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 자회사 모셔널·포티투닷에 고민 깊은 현대차
현대차그룹이 자율주행 기술을 개발하는 자회사인 모셔널과 포티투닷에 수년간 대규모 투자를 하고도 별다른 성과를 얻지 못하고 있다. 모셔널은 목표로 했던 무인 자율주행 택시의 상용화에 사실상 실패했고, 포티투닷 역시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개발 실적이 기대에 못 미친다는 지적이 그룹 내부에서 제기되고 있다.
11일 현대차그룹 관계자에 따르면 모셔널은 미국 라스베이거스와 산타모니카 지역에서 진행했던 무인 자율주행 택시, 이른바 ‘로보택시’의 시범 운행 사업을 지난해 중단했다. 모셔널은 당초 지난해부터 로보택시를 상용화할 계획이었지만, 이 역시 내년으로 연기됐다.

모셔널은 현대차그룹이 미국의 자율주행 스타트업인 앱티브와 각각 20억달러(약 2조8000억원)씩 투자해 지난 2020년 설립한 회사다. 현대차그룹은 이후 유상증자 등을 통해 지분율을 85%까지 높였다. 현대차그룹이 유상증자와 추가 투자를 통해 모셔널에 쏟은 자금은 약 4조원에 이른다.
모셔널은 설립 후 5년이 지났으나 자율주행 기술 경쟁에서 뒤처지고 있다. 미국 기술 컨설팅 업체인 가이드하우스가 지난 3월 발표한 ‘2024 자율주행 리더보드’ 조사에서 모셔널은 총점 60.3점을 받아 전체 조사 대상 기업 20곳 중 15위에 그쳤다. 모셔널은 2023년 조사에서 5위에 이름을 올렸지만, 1년 만에 순위가 10계단 떨어졌다.
자율주행 기술 개발에서 가장 앞선 업체는 구글의 자회사인 웨이모와 중국 IT 기업인 바이두다. 웨이모와 바이두는 가이드하우스 조사에서 각각 총점 86.5점, 82.3점을 받아 1, 2위를 차지했다.
제너럴모터스(GM)의 로보택시 자회사인 크루즈는 10위를 기록했다. GM은 지난해 말 웨이모를 따라잡기 어렵다며, 크루즈에 대한 투자를 중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모셔널은 사실상 사업 철수 수순에 들어간 크루즈보다 기술력이 떨어진다는 혹평을 받은 것이다.
포티투닷도 개발 실적이 저조한 상황이다. 이 회사는 네이버(NAVER)의 최고기술책임자(CTO)를 지낸 송창현 대표가 2019년 설립해 2022년 현대차그룹이 4200억원을 들여 인수한 곳이다. 현대차그룹은 소프트웨어 중심 차량(Software Defined Vehicle·SDV) 체계 전환 등을 위해 포티투닷 인수를 결정했다.

포티투닷은 포괄적 교통 서비스(Transportation as a Service·TaaS)를 위한 자율주행 소프트웨어·모빌리티 플랫폼 개발에 주력해 왔다. 또 카메라·레이더 기반의 자율주행 설루션인 에이키트(Akit)와 자율주행 운송 플랫폼인 탭(Tap!)도 운영 중이다. 그러나 TaaS와 Akit는 지금도 상용화가 요원한 상황이며, Tap! 역시 지난해부터 운영이 중단됐다.
현대차그룹은 포티투닷에 지금껏 1조4000억원 이상을 투자한 것으로 전해졌으나 매년 적자가 누적되고 있다. 지난해 포티투닷의 매출액은 407억원에서 250억원으로 감소했으며, 영업손실은 915억원에서 1761억원으로 급증했다.
최근 현대차그룹 내부에서는 포티투닷에 대한 따가운 시선도 늘고 있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인 블라인드에는 포티투닷이 현대차의 인력과 기술 지원을 받아 운영되고 있으며, 그룹의 추가 자금까지 수혈 받고 있는 만큼 앞으로 눈에 띄는 성과를 내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함께 완성차 업계에서는 모셔널과 포티투닷이 제대로 된 역할을 하기 위해선 R&D와 관련해 그룹이 방향성과 리더십을 더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현대차그룹은 최고기술책임자(CTO)였던 김용화 전 사장이 지난 2023년 말 퇴임하며 고문으로 물러난 이후 R&D 컨트롤타워가 사실상 사라진 상태다. 대신 지난해 사장단 인사에서 양산차 개발은 양희원 R&D 본부장(사장)이, 모빌리티 소프트웨어 분야는 송창현 포티투닷 대표 겸 AVP본부장(사장)이 각각 나눠 맡는 ‘투톱 체제’로 변화했다. 송 대표는 포티투닷 운영과 그룹 모빌리티 소프트웨어 사업에 집중하며 모셔널에는 많은 관여를 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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