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고나니 후보 교체” “예상 못한 당심”···국힘에서 일주일 새 무슨 일 있었나

“세계 민주정당사에서 전무후무할 흑역사.”
국민의힘 지도부가 추진한 강제 단일화와 한덕수 전 국무총리로 당 후보 교체 시도에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10일 페이스북에 남긴 평이다.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지난 3일 최종 후보로 선출되고, 11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당 후보로 공식 등록하기까지 일주일 남짓한 기간 국민의힘은 그야말로 대혼란 상태였다. 도대체 무슨 일들이 있었던 걸까. 지난 일주일의 혼란상을 정리했다.
말 바꾼 김문수
김 후보는 지난 3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전당대회에서 당 대선 후보로 선출됐다. 한 전 총리와의 단일화에 가장 적극적이었던 점이 당선 요인 중 하나로 꼽혔다. 그런데 당선 직후 기자회견에서 입장이 미묘하게 달라졌다. 그는 “선출되자마자 단일화 방법을 내놓으란 건가”라며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단일화를 서두르려던 당 지도부와 선출 당일 회동부터 충돌했다. 취재를 종합하면 김 후보는 당시 당 지도부가 ‘한 전 총리와의 단일화가 시급하다’는 취지의 얘기를 꺼낸 것에 불쾌감을 드러냈다. 대선 후보를 위한 사무실, 공동선대위원장·사무총장 임명 등 당무의 실행을 두고도 이견이 있었다.

밀어붙인 쌍권(권영세·권성동)
달라진 태도를 확인한 당 지도부는 지난 5일 후보 재선출까지 염두에 두고 8~9일 당 전국위원회, 10~11일 전당대회를 소집했다. 김 후보도 강경하게 맞섰다. 그는 지난 6일 당 지도부가 자신을 설득하기 위해 대구행 기차를 타자 돌연 일정을 중단하고 서울로 돌아왔다. 당이 대선 후보직에서 끌어내리려 한다며 잠적해 과거 노동운동가 시절을 연상케 하는 신출귀몰 행보로 버티기에 들어갔다. 후보 등록 시한까지 버티면 최종 후보가 될 수 있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해석됐다.
김 후보는 지난 7일 한 전 총리와 단독 회동을 하며 단일화 주도권 확보에 나섰다. 소득 없이 끝난 1차 협상에 이어 지난 8일에는 초유의 생중계 단일화 협상을 진행했다. 두 사람은 “22번 단일화를 약속하지 않았나”(한 전 총리), “난데없이 나타나 청구서 내미나”(김 후보) 등 날선 발언만 주고 받았다.
당 지도부는 결국 지난 9일 강제 단일화에 돌입했다. 80%가 넘는 ‘단일화 찬성’ 전 당원 투표 결과와 단일 후보 선호도 여론조사, 김 후보의 단일화 약속 위반 등을 근거로 전국위에서 후보직을 박탈하려는 계획이었다. 김 후보가 같은날 의원총회에서 당 지도부를 비판한 뒤 20분 만에 퇴장하면서 미온적이던 의원들의 지지도 얻어냈다. 법원이 김 후보가 제기한 ‘대선 후보 지위 인정 가처분 신청’과 ‘당 전국위원회·전당대회 개최 금지’ 가처분 신청을 모두 기각하자 마지막 걸림돌도 사라진 것처럼 보였다.

꽃가마 탄 한덕수
한 전 총리는 당내 상황이 유리한 방향으로 흘러가자 태도가 느긋해졌다. 한 전 총리는 지난 9일 김 후보와의 추가 만남 여부에 대해 “지금은 특별히 만나야 할 필요성이 없는 것 같다”고 밝혔다. 같은 날 양측 실무진의 단일화 협상은 하는 족족 결렬됐다. 한 후보 측이 여론조사 방식에 제동을 걸자 김 후보 측은 “모든 것을 당에 일임한다는 한 후보 말을 믿었는데 자기 주장이 관철 안 되면 한 발짝도 협의하지 않겠다고 한다”며 “전 국민을 상대로 거짓말을 했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9일 밤 9시 협상 가능성이 낮아졌다고 보고 의총에서 대선 후보 재선출 결정 권한을 비상대책위원회에 위임하는 안건을 참석 64명 중 찬성 60명으로 통과시켰다. 이어 국민의힘 지도부는 10일 자정 비대위와 당 선관위를 잇따라 열고 후보 재선출 절차에 돌입했다. 오전 1시쯤 김 후보의 선출을 취소했고 오전 3시부터 4시까지 1시간 동안 후보 등록 접수를 받았다. 한 전 총리는 오전 3시를 넘겨 입당을 완료한 뒤 32개에 달하는 서류를 모두 준비해 후보 등록까지 마쳤다.

제동 건 당원들
국민의힘 지도부는 10일 한 전 총리를 당 대선 후보로 선출하는 마지막 절차로 전 당원 투표를 실시했다. 권영세 전 비대위원장이 이날 기자회견에서 “김문수 전 후보”라고 지칭하고, 한 전 총리도 “개헌과 경제에 집중할 생각”이라며 포부를 밝힐 정도로 전 당원 투표는 요식 행위로 여겨졌다.
그러나 당심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와 친한동훈계는 “잠들어있던 당원, 국민들이 당혹스러워 할 것”이라며 당심 이반을 예상했다. 안철수·나경원 의원 등 경선에 참여했던 후보들도 지도부를 비판했다.
10일 오후 11시15분, 국민의힘은 김 후보에서 한 후보로 교체하는 것에 대한 반대표가 찬성보다 더 많이 나왔다고 밝혔다. 후보 교체 절차는 중단됐고 김 후보의 대선 후보 자격은 즉시 회복됐다. 한 전 총리 측에서는 “예상하지 못했다”는 반응이 나왔지만 곧 결과를 수용했다.
김 후보는 11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당 대선 후보로 등록했다. 김 후보는 전날 전 당원 투표 결과에 대해 “기적이 일어났다”며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한 전 총리는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아달라는 김 후보의 요청에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하겠지만 실무적으로 어떤 게 적절한지 조금 논의하는 게 좋겠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김 후보의 지난 3일 대선 후보 선출에 침묵했던 윤석열 전 대통령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이번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 경선은 격렬한 논쟁과 진통이 있었지만, 여전히 건강함을 보여줬다”며 “우리는 단결해야 한다”고 밝혔다.
문광호 기자 moonlit@kyunghyang.com, 유새슬 기자 yoos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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