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0야드 드라이버 샷 펑펑 ‘골프계 우영우’...“KPGA 제패위해 하루 12시간 지옥훈련” [임정우의 스리 퍼트]

임정우 기자(happy23@mk.co.kr) 2025. 5. 11. 1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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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폐성 발당장애 프로 골퍼 이승민
우리금융 챔피언십서 공동 22위
KPGA 역대 최고 성적 기록 경신
프로 대회 우승 목표 달성 위해
지난겨울 100일 지옥 훈련 소화
세계 장애인 골프 랭킹 1위 도전
골프계 우영우로 불리는 이승민이 언젠가는 꼭 한국프로골프(KPGA) 챔피언에 오르겠다는 비장한 각오를 드러내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민수용 골프전문사진기자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는 한국에서 골프를 가장 잘치는 선수들이 모여있는 프로 골프 투어다. 이곳에서 조금씩 이름을 알려나가고 있는 특별한 선수가 있다. 자폐성 발달장애 프로 골퍼인 이승민이다. 지난달 KPGA 투어 우리금융 챔피언십에서 공동 22위를 차지하며 역대 최고 성적을 기록한 그는 장애인도 비장애인과 경쟁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이승민은 “열심히 노력하면 뭐든지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장애가 있다는 핑계를 대고 싶지 않아 최선을 다했다”며 “골프 실력이 매년 향상되고 있는게 느껴진다. 하면 할수록 재미있는 게 골프인 것 같다”고 말했다.

자폐성 발달장애를 가진 이승민이 골프채를 처음 잡은 건 6세 때다. 어머니 박지애 씨는 골프채널을 틀어놨을 때 이승민의 집중력이 높아지는 것을 보고 자폐 치료의 일환으로 골프를 시켰다. 남다른 재능을 보인 이승민은 중학교 1학년 때부터 본격적으로 연습에 매진했고 2017년 KPGA 투어 프로 자격을 획득했다.

2022년에는 전 국민을 깜짝 놀라게 했다. 미국골프협회(USGA)가 주최한 제1회 US 어댑티브 오픈 정상에 오른 것이다. 당시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우영우처럼 자폐증을 딛고 꿈을 이룬 만큼 엄청난 관심이 집중됐다.

그럼에도 이승민은 만족하지 않았다. 장애인 골프 대회와 KPGA 투어를 병행한 그는 계속해서 발전을 거듭했고 세계 장애인 골프 랭킹(WR4GD) 2위로 올라섰다. 이제는 한 단계 높은 곳을 바라보고 있다. KPGA 투어와 차이나투어 정복이다. 이승민은 “어렸을 떄부터 KPGA 투어 정상에 오르는 것을 목표로 잡았었다. 오랜 꿈에 한 걸음씩 다가가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앞으로는 더 열심히 해보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이승민의 플레이를 보면 입이 쩍 벌어진다. 드라이버 샷 평균 거리가 310야드에 달하고 아이언 샷이 날카롭기 때문이다. 여기에 약점으로 꼽혔던 그린 주변 웨지샷과 퍼트 실력도 크게 향상됐다. 작년과 완전히 다른 선수로 거듭나는데 지난겨울 하루도 빠짐 없이 100일간 했던 지옥훈련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이승민은 “골프를 잘 치고 싶어 지난겨울 100일간 하루에 12시간 넘게 훈련했다. 골프장에 살다시피했는데 확실히 실력이 향상된 것 같다. 하지만 아직도 갈 길이 멀다고 생각한다. 자만하지 않고 앞으로도 연습에 매진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지난해와 비교해 가장 향상된 건 퍼트다. 라운드당 평균 퍼트수가 34~36개에 달했던 이승민은 최근 대부분의 라운드에서 30개 이하를 기록하고 있다. 그는 “퍼트를 잘 하고 싶어 다양한 시도를 해봤다. 확실히 예년보다 실력이 좋아진 것 같다. 우리금융 챔피언십에서도 퍼트가 잘 된 덕분에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었다. 앞으로도 퍼트에 가장 많은 시간을 투자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승민은 계속해서 도전하는 프로 골퍼가 되겠다는 포부도 전했다. 그는 “나와 비슷한 친구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고 싶다. 그렇기 위해서는 현재에 만족하지 않고 계속해서 도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앞으로 골프를 시작하는 친구들이 나보다는 더 좋은 환경에서 성장하면 좋겠다. 장애가 있지만 용기를 내 골프를 해보려는 친구들이 많아져 정말 행복하다”고 설명했다.

또 하나 욕심내는 타이틀은 WR4GD 1위와 패럴림픽 금메달이다. 이승민은 “세계 장애인 골프 랭킹 1위와 함께 앞으로 이루고 싶은 한 가지 목표가 있다. 패럴림픽 정식 종목으로 골프가 채택된다면 꼭 금메달을 목에 걸고 싶다. 태극마크를 달고 출전한 패럴림픽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면 상상 이상으로 행복할 것”이라고 환하게 웃었다.

이승민은 언제 어디서나 자신을 돌봐주는 어머니 박지애 씨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그는 “지금까지 나를 포기하지 않고 키워준 어머니께 정말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다. 어머니와 함께라면 세상에 넘지 못할 벽이 없다고 생각한다. 지금보다 더 골프를 잘쳐 어머니의 자랑스러운 아들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박씨는 자식을 위해 본인을 희생하는 건 부모로서 해야 하는 당연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힘든 상황에서도 묵묵히 견뎌준 승민이가 자랑스럽다. 하나금융그룹과 SK텔레콤, 윤슬기 캐디님 등 주변에서 도움을 준 분들 덕분에 승민이에게 드리워졌던 검은 먹구름에서 탈출할 수 있었다. 주변에 아픈 아이들이 너무 많은데 승민이를 보며 조금이나마 희망을 갖게 되면 좋겠다”고 설명했다.

KPGA 투어 동료들과도 잘지내는 이승민은 한국 남자골프의 에이스인 임성재와의 남다른 인연도 소개했다. 그는 “임성재는 중학교 시절부터 알고 지냈는데 이제는 세계 최고의 선수가 됐다. 나보다 한 살 어리지만 형처럼 먼저 안부를 물어주는 임성재에게 정말 고마운 마음을 갖고 있다”고 웃으며 말했다.

※ 국내 유일의 골프선수 출신 스포츠 기자인 임정우 기자는 ‘임정우의 스리 퍼트’를 통해 선수들이 필드 안팎에서 겪는 이야기들을 생생하게 전해드립니다.
골프계 우영우로 불리는 이승민이 언젠가는 꼭 한국프로골프(KPGA) 챔피언에 오르겠다는 비장한 각오를 드러내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민수용 골프전문사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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