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을 위한 정치인이 필요해 [삶과 문화]

“로마야 보고 싶어. 잘 자. 사랑해.”
나의 반려견 '로마'는 작년 이맘때 긴 여행을 떠났지만, 나는 지금도 종종 자기 전 혼자 인사를 하고 잠든다. 그러다 눈물이 주르륵 흐르기도, 때로 펑펑 울기도 한다. 로마는 떠났지만, 로마와 내가 나눈 따뜻한 시간들을 잊을 수 없다. 반려인이라면 누구나 경험하는 조건 없는 사랑을 나 역시 로마와 주고받았다. 참으로 충만한 시간이었다.
무엇보다 로마는 내게 새로운 세상을 안겨줬다. 로마를 만나고 자연스레 로마의 시선으로 세상을 보게 되었다. 인간에게도 위험한 세상이지만, 동물에게는 더욱 불친절하고 위험한 세상이었다. 언제나 차들이 쌩쌩 달리고, 보호자를 잃어버리는 날에는 어디로 잡혀가 어떤 운명을 맞이할지 모른다. 로마의 눈으로 세상을 보자 자연스레 로마와 다른 종의 동물들의 삶도 눈에 들어왔다. 그렇게 조금씩 나의 세계는 인간 종뿐 아니라 다른 동물들도 함께하는 곳으로 확장됐고, 변호사로서 법을 바라보는 시선 또한 인간을 넘어서서 이 세계에 함께 사는 다른 존재들을 고려하는 태도로 바뀌었다.

이러한 시선으로 우리 법을 바라보면 암담하다.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라는 상식적 선언조차 법에 들어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동물보호법이 제정되어 동물학대 행위를 처벌할 수 있게 되었지만, 경찰을 움직이게 하기란 하늘의 별 따기다. 겨우 기소가 되더라도 납득하기 어려운 솜방망이 처벌이 내려진다. ‘반려동물’이 아닌 동물들은 더 참담하다. 좁은 사육틀에 갇혀 사는 돼지들은 자신의 잘못이 아님에도 어느 날 질병에 걸렸다는 이유로 산 채로 살처분된다. 바다에 사는 해양생물들은 인간이 버린 쓰레기 더미, 심지어는 원자력 발전소 오염수를 떠안고 살게 된다. 법은 이를 적극 허용하거나 방치한다.
동물을 위한 법을 새로 만들어도 금방 무시된다. 얼마 전 거제씨월드의 새끼 돌고래 번식 행위에 대해 경찰이 처벌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돌고래를 수족관에 가두는 것이 부적절하여 돌고래를 더 이상 보유하지 못하도록 동물원수족관법을 개정했지만, 경찰의 불송치 결정으로 해당 규정은 사실상 휴지조각이 되었다. 주무부서인 해양수산부도 관심이 없다.
동물들은 이렇게 법에서 소외되어 있는데, 어디 호소할 곳이 없다. 사회 여러 계층의 이익들이 각축을 벌이며 법과 제도를 만드는 것이 정치인데, 동물의 이익을 대변하는 정치인은 없다. 이런 상황에서 동물들의 삶이 나아지기를 기대할 수 있을까. 동물을 위한 정치인이 필요한 이유다. 대선 국면에서 우리 인간들만의 이야기뿐 아니라 동물들의 이야기도 활발히 논의됐으면 좋겠다. 동물의 목소리를 우리 법과 제도에 반영하는 일은 우리 생태계를 살리는 일이다. 동물을 위한 정치가 결국 우리 인간을 위한 정치가 될 것이다.
사랑하는 나의 로마를 생각하며, 조만간 동물을 위한 정치인을 만날 수 있기를 꿈꿔본다.

김소리 법률사무소 물결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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