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외국인 앞 대소변까지”…제주 탐라문화광장 상인들 고통 호소
상인들 “해코지 할까 봐 겁나”
"술 마시는 건 기본이고, 길 한복판에서 바지를 내려 대소변을 보기도 해요. 무서워서 따지지도 못하죠"
제주 탐라문화광장이 고질적인 노숙·주취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는 가운데, 인근 상가 상인들이 극심한 피해를 호소하며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10일 오후 1시께 찾은 제주시 일도1동 탐라문화광장은 단체 외국인 관광객뿐 아니라 나들이 나온 내국인들로 붐비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불과 몇 걸음 떨어진 칠성로 상가 인근에는 대낮부터 술을 마시는 주취자들이 목격됐다.
탐라문화광장 일대는 국민건강증진법에 따라 금연·금주 구역으로 지정돼 있지만, 주취자들의 무단 음주와 소란 행위는 끊이지 않고 있다.
상습 주취자들은 자치경찰의 순찰이 시작되면 자리를 옮겨 인근 도로변이나 상가 앞으로 이동해 음주를 이어가며 소란을 피우고 있다.
상인들은 수년째 반복되는 음주 소란, 노상 방뇨, 흡연, 욕설 등으로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이날 만난 상인 A씨는 "많게는 20명 넘게 모여 길가에 앉아 술을 마시고, 노래하거나 욕하며 다투기도 한다"며 "무서워서 함부로 말도 못 하고, 자주 경찰에 신고하는 것도 미안해서 그냥 참는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또 상인 C씨는 건물과 울타리 사이에 쌓인 쓰레기를 보여주며 "막걸릿병, 음식물쓰레기, 일회용기, 담배꽁초 등으로 바닥이 안 보일 정도"라며 "대변을 보는 경우도 있어 관광객들 보기 창피해 죽겠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동문시장부터 칠성로, 중앙로 일대는 제주를 찾는 관광객이 많은 곳인데, 이런 모습은 관광도시 이미지에도 심각한 타격"이라고 지적했다.
탐라문화광장의 주취자 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금주 구역으로 지정된 2022년 1월 이후 올해 4월 중순까지 음주소란 72건, 흡연 행위 10건이 적발돼 과태료가 부과됐다.
행정 역시 난색을 표한다. 한 담당 부서 관계자는 "과태료를 부과해도 미납하는 경우가 많고, 통장 압류도 기초생활수급자에게는 적용하기 어렵다"며 "이들의 인식 개선이 먼저 돼야 할 것"이라고 어려움을 전했다.
민원이 잇따르자 지난 12월 제주도 안전건강실을 중심으로 도내 12개 유관부서가 참여하는 '탐라문화광장 내 생활안전 환경개선 전담팀(TF)'이 꾸려지기도 했다. 전담팀은 올해 1월부터 음주·소란행위 등 무질서 행위 개선 추진계획을 수립해 매월 추진 상황을 점검, 관리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현장에서는 "전보다 소란이 조금 줄었을 뿐, 문제는 그대로"라는 냉소적인 반응이다.
이와 관련해 제주도 관계자는 "인권 등의 문제로 당장 강제 해산은 어렵다"면서도 "직접 주취자들과 대면해 복지 연계 등 지원 방안을 찾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