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20시간 천하'로 끝난 국힘 한밤 중 막장 드라마

2025. 5. 11. 17:42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 후보가 11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로 들어서며 취재진 앞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선 후보 선출을 둘러싼 국민의힘 막장 드라마가 결국 당원들의 제동으로 막을 내렸다. 국민의힘이 10일 김문수 대선 후보를 한덕수 후보로 교체하는 안건을 전 당원 투표에 부친 결과, 예상과 달리 부결된 것이다. 이로써 당 지도부의 대선 후보 강탈 작전은 '20시간 천하'로 끝을 맺었고, 김 후보는 우여곡절 끝에 기사회생해 국민의힘 후보로 공식 등록했다.

국민의힘 비대위가 10일 새벽 저지른 막장극을 시간대별로 보면 상상을 초월할 정도다. 당 지도부는 단일화 합의가 무산됐다는 이유로 김문수 후보를 쫓아내고 그 자리에 한덕수 후보를 앉히기 위해 한밤중 기습작전을 감행했다. 김 후보의 후보 자격을 취소한 뒤 새벽 3시부터 4시까지 단 1시간 동안만 새 후보자 등록 신청을 받았다. 그리고 모두가 잠든 새벽 3시 30분 한 후보는 국민의힘에 입당한 뒤 미리 준비한 서류 32가지를 제출하고 '나 홀로 후보' 등록까지 마쳤다. 비대위는 이후 새벽 4시 40분 대선후보를 한 후보로 교체하는 안건을 의결하며 회의를 종료했다.

우리 정치사에 전례가 없고, 동네 반장선거에서도 볼 수 없는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누가 봐도 오로지 한덕수 한 사람을 위한 잘 짜인 각본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이럴 거면 왜 3차 경선까지 하면서 어렵게 대선 후보를 뽑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대국민 사기극'이나 '심야 빈집 털이'라는 말이 전혀 어색하게 들리지 않는다. 국민의힘 경선에 참여했던 인사들도 이구동성으로 당 지도부를 비판했다. 한동훈 전 대표는 "북한도 이렇게는 안 한다"고 했고,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한밤중 후보 약탈 교체로 자폭을 하는구나"라며 개탄했다. 안철수 의원은 "한밤중 기습 쿠데타, 막장극 자행"이라고 비판했다.

이번 사태는 당 지도부의 과오를 당원들의 손으로 바로잡았다는 점에서 사필귀정이라고 할 수 있겠다. 12·3 비상계엄 이후 보수 진영이 위기를 맞고 있지만 그래도 아직 건강한 보수가 더 많이 존재하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국민의힘은 이제 친윤(친 윤석열)과 탄핵의 늪에서 빠져나와 김 후보를 중심으로 대선 본선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대선 후보만 빼고 모든 것을 다 바꾸겠다는 자세로 당을 재정비하고 쇄신책을 내놓기 바란다.

Copyright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