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반대편은 강력, 국힘은 건강함 보여줘”… 막장 경선과 다른 인식
“김문수 후보 중심으로 단결해야
자유 대한민국 체제가 걸린 선거”
한덕수엔 “함께해라” 도움 호소도

윤석열 전 대통령이 6·3 대선 공식 선거운동 개시를 하루 앞둔 11일 “우리의 반대편은 강력하다”며 “이번 선거에서 우리는 반드시 승리해야 하며, 승리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전날 한덕수 전 국무총리로의 국민의힘 대선 후보 교체가 실패하고 김문수 후보로 확정되자 메시지를 내 지지층 결집을 호소했다. 12·3 불법계엄으로 파면당한 전직 대통령이 대선 선거 운동에 나선 것으로 평가된다.
윤 전 대통령은 이날 페이스북에 ‘국민께 드리는 호소’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이번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 경선은 격렬한 논쟁과 진통이 있었지만, 여전히 건강함을 보여줬다”며 이같이 밝혔다. 윤 전 대통령의 공개적인 입장 발표는 지난달 4일 파면 당일 법률대리인단을 통해 메시지를 낸 이후 한 달여 만이다.
윤 전 대통령은 “김문수 후보가 최종 후보로 선출된 이 순간, 저는 경쟁을 펼쳤던 모든 후보분들께도 진심으로 깊은 경의를 표한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전날 한 전 총리로 후보를 교체하는 안건에 대한 국민의힘 당원들의 반대로 후보직에 복귀했고, 이날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국민의힘 대선 후보로 공식 등록했다.
윤 전 대통령은 “한 전 총리께서 출마 선언 당시 밝히셨던 ‘자유민주주의와 국가의 번영을 위한 사명’은 이제 김 후보와 함께 이어가야 할 사명이 됐다”며 “저는 한 전 총리께서 그 길에 끝까지 함께해 주시리라 믿는다”고 밝혔다. 한 전 총리에게 김 후보 선거 운동을 도우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김 후보는 이날 한 후보에게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아달라고 요청한 상태다.
윤 전 대통령은 이념을 앞세워 김 후보 중심으로 결집을 호소했다. 그는 “김 후보가 제시하는 ‘원칙을 지키는 정치’는 바로 자유민주주의의 본질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이는 지금 거대 야당의 전체주의적 행태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이 차이가 대한민국의 미래를 가른다”고 주장했다.
윤 전 대통령은 “다른 후보를 지지하셨던 모든 국민 여러분께 호소드린다. 이제는 마음을 모아달라”며 “김 후보를 지지하셨던 분들 또한 이 과정을 겸허히 품고 서로의 손을 맞잡아야 한다”고 했다. 그는 “우리의 싸움은 내부가 아니라, 자유를 위협하는 외부의 전체주의적 도전에 맞서는 싸움”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윤 전 대통령은 “이번 6·3 대통령 선거는 단순한 정권 교체의 문제가 아니다. 자유 대한민국의 체제를 지킬 것인가, 무너뜨릴 것인가 그 생사의 기로에 선 선거”라며 “이제 우리는 단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 전 대통령은 “저는 비록 탄핵이라는 거센 정치의 소용돌이 속에 놓였지만, 당에 늘 감사했다”며 “단 한 번도 당을 원망한 적이 없다”고 국민의힘에 대한 소속감을 내비쳤다. 윤 전 대통령은 당내 일각의 탈당·출당 요구에도 당적을 유지하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은 “비록 임기를 다하지 못하고 물러났지만 제 마음은 여전히 국가와 당과 국민에게 있다”며 “저는 끝까지 이 나라의 자유민주주의를 지키는 길에 여러분과 함께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 전 대통령은 “국민 여러분, 특히 자유를 사랑하는 청년 세대 여러분, 다시 한번 함께해달라”며 청년층 호응을 촉구했다. 그는 “지난겨울 탄핵 정국에서 서로 손잡고 하나 되어 끝내 무너지지 않았던 그 용기, 그 신념을 다시 꺼내 주십시오”라고 했다.
윤 전 대통령은 “저 윤석열은 끝까지 여러분과 함께할 것”이라며 “여러분 한 분 한 분도 이 나라의 진정한 주권자로서 함께해 주시리라 굳게 믿는다. 우리는 반드시 승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윤 전 대통령의 12·3 불법계엄 선포와 그에 따른 파면으로 조기 대선이 열렸지만 이날 메시지에는 이에 대한 반성과 사과는 없었다. 더불어민주당 등 구 야권을 ‘전체주의’로 규정하고 자유민주주의 이념을 강조하며 지지층 선동성 메시지를 주로 내걸었다. 지난달 헌법재판소의 파면 결정 이후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형사재판을 받는 윤 전 대통령이 국민의힘 선거 운동에 뛰어든 상황으로 평가된다.
국민의힘 내에서는 친한동훈계를 중심으로 비판이 나왔다. 한동훈 전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오늘처럼 윤 전 대통령이 결코 선거에 도움 안 되는 공개 메시지를 계속 내면서 당에 관여하려는 상황에서는 출당 조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조경태 의원도 윤 전 대통령을 향해 “그 입 다물기 바란다”며 “가만히 있는 게 도와주는 거다. 빨리 출당시키든지 정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후보 측은 내홍이 심화하고 구 여권의 빅텐트가 요구되는 상황에서 나올 수 있는 원론적 메시지라고 보고 있다. 김 후보 측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그동안 윤 전 대통령이 한 전 총리를 더 밀었다는 말이 있었는데, 김 후보에 힘을 싣겠다는 메시지로 보인다”며 “지금은 다 함께하자는 통합과 화합의 메시지가 필요한 시기”라고 말했다. 당내에서는 윤 전 대통령을 사실상 두둔하는 듯한 발언도 나왔다. 서지영 원내대변인은 이날 “윤 전 대통령께서 그런 말씀 하시는 건 당연하다”며 “특별한 입장은 없다”고 말했다.
박광연 기자 lightyear@kyunghyang.com, 이보라 기자 purpl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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