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현장]기회 없는 광주, 남을 이유도 없다

조태훈 기자 2025. 5. 11.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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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태훈(남도일보 경제부 기자)
조태훈 남도일보 경제부 기자

'사람이 사라진다'는 말만큼 지역 소멸 위기를 실감하게 하는 표현도 드물다. 인구 유출은 더 이상 낯선 일이 아니지만, 최근 그 속도가 심상치 않다. 급기야 광주는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가장 많은 인구가 빠져나간 도시가 됐다.

광주는 올해 1분기(1~3월) 4천945명이 순유출 되며 전국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년(2천709명) 보다 무려 82.5%나 증가한 수치다. 특히 지난달에만 20·30대 청년 인구가 814명 줄었다. 전체 순감소 인원(1천651명)의 절반에 육박한다. 광주가 청년층을 붙잡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문제는 이 같은 청년 유출이 저출산 문제와 맞물려 인구 기반을 뿌리째 흔들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광주 출생아 수는 6천명으로 전년보다 100명 감소했고, 합계출산율은 0.7명으로 전국에서 가장 큰 하락폭(-0.08명)을 기록했다. 아이를 낳을 사람은 떠나고, 남은 이들은 늙어가는 상황이다. 3월 기준 광주 고령화율은 17.9%다. 2052년이면 광주는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38.8%에 이를 것으로 예측됐다. 먼 미래의 이야기로만 여겨졌던 '인구 절벽'이 이제는 눈앞의 현실로 다가왔다.

결국 이들이 떠나는 이유는 분명하다. 일자리도, 교육도, 주거도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기회가 없으면 떠나는 것이 당연하다"는 말이 더는 낯설지 않다.

도시는 사람으로 완성된다. 사람이 떠나면 활력도, 미래도 함께 사라진다. 지자체가 청년 월세나 정착 지원금 같은 처방을 내놓고 있지만, 지금의 유출 속도를 되돌리기엔 역부족이다.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채 보여주기식 대책만 반복되면서 청년들의 신뢰는 바닥을 치고 있다. 뿌리내릴 기회가 없다면, 떠나는 것은 너무도 자연스러운 선택이다.

광주는 스스로 가진 매력을 키워야 한다.'머무르고 싶은 도시'를 만들기 위해선 보다 근본적인 질문과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 청년만이 아니라 모든 세대가 안정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일자리, 주거, 문화 인프라를 갖추는 것이 최소 조건이다.

인구 감소는 단순한 수치 변화가 아니다. 이는 공동체의 존속을 가르는 생존의 경고음이다. 지금 이 흐름을 멈추지 못한다면, 우리는 머지않아 '사람 없는 도시', '텅 빈 광주'라는 현실과 마주하게 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