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진드기 퇴치 위해 ‘독극물 방제’ 하냐 마냐···축산당국과 산란계 생산자단체 또 갈등

산란계 사육면적 확대를 놓고 대립하고 있는 축산당국과 산란계 생산자 단체의 갈등이 ‘독극물 방제 논쟁’으로 번지고 있다. 당국이 닭진드기 퇴치를 위해 독성 물질을 방제 농약으로 등록하겠다고 하자 생산자 단체가 안전성 문제를 제기하며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당국은 안전성 검증 후 등록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생산자단체는 이를 믿지 못하겠다고 하면서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11일 농림축산식품부와 대한산란계협회에 따르면 농식품부는 지난달 24일 지방자치단체와 대한산란계협회 등에 ‘산란계 케이지 사육면적 기준의 안정적인 현장 적용을 위한 세부추진계획’이란 제목의 공문을 보냈다. 공문에는 닭진드기 퇴치에 효과적인 약제를 연내 등록해서 농장에서 사용하도록 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문제는 해당 약제가 맹독성 독극물인 시안화수소(HCN)라는 점이다. 청산가스로 불리는 HCN은 2차 세계대전에서 홀로코스트 때 쓰인 독가스의 주성분으로, 사람과 가축이 적은 양만 들이마셔도 3분 이내 사망에 이르게 할 정도로 위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산란계협회 관계자는 “국내 축산 분야에서는 HCN의 농약 등록, 안전 사용 기준, 잔류 허용 기준 등이 마련돼 있지 않다”며 “산란율을 높이려다 농장 사람들이 죽어나갈 수 있다”고 주장했다. 협회 측은 또 식품안전처의 PLS(농약허용물질목록관리제도) 원칙에도 배치된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국내 산란계 농가들은 현재 PLS 제도 등에 따라 진드기 방제용 농약도 사용하지 않고 있다”며 “이런 독성 물질을 방제 약제로 쓰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농식품부는 협회가 안전성 우려 문제를 부풀리고 있다고 반박했다. 정부는 HCN을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발생으로 소독 후에도 죽지 않고 남아있는 닭진드기를 없애기 위해서 비어 있는 농장에 사용하자는 것으로 훈증제(가스상태로 개발된 약제)이기 때문에 사용 후엔 잔류량이 없다는 것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HCN 활용 방제는 닭진드기 알과 성충 등을 사멸시켜 계란 생산성을 높이는 효과적인 수단”이라며 “현재 유럽 지역과 호주에서는 자국의 안전성 검사 등을 거쳐 산란계 농장의 방제 약제로 쓰고 있다”고 말했다.
농식품부는 또 HCN이 약제로 등록되려면 관계기관의 모든 안전성 검사를 통과해야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이러한 절차 등에 설명하고 이해를 구했는데도 생산자단체가 앞뒤가 맞지 않는 억지 주장을 내놓고 있다”고 했다.
양측의 갈등은 농식품부의 ‘산란계 사육면적 확대 방침’이 나온 이후 수년째 이어져오고 있다. 농식품부는 2017년 8월 ‘살충제 계란’ 파동 이후 산란계 사육면적을 확대하는 내용의 축산법 시행령을 개정했다. 농가는 당초 오는 9월부터 사육 면적을 마리당 0.05㎡에서 0.075㎡로 50% 확대해야 했다. 하지만 반발이 커지면서 제도 시행이 2년간 유예됐다.
협회는 새 사육면적 기준을 적용하면 기를 수 있는 닭의 수가 감소해 계란 부족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지난해 10월엔 시행령 개정이 재산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며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협회 관계자는 “약제 등록까지 통상 4~5년씩 걸리는데 농식품부는 올해 안에 등록 절차와 사용기준 등 절차를 모두 마치겠다고 밀어붙이고 있다”며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은 독극물의 약제 등록과 사용으로 인해 자칫 농가뿐 아니라 식품 안전성과 국민 건강에 심대한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말했다.
https://www.khan.co.kr/article/202411201604001
안광호 기자 ahn7874@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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