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에가면]② “엄마 더 놀고 싶어요”… 흙 밟고 웃는 아이들, 자연이 친구가 된다

“아이들이 흙에서 모래놀이하고 동물도 구경하다 보면 시간이 금방 흐릅니다. 요즘은 놀이터도 바닥에 우레탄을 많이 써서 그런지, 흙을 보면 더 즐거워하는 거 같아요. 부모님이 집에 가자고 하면 울어요. 더 놀고 싶다고.”
지난달 24일 전북 완주군 소양면 ‘드림뜰 힐링팜’을 운영하는 송미나(36) 대표는 농장을 찾은 아이들이 너무 만족해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산으로 둘러싸인 드림뜰 힐링팜에 들어서면 텃밭과 동물농장, 숲길, 계곡까지 자연 그대로의 놀이터가 펼쳐진다. 주말이면 가족 단위 방문객들로 북적인다.
송 대표는 “대부분의 손님이 가족 단위로 온다. 방문하면 보통 2~3시간 이상 머무른다”며 “동물이나 곤충을 보며 산책을 하고, 직접 허브나 채소를 수확해 보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는 “들판에서 비눗방울 놀이를 하기도 한다. 여름에는 계곡에 발을 담그며 피서를 즐기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5월 가정의 달,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낼 장소로 농촌 체험지가 주목받고 있다. 흙을 밟고 자연을 만끽하며 어른도 아이도 동심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삭막한 도시를 벗어나 흙, 꽃, 동물, 숲과 함께 뛰노는 ‘망중한’(忙中閑)은 놀이를 넘어 감각을 끌어올리는 소중한 경험이 된다.
◇ 흙, 식물, 동물과 함께… 웃음꽃 피는 체험
드림뜰 힐링팜의 킬러 콘텐츠는 ‘유칼립투스 다발 만들기’와 ‘피자 만들기’다.
농장 내 허브 온실에 가득한 유칼립투스와 라벤더, 페퍼민트 사이를 걸으며 손으로 허브를 쓰다듬으면 기분 좋은 향이 코끝을 때린다. 심신을 이완하는 아로마 체험이 따로 없다. 이 중 유칼립투스 가지 끝 잎을 하나하나 떼어내 꽃다발처럼 ‘유칼립투스 다발’을 만들었다.
다발을 만드는 내내 유칼립투스 향이 머리를 상쾌하게 했다. 손에는 허브향이 배었다. 단순한 노동은 잡생각을 지웠고, 다발 완성을 통해 뿌듯한 성취감도 느낄 수 있었다.
송 대표는 “유칼립투스는 비염 완화에 좋고, 다발을 말려도 향이 오래 유지된다”며 “가지들을 정리해 리본으로 묶기만 하면 돼 어린아이도 손쉽게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라고 말했다.
이어 ‘로컬 피자 만들기’를 체험했다. 농장 텃밭에서 상추와 바질, 식용 꽃을 톡톡 땄다. 딴 채소와 꽃잎을 깨끗한 물에 씻고, 다듬었다.
직접 빚은 피자 반죽 위에 채소와 꽃으로 모양을 냈다. 반죽을 동그랗게 만들던, 하트 모양으로 만들던 모든 건 개인의 선택이다. 정답은 없다. 내가 표현하고 싶은 피자를 만들면 그걸로 충분하다.
모양을 낸 피자는 화덕에 들어가 노릇노릇하게 익어갔다. 화덕에서 나온 피자의 맛은 유명 브랜드의 제품보다 맛있었다고 하긴 어려웠지만, 직접 만들었다는 성취가 특별한 양념이 됐다. 어린이들에겐 이 양념의 효과가 더욱 컸다. 송 대표는 “아이들이 직접 채소를 수확하니, 평소에 채소를 안 먹던 아이들도 맛있게 먹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애플민트로 모히토를 만들었다. 직접 딴 민트 잎을 손으로 찢어 탄산수에 넣자 향긋한 음료가 완성됐다.

아이들에겐 동물 체험도 포기할 수 없는 시간이다. 전주에 사는 김재이(5세) 어린이는 “산양한테 당근이랑 배추를 줬는데 정말 잘 먹었어요. 모래놀이랑 물놀이도 너무 재미있었어요”라며 해맑게 웃었다.
드림뜰 힐링팜은 ‘회복을 드리고, 마음을 나눈다’라는 사명 아래 치유농업 인증 농장으로 운영된다. 송 대표는 원예치료사, 직업재활사, 사회복지사 자격을 갖춘 치유농업 전문가다.
아이들은 텃밭과 숲을 누비며 ‘놀 줄 아는 아이’로 자라난다. 송 대표는 “농업은 단순한 생산이 아니라 사람을 살리고 마음을 보듬는 일”이라며 “더 많은 가족이 농촌에서 치유의 시간을 가져보길 바란다”고 말했다.

◇ 치유농업, 농촌을 새롭게 품다
어린이를 겨냥한 채소 수확과 가축 사육 프로그램도 치유 농업의 한 분야로 통한다. 건강과 관계 회복을 목적으로 농업을 활용하는 사례에 속하기 때문이다. 정신건강 전문가들은 “치유농업은 현대인의 녹색 갈증을 해소하고 스트레스 극복을 넘어 전인적 치유의 길”이라고 평가한다.
특히 아동과 청소년 대상 치유농업 프로그램은 성장기 정서 안정과 자존감 회복에 긍정적 효과를 주는 것으로 전해졌다. 농촌진흥청 관계자는 “식량자원을 활용한 치유농업은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생리적 욕구를 충족시켜 심리적 편안함을 제공한다”며 “농업 활동을 통해 노동의 가치를 체득하고 성취감을 얻는 것도 효과 중 하나”라고 했다.
하지만 아무 프로그램이나 ‘치유농업’으로 분류하긴 애매하다. 정부도 이러한 문제를 인식하고 프로그램 서비스 품질 관리를 위해 올해부터 ‘치유농업 시설 인증제’를 도입했다. 해당 인증은 농업경영체나 비영리법인이 신청하면, 시설·장비, 인력, 프로그램 운영 수준 등을 종합 심사해 적격 판정이 날 경우 부여된다.
정부는 또 ‘치유농업’ 전문 인력 양성을 위해 ‘치유농업사’ 제도도 마련했다. 현재까지 647명의 2급 치유농업사가 배출됐다. 치유농업사는 관련 자격시험을 통해 선발되며, 치유농업 프로그램을 기획·운영하고 현장에서 참여자들을 지도하는 전문가다. 심리·사회적 돌봄을 목적으로 프로그램을 설계하거나 진행하고 자격이 있으면 정부나 지자체의 치유농업 지원사업에 참여할 수 있다.
1급 치유농업사 시험은 2026년 이후 시행될 예정이다. 1급은 2급보다 더 높은 수준의 전문성과 실무 경험이 요구된다. 단순 프로그램 실행을 넘어 치유농업 서비스의 기획·경영, 인력의 교육·관리, 프로그램의 총괄 운영 같은 고난도 역할까지 수행할 수 있다.
농진청 관계자는 “우수 치유농업 시설 인증과 전문 인력 양성을 통해 국민이 신뢰하고 이용할 수 있는 치유농업 기반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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