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 현장' 화면으로 들어오다…감동이 관음증 되지 않으려면
출산 다룬 예능, 드라마…경험 공론화 긍정적, 관음증 경계해야
TV조선 '우리 아기가 태어났어요' 국내 첫 출산 중계 예능
tvN '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 생활' 산부인과 전공의 에피소드
[미디어오늘 정민경 기자]

최근 방송계에서 출산을 주제로 한 프로그램들이 하나 둘 생겨나고 있다. 드라마 형식으로는 지난달 12일 첫방송을 시작하고 후반부를 향해 달려가는 tvN의 '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 생활'(언슬전)가 있다. '언슬전'은 산부인과 전공의들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출산과 관련된 다양한 주제를 다루고 있다. 예능 형식으로는 지난 9일 첫 방송을 한 TV조선 '우리 아기가 태어났어요'가 있다. '우리 아기가 태어났어요'는 출산 과정을 예능 형식으로 담아내며, 출산 상황을 중계하는 예능이다.
저조한 출생율 때문에 임신, 출산, 육아가 사회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로 떠오르면서 이에 대한 콘텐츠들도 많아지는 모양새다. 이 같은 콘텐츠들은 그동안 공개적으로 다루기 쉽지 않았던 주제를 전면으로 다룬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지만 출산이라는 민감한 주제와 편집 방향에 따라 다소 자극적으로 연출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우려도 동시에 나온다.
tvN '언슬전'은 산부인과 전공의들의 일상을 다루지만 출산 장면이 아주 직접적으로 노출되지는 않는다. 산모들이 진통을 하는 장면이나 전공의들이 내진을 하고 그 결과를 전달하는 장면, 탯줄을 자르는 장면들이 등장하기는 하지만, 출산 과정보다는 산부인과 내에서 전공의들이 실수를 하거나, 그들의 어설픈 인간관계에 초점을 맞추어 극이 진행된다. 시청률은 1회 3.7%(닐슨 코리아, 유료 가구 기준)으로 시작해 점차 오르며 지난 10일 9회는 6.2% 시청률을 기록했다.

반면 TV조선 '우리 아기가 태어났어요'는 출산의 순간을 카메라에 담아 시청자에게 전달하는 형식의 예능 프로그램이다. 특히 출산 당일에만 느낄 수 있는 순간을 중계하는데 초점을 담았다. 프로에서는 손담비-이규혁 부부의 첫째 딸 출산 과정, 첫째를 출산한 지 7년이 지난 양궁 금메달리스트 기보배의 둘째 출산, 세쌍둥이 출산, 가정 출산 등 다양한 사례를 보여준다. 첫방송 시청률은 2.2%였다.
첫방송 전 지난 7일 가산동 TV조선 스튜디오에서 열린 '우리 아기가 태어났어요' 제작발표회에서 이승훈 CP는 “출산 현장에 제작진이 동행한 사례는 있었지만, MC가 직접 출산 장소에 방문하는 것은 처음”이라며 “생명의 탄생을 목격하고 직접 축하하는 방식으로 시청자들에게 생명의 신비를 다시 느끼게 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김준 PD는 출산이라는 특수한 환경에서 촬영이 결코 쉽지 않다며 “신생아는 빛에 매우 민감하다. 조명 없이 최대한 몸을 낮추고 숨죽이며 촬영한다”며 “방역복, 마스크 등도 항상 준비하며 촬영에 임하고 있다”고 밝혔다.
MC인 양세형은 “요즘 '슬기로울 전공의 생활'을 챙겨보고 있다. 산부인과 얘기여서 어떤 케이스가 있는지 알고 가면 질문하는데 도움이 되더라. 새로운 생명이 태어나는 곳은 처음이어서 '이런게 기쁨이구나'하고 간점 체험을 하고 있다”고 '언슬전'을 언급하기도 했다.

특히 이 프로그램은 리얼한 출산 과정이 차별점이라고 내세우고 있다. 때문에 제작발표회에서도 민감한 출산과정을 포착하는데 어디까지 보여주는 것인지에 대한 질문도 나왔다. 장주연 작가는 “촬영 전까지 출연자분들과 세 번의 미팅을 갖는다. 출산 장면에 대해 충분히 논의한다”며 “사전에 서로 의견을 조율하고 현장에서도 산모의 안전과 편안함을 가장 중시한다. 가정 출산도 있고 제왕절개처럼 수술실에 가는 경우도 있고, 생각지도 못한 노출이 있다. 시청자가 보기에 낯선 그림 같은 경우 출산 후에도 영상을 가지고 다시 의견을 조율한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도 시간이 얼마가 걸리든 당사자들의 입장을 가장 고려하면서 진행할 계획”이라 밝혔다.
제작발표회에서도 우려가 나왔듯 공개 이후 일부 시청자들은 사생활 침해나 출산 장면의 노출에 대한 우려를 표하고 있다. 또한 출산의 고통스러운 장면이 오히려 출산에 대한 두려움을 키울 수도 있다는 의견도 있다. 이 같은 우려나 반응으로 인해 당사자에 대한 악플 등을 우려한 탓인지 '우리 아기가 태어났어요'의 공식 유튜브에 올라온 영상에는 댓글 정지 조치가 되어있다. 네이버의 프로그램 홈페이지에서는 실시간으로 프로그램을 보며 채팅을 하는 기능이 있는데 이 대화창에는 여러 시청자들이 “감동적이다”라는 반응과 함께 자신의 출산 고통을 나누기도, 출산에 대한 질의를 주고 받기도 했다. 다만 “두 MC가 아쉽다, 애기 낳은 여자분이 캐스팅됐었으면 좋았겠다”는 반응이나 “출산 장려를 위한 프로인거 같은데 (무서워서) 오히려 안 낳을 것 같다”는 반응도 나왔다.
출산을 주제로 한 예능 프로그램은 새로운 시도이며, 그동안 당연한 것처럼 여겨지거나 사적인 영역으로만 국한되었던 출산 경험을 공론화하면서, 출산과 양육에 대한 사회적 담론을 활성화할 수 있다. 다만 시청률 등에 경도된 편집을 한다면 사생활 침해와 관음증적 요소에 대한 우려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생명의 신비를 보여주는 것이 감동이 될 수도 있지만, 카메라가 어떤 시선으로 이를 포착하느냐에 따라 감동은 곧 자극이 될 수 있음을 염두해 두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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