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칼럼] 안타까운 건설 현장 사망 사고

염창현 기자 2025. 5. 11. 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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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에만 328명 숨져…절반 이상 추락으로 발생, 건설 선진국 위상에 먹칠
정부·업계 특단 대책으로 비극 재현되지 않게 해야

시내를 걷거나 차량으로 고속국도를 달리다 보면 하루가 다르게 위로 쭉쭉 뻗어 올라가는 고층 아파트 또는 한창 작업이 진행 중인 고가도로·국도·각종 시설 등을 건설하는 현장과 자주 마주친다. 대개는 일상이 바쁜지라 별다른 관심 없이 무심히 지나치기 일쑤다. 근데 가끔은 문득 고개를 돌렸다가 어마어마한 규모에 참 대단하다는 생각을 할 때가 있다. 한편으로는 일반인들이 쳐다보기만 해도 아찔해지는 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에 대해서 감탄하기도 한다.

무엇을 만드느냐에 차이는 있을 터지만 건설은 우리나라 사회의 틀을 지탱하는 핵심 분야다. 건설업이 살아야 경제가 활성화된다는 것은 누구나 인정하는 사실이다. 경기가 침체했을 때 정부가 대형 국책 사업 등을 집중적으로 발주하는 정책을 내놓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그러나 위험하고 까다로운 공정이 많이 포함된 까닭에 다른 업종보다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도 크다. 근로자가 죽거나 다치는 등의 인명 피해도 무시하지 못할 수준에 이른다.

국토안전관리원의 건설공사안전관리종합정보망 통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중 전국의 건설 현장에서 38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난 2월 부산 기장군의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는 화재로 6명이 사망했다. 같은 달 경기도 안성의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상판 붕괴는 4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4월에는 신안산선 광명구간 지하터널이 무너지는 바람에 근로자 1명이 세상을 떠났다.

더 심각한 것은 건설 현장에서 목숨을 잃는 사람 수가 다른 업종에 비해 월등히 많다는 점이다. 고용노동부가 내놓은 ‘2024년 유족급여 승인 기준 사고 사망 현황’을 보면 건설업 피해자는 328명으로 전체의 39.7%를 차지했다. 또 각종 공사 현장 내 사망 사고의 55.5%(182명)는 추락 때문에 일어났다. 다음으로는 ‘부딪힘’ 10.7%(35명), ‘무너짐’ 7.9%(26명), ‘물체에 맞음’ 7.0%(23명), ‘끼임’ 5.8%(19명) 등의 순이었다.

시민단체 등에서는 정부 및 업계의 더 철저한 관리·감독이 있었다면 사망자를 크게 줄일 수 있었다고 지적한다. 안전 투자 여력이 부족한 소규모 공사가 많고 다단계 하도급 구조, 공사 기간을 줄이기 위한 무리한 작업 진행 등이 만연한 우리나라 건설 현장의 특성을 사전에 파악해 적절한 대책을 세워야 했다는 것이 주장의 핵심이다. 특히 추락의 경우 ‘안전대 부착 설비 미설치’, ‘안전고리 미체결’, ‘안전대 미착용’ 등이 주요 사고 원인이었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약간의 노력만으로도 충분히 사고를 막을 수 있었다고 언급한다.

정부는 사태가 심각해지자 서둘러 대책 마련에 나섰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8일 ‘건설 현장 추락사고 예방 세미나’를 열었다. 2월에 정부가 발표한 예방 대책의 기관별 추진 상황을 점검하는 한편 대응책이 건설 현장에 정착할 방법을 논의하자는 것이 취지였다. 이 자리에서 국토부는 스마트 건설 활성화 및 추락사고 예방 대책 등 건설안전 혁신 방안을 소개했다. 대한건설협회,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산업안전보건공단 등은 중·소규모 건설 현장 안전 관리 수준 제고, 추락사고 방지 방안 등을 내놨다. 이와 함께 국토부는 부처 내 ‘건설 안전 전담 조직(TF)’의 운영 결과를 종합, 6월 중 건설안전 대책을 수립할 예정이다.

노동부는 최근 시공능력평가액 상위 20개 건설사와 간담회를 열어 안전에 대해 더 많은 투자를 하는 한편 면밀한 점검 수행을 요청했다. 이는 5월 초를 기준으로 할 때 이들 기업이 책임을 진 현장에서 올해 13건의 중대 재해가 발생, 16명이 숨진 것에 대해 무거운 책임감을 가져달라는 조치다. 아울러 올해에 계획했던 건설 현장 감독 중 전체 건수의 60%(3000곳)를 상반기에 시행한다. 또 재무 건전성이 낮은 건설사의 현장은 점검 주기를 기존의 3~4개월에서 2개월로 줄이기로 했다. 부산고용노동청은 고위험 건설 현장에 드론을 띄워 감독 및 점검을 강화한다. 대형 건설사들도 정부의 발걸음에 보조를 맞추고 있다. 삼성물산, 현대건설, 대우건설, GS건설, SK에코플랜트, 한화 등은 오는 23일까지 ‘추락 사고 예방 및 안전 문화 확산을 위한 릴레이 캠페인’을 진행 중이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정부와 업계의 이 같은 움직임이 미봉책에 그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그동안 비극이 생길 때마다 여러 가지 방안이 나왔지만 건설 현장에서의 사고는 좀처럼 줄지 않고 있어서다. 따라서 이번만큼은 정부와 업계가 실효성 있는 대책을 세워주길 국민은 바란다. 전문가들은 추락사를 ‘후진국형 사고’라고 분류한다. 전 세계를 대상으로 ‘K-건설’의 수출을 지속해 늘리고 있는 한국이 이런 멍에를 짊어져서야 되겠는가.

염창현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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