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러시아의 딸 ‘뒷배’ 기대?…러대사관 찾아 “북러친선 만세”

신대원 2025. 5. 10.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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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첫 방문…김주애 공식 외교행사도 처음
김정은 ‘서울의 군대 무모함’ 막으려 파병 주장
북러 ‘혈맹관계’ 강조…러 파병 대가 우회 압박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0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전날 전승절 80주년을 맞아 딸 김주애와 함께 러시아대사관을 축하방문했다고 보도했다. 김 위원장과 딸 주애가 러시아 어린이들로부터 꽃다발을 받고 있다. [평양 노동신문=뉴스1]

[헤럴드경제=신대원 기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9일 러시아의 제2차 세계대전 승리기념일인 전승절 80주년을 맞아 딸과 함께 주북 러시아대사관을 방문했다.

김 위원장은 축하연설을 통해 우크라이나 전쟁 파병의 정당성을 강변하며 북러관계가 동맹 수준에 올라섰음을 강조했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김 위원장이 전날 러시아대사관을 축하방문했다며 “존경하는 자제분께서 동행하시었다”고 10일 보도했다.

김 위원장이 러시아대사관을 찾은 것은 최고지도자 자리에 오른 후 처음이다.

김 위원장의 주북 재외공관 방문 자체가 2016년 피델 카스트로 사망 때 쿠바대사관과 2018년 중국 관광객 32명이 북한에서 교통사고로 숨졌을 때 중국대사관 등 손에 꼽을 정도다.

김 위원장의 딸 김주애가 북한 내 행사 등의 자리에서 외교단을 직간접적으로 만난 것을 제외하고 공식 외교행사에 등장한 것도 처음이다.

북한은 그간 김주애에게 ‘존귀하신 자제분’, ‘사랑하는 자제분’, ‘존경하는 자제분’ 등의 표현을 써왔는데, 최선희 외무상이 전날 김주애를 ‘가장 사랑하는 따님’으로 언급한 것 역시 특기할만한 대목이다.

일각에선 김주애의 이번 러시아대사관 동행을 둘러싸고 김 위원장이 향후 후계구도를 염두에 두고 러시아의 후견을 기대한 포석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0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전날 전승절 80주년을 맞아 딸 김주애와 함께 러시아대사관을 축하방문했다고 보도했다. 김 위원장과 딸 주애가 러시아대사관으로 이동하고 있다. [평양 노동신문=뉴스1]

김 위원장은 이날 축하연설에서 노동당 본부청사에서 러시아대사관까지 차를 타고 오는데 80여초밖에 걸리지 않았다며 짧은 시간이었지만 북러관계의 친밀감과 형제적 감정을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5·9절은 러시아 인민의 명절인 동시에 인류공동의 명절이며 조선인민의 명절, 그리고 나 자신의 명절”이라면서 “러시아의 전승절인 5월 9일이 없었더라면 조선과 동방의 해방의 날인 8월 15일도 없었을 것이며 조선인민이 걸어온 역사적 노정도 보다 간고하고 험난했을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김 위원장은 특히 우크라이나 파병의 정당성을 강조하면서 한국의 무모한 군사적 움직임을 사전에 막기 위한 것이었다는 식의 논리를 펼치기도 했다.

그는 “우리의 참전은 정당한 것이었으며 이는 우리의 주권적 권리영역”이라면서 “우리 조선인민의 장한 아들들, 쿠르스크 작전에 동원된 군인들 모두가 영웅이고 이 나라의 명예의 최고대표자들”이라고 밝혔다.

또 “그들은 피로써 조로동맹관계의 굳건함을 증명”했다며 “두 나라 인민들 사이의 공고한 전투적 우의와 동맹관계, 형제관계의 가장 높은 전략적 높이를 과시했다”고 말했다.

특히 “우크라이나 괴뢰들이 핵대국의 영토에 대한 군사적 행동을 노골화하는 것을 그대로 방치해둔다면 그들은 필경 더욱 분별없이 겁 없는 행동에 용감해질 것이고 그러면 미국의 특등 앞잡이인 서울의 군대도 무모한 용감성을 따라 키울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 무모한 용감성은 마치 전염성이 높은 비루스(바이러스)와도 같이 전파될 것”이라며 “우리는 이러한 잘못된 위험한 현상들을 바로잡아야 할 의무를 책임적으로 행사해야 한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방치했다면 한국도 ‘핵보유국’인 북한을 상대로 ‘무모한 군사적 행동’에 나설 우려가 있었기 때문에 파병이 불가피했다는 것이다.

아울러 북한의 ‘가장 우수한 아들들’이 참전해 피흘려 공동의 적을 물리쳤다는 점을 드러냄으로써 러시아 측에 향후 북러 친선관계를 지속 발전시키고 반대급부를 제공할 것을 은연중 압박하기도 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0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전날 전승절 80주년을 맞아 딸 김주애와 함께 러시아대사관을 축하방문했다고 보도했다. 김 위원장이 축하연설을 하는 모습. [평양 노동신문=뉴스1]

김 위원장은 축하연설 내내 수차례에 걸쳐 북러관계 의미와 발전을 강조했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연설 전체 문장 중 북러관계 위상을 표현한 문장만 14회 가량 등장한다”며 “북러 동맹관계의 위상과 지속성을 강조하는 데 집중했다”고 평가했다.

홍 선임연구위원은 이어 “동맹적 기초 위에 올려 세웠고 형제관계, 동맹관계, 혈맹관계 등의 표현으로 현재 북러관계 위상을 규정했다”며 “동맹 표현을 주저하거나 피하는 러시아에 대한 확실한 동맹 위상을 확인하면서 지속성을 요구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김 위원장은 끝으로 “몸은 비록 모스크바와 수만리 떨어진 평양에 있어도 지금 우리의 마음은 승리의 열병식장인 붉은광장에 있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동지와 전체 러시아 인민, 러시아 군대와 함께 있다”면서 “위대한 승리의 날 만세, 영원불멸할 조로친선 만세”라며 축하연설을 매듭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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