 국민의힘이 환골탈태하려면 철저한 진상 규명과 함께 관련자들에 대해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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