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 들려주는 시를 본 적이 있나요?

하영란 기자 2025. 5. 11. 2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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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창] 김도형 사진가
'풍경이 마음에게' 양산 사진전
시적 순간 포착 정서, 어조 담아
말 걸고 마음 문 열고 들어와
김도형 작가

'풍경이 마음에게' 김도형 사진전이 양산부산대학병원 중앙진료동 1층 입원안내센터 내 '피누인갤러리'에서 지난 1일부터 다음 달 30일까지 열린다. '사진은 시와 소설 중에 시에 가까워야 된다'는 것이 김도형 사진작가의 생각이다.

김도형 작가의 이번 전시 사진은 김작가의 의도에 맞게 작품 자체가 바로 시다. 시가 되는 순간을 포착했다. 사진명은 년도와 장소의 이름을 달고 있다.

지난 9일 오전 비를 뚫고 양산부산대학병원에서 열리는 사진전을 찾아갔다. 김도형 사진작가는 SNS에서 워낙 유명해서 작품들을 이미 스마트폰으로 많이 봤다. 김작가의 사진작품을 실물을 직접 볼 수 있다는 설레는 마음을 안고 찾아갔다. 사진은 기대 이상이었다. 피누인갤러리를 들어서는 순간 한편의 시적 순간들이 작품이 되어 걸려있었다. 역시 김도형 사진작가였다.

멋지고 아름다운 순간만을 포착한 것이 아닌 정서와 어조가 담겨있었다. 순간의 영원성이 말을 걸어오고 이야기가 펼쳐졌다. 시의 순간을 포착하는 능력이 놀라웠다. 주로 흑백사진이고 컬러사진은 몇 점뿐이다.
강릉 안반데기

아쉬운 점이 딱 한 가지가 있었다. 그것을 그 자리에서 김작가를 바로 만날 수 없었다는 것이다. 작품에 대해 더 많이 듣고 싶어서 연락을 따로 취해서 사진과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더 들어봤다.

김작가는 현재 32년간의 신문사 사진기자 생활을 마감하고 2022년 가을 서울 종로구 통인시장 내에 '통인시장흑백사진관' 이라는 간판을 건 사진관을 열었다. 국내외 관광객이 많이 찾는 서울 한복판 오래된 재래시장인 만큼 레트로 향수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흑백전문 사진관이다. 서울신문사 재직 시절 자매지 스포츠서울 Queen TV가이드에서 연예인을 찍은 경험을 녹여 일반인을 배우처럼 찍어주고 있다.

사진을 찍을 때 중요시 하는 것은

나의 사진 철학은 인생철학과 다르지 않다. 인생을 살아오면서 만난 사람들이 나를 오래 기억해 주길 바란다. 사진 역시 마찬가지다. 마음에 잔상이 오래가는 사진, 눈으로 보고 돌아서서 마음으로 한 번 더 보게 하는 사진을 찍으려 노력한다. 사람이나 사진이나 쉽게 잊히면 좋은 사람이나 좋은 작품이 아닌 것과 마찬가지다.
강화도 창후항 입구

김도형작가 사진에는 시의 냄새가 난다. 일반 풍경이 아니라 정서가 담겨있다. 사진을 보는 순간 시의 구절이 떠오른다. 특별한 이유가 있는가?

직유법과 은유법은 시를 쓰는 장치다. 내 사진을 굳이 시에 비유하자면 은유법에 가깝다. 대표적인 직유 사진은 캘린더 사진을 예로 들 수 있다. 캘린더 풍경 사진은 첫눈에 찍은 이의 의도를 파악할 수 있다. 계절감을 보여주는 것이 제일의 가치인 캘린더 풍경 사진의 감상에는 많은 사색이 필요 없다. 반면에 은유적인 사진은 눈보다는 마음으로 감상하게 한다. 작가 자신이 너무 많은 사진의 해석을 감상자에게 던져 주면 안 된다. 감상자가 느끼는 대로 감상케 해야 된다. 은유적 사진은 직유적 사진보다 몇 곱절 표현하기 어렵다. 나는 아직도 노력 중이다.

사진과 삶은 어떤 관계를 이루고 있는가?

초등학교 6학년 때 이웃집에서 빌려 본 쥘 베른의 소설 '15 소년 표류기'가 사진이 내게로 온 시발점이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책에는 주인공 브리앙이 표류되어 당도한 섬의 가장 높은 곳에 올라 망원경을 길게 뽑아 섬을 관찰하는 삽화가 있다. 그런 망원경이 너무 갖고 싶어 소년중앙에 광고로 나온 비슷한 망원경을 샀다. 달의 분화구까지 보이는 성능 좋은 망원경이었다. 그때 렌즈 몇 개의 조합으로 눈으로는 볼 수 없는 미지의 세계를 보여주는 광학의 능력에 매료됐다.
파주 적성면 들판

고등학생이 되어서는 광학의 관심이 카메라로 옮겨갔다. 카메라를 장만한 직후부터 풍경사진을 찍었다. 결국 대학에서 사진학을 전공하고 졸업 후 서울신문사 사진기자로 입사했다. 내게 사진은 직업이자 취미였다. 직업이자 취미인 사진을 한평생 해오며, 앞으로도 해가며 살 수 있는 인생이라 행복하다.

작품 '강릉 안반데기'에 대한 에피소드가 있으면 들려달라.

해발 800미터 국내 최대의 고랭지 배추밭 강릉 안반데기는 내가 좋아하는 출사지다. 어느 해 초겨울 들렀을 때 날씨가 흐려있었다. 오늘 촬영은 글렀구나 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눈이 쏟아졌다. 더 나아가 동쪽의 구름이 트이더니 아침 햇살이 비쳤다. 사진작가 경력 40년에 그런 광경은 처음이었다. 장비를 준비하고 한 커트 찍으려는데 소형트럭 한 대가 빠른 속도로 내게 다가왔다. 안반데기 마을의 이장이라고 본인을 소개한 사람은 눈이 쌓이기 시작하면 못 내려가니 지금 빨리 하산하라고 했다. 40년 만에 한 번 만날까 말까 한 장면을 뒤로 하고 허겁지겁 산을 내려왔다. 무사히 하산하고 차에서 내려 한숨 돌리고 있는데 산어귀의 마을에 운치 있는 창고가 있었다. 때마침 눈까지 내려 좋은 장면이 연출되고 있었다. 안반데기에서 사진을 찍지 못한 것에 대한 하늘의 보상인 듯했다.
고성 

김도형 사진작가 프로필

1985, 경성대학교 사진학과 입학

1990, 경성대학교 사진학과 졸업

1990, 서울신문사 사진부 입사

2021, 첫 번째 에세이 '망원경을 가지고 싶어한 아이' 발간

2022, 두 번째 에세이 '저기 가려리 가는 버스 온다' 발간

2021, 메리츠화재 2021년도 캘린더 풍경사진 제공 사진작가 선정

2018-2025, 개인사진전 '풍경이마음에게' 6회 개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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