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억 내면 고발 안 할게” 병원에 각서 요구한 보험사

이재범 기자 2025. 5. 11.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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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손보, 허위청구 지적하며 각서 제시
병원 “정당한 절차 없이 요구… 황당해”
보험사 “본사와 대화 위해 양식샘플 준 것”
양측 금감원 민원·경찰 진정 등 동원 중
DB손해보험주식회사 충청대인보상부가 천안 A 병원에게 제시한 '치료비 환수 합의 및 변제 각서'. 사진=이재범 기자.

[충청투데이 이재범 기자] DB손해보험이 일선 병원의 약점을 잡고 8억 원의 치료비 환수를 강요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파장이 예상된다.

보험사가 의료기관의 잘못을 인지하고도 관련 기관에 조사나 수사 등을 요구하지 않고 일종의 거래를 시도한 것으로 보이는 정황이 포착됐기 때문이다.

본보는 최근 DB손해보험주식회사 충청대인보상부(이하 DB손보)가 천안의 A 병원을 상대로 제시한 '치료비 환수 합의 및 변제 각서'(이하 합의 각서)를 확보했다.

양 측 주장을 요약하면 DB손보 관계자는 지난 3월 말 병원을 방문했다.

보험 측 관계자는 이 자리에서 지난 1월 자동차 보험으로 입원했던 환자의 '무단외출 확인서' 2장을 제시하며 "허위청구로 병원장이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문제를 제기했다고 한다.

이후 DB손보 측에서는 합의 각서를 제시한다. 요구액은 8억 원이다. 각서에는 '합의내용'과 '이행사항'이 담겼다.

합의내용에는 "DB손보는 합의일 이전 발생한 치료비 청구에 대해 향후 경찰 고소, 고발 및 심평원 방문 실사 요구 등의 민, 형사상 이의제기 책임을 묻지 않기로 한다"고 적혔다.

특히 "의료기관은 뇌진탕 상해 진단 발부 기준을 준수한다"는 조항도 포함됐다.

세부 내용은 뇌진탕 진단 발부나 입원 및 통원 치료에 대한 내용으로 구성됐다.

의료진의 판단을 강제하는 내용으로 해석될 여지가 다분한 대목이다.

이밖에도 합의일로부터 7일 이내 4억 원 환수 및 향후 4개월 동안 4억 원 변제 등의 구체적 제안도 들어갔다.

이 같은 요구와 관련해 병원 측 관계자는 "병원이 실수를 했다고 해도 합당한 절차를 거쳐서 경찰 고발이나 심평원에 고발을 해야 하는 게 맞지 않느냐"며 "그래야 저희도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대응하는 건데 그런 것 없이 와서 금액을 요구해 거부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무슨 부귀영화를 누린다고 불법을 저지르겠냐"면서 "연간 입원 환자가 1700여 명은 된다. 단 2장의 확인서를 가져와서 이런 요구를 하니 황당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보험사 측은 상반된 입장을 내놨다.

병원 측이 보험료를 허위 청구 사실을 인정했고, 해결방안을 달라는 요구에 의견 제시 차원에서 내놓은 문서라는 설명이다.

금액 산정은 2022년~2024년 지급된 치료비를 기준으로 삼았다고 했다.

보험사 측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병원이 허위 청구한 비용이 얼마인지 알고 있기에 의견을 주면 그걸 본사와 얘기해 보겠다고 하면서 준 양식 샘플이고 그 부분을 갖고 논의를 했다"고 답했다. 다만 수사기관 고발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못했다.

그러면서도 "병원 측에서는 자기네가 재판을 받고 있다. 회생이 진행 중이고 그런 정보를 얘기하면서 '잘못되면 자기네 문 닫는다 방법을 알려달라'고 했다"며 "여기는 정말로 의료기관이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주장했다.

양 측은 이후 금융감독위원회 민원(병원)과 경찰 진정(보험사) 등의 수단을 동원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보험사가 병원의 불법행위를 알고도 수억 원 규모의 각서를 제시했다는 점에서 비난을 피해 가긴 어려워 보인다.

천안=이재범 기자 news7804@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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