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톱만큼 자라도 괜찮아…'느린 기적' 쌓이는 이 학교

김현수 2025. 5. 11. 0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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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도·중복장애 학생 28년간 돌본 한사랑학교 선생님들
한사랑학교 김은영 교감·최희선 교무부장 (경기 광주=연합뉴스) 김현수 기자 = 9일 경기 광주 한사랑학교에서 만난 김은영 교감(왼쪽)과 최희선 교무부장. 2025.5.9 hyunsu@yna.co.kr

(경기 광주=연합뉴스) 김현수 기자 = 지난 9일 오후 찾은 경기도 광주 한사랑학교 고교 1학년 1반 교실에선 특수 휠체어에 앉은 학생 5명이 과학 수업에 한창이었다.

선생님이 '우산 장수와 소금 장수의 우정'이란 동화를 활발한 몸동작과 함께 소개하며 날씨의 원리를 설명하자 뇌성마비·지적장애 학생들의 눈은 동그래졌다. 선생님이 "비가 많이 오는 날엔 우산이 잘 팔릴까?"라고 묻자 학생들은 깔깔대며 웃거나 "응"이라며 짧은 의사 표현을 했다.

수업을 맡은 최희선 교무부장은 "지적장애 아이들은 가까이서 일대일로 눈을 마주치고 몸동작을 크게 해야 한다"며 "어렸을 때부터 봤던 아이들이라 표정만 보고도 아픈지, 기분이 안 좋은지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최 교무부장이 일하는 한사랑학교는 1997년 문을 연, 두 가지 이상의 중증 장애가 있는 '중도·중복장애' 학생을 위한 교육 시설이다. 유치원생에서 고등학생까지, 전교생 117명 중 대다수는 지적장애와 뇌성마비, 시청각 장애 등 복합장애가 있다.

물리치료사로 사회생활을 시작한 최 교무부장은 장애 학생들이 자신을 반기는 모습에 이끌려 한사랑학교 개교 일원으로 참여했다. 그는 "말 못 하는 아이들도 자기를 사랑하고 좋아하는 건 알고 표현한다"며 "엄마 같은 교사가 목표"라고 했다.

한사랑학교 수업 모습 [한사랑학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이 학교의 김은영 교감 역시 이곳에서 28년간 학생을 가르쳐왔다. 그는 초등학생 나이에도 음식에 대한 거부감에 젖병을 떼지 못하던, 시각장애와 자폐증을 함께 가진 학생이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분유가 유일한 밥이 아니란 걸 알도록 음식을 숟가락으로 떠 입으로 가져가는 영상을 보여줬다"며 "밥을 먹을 때마다 음식을 던져 늘 옷을 버릴 각오를 해야 했다"고 회고했다. 이 학생은 수년에 걸친 노력 끝에 음식을 씹어 먹을 수 있게 됐다.

선생님들의 헌신이 만든 '느린 기적'은 지금도 학교 곳곳에서 진행 중이다. 그동안 말을 하지 않던 학생이 다가와 띄엄띄엄 "안녕히 계세요"라고 입을 여는가 하면, 뇌 병변과 지체 장애를 가진 초등학교 4학년 송은성 학생은 일주일에 한 번씩 웨어러블 로봇을 활용해 걷고 있다.

김 교감은 "우리 아이들은 '반짝'하는 게 아니다. 교육 성과가 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며 "손톱만큼 자란다는 말처럼, 어느 날 보면 문득 요만큼씩 자라있다"고 했다.

로봇 보행 연습을 하는 송은성군 [한사랑학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두 선생님이 특수교육 현장에 몸담은 28년이 성취감만으로 가득한 건 아니다. 외롭고 고된 시간도 못지않게 많았다. 하지만 학생에게 베푼 사랑이 느리게나마 꽃을 피우고, 학교를 떠나 세상을 향해 씩씩하게 발을 내딛는 모습이 이 일을 계속하게 한 원동력이라고 선생님들은 말했다.

2024년 기준 전국 특수교사는 2만7천84명, 특수교육 대상 학생은 11만5천610명이다. 특수교사는 매년 1천명 넘게 늘고 있지만 학생 수가 더 빠르게 증가하며 인력난과 학급 과밀 문제가 계속되고 있다.

hyuns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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