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최대 격전지는 '中 금융시장'[양정대의 전쟁(錢爭)외교 시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에 공개 요구한 ‘개방’의 대상은 금융시장이라는 게 중론이다. 이는 중국에 수출하려는 ‘상품’이 제조업에 국한되지 않고 금융∙정보기술(IT) 서비스 등의 분야까지 포괄한다는 의미다. 중국의 내수 활성화 과정에 미국 자본을 유입시켜 미국 기업들의 수익 구조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중국은 금융시장 개방을 ‘경제주권’ 문제로 여기는 만큼 충돌이 불가피하다.
트럼프가 중국에 금융시장 개방을 요구하는 직접적인 이유는 중국 생산품의 수출 경쟁력을 약화시킴으로써 무역수지 적자를 개선하기 위함이다. 중국에 해외자본이 들어가면 위안화에 대한 수요가 늘어 위안화 가치가 높아지고, 이는 중국의 수출품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저에는 제조업 상품뿐 아니라 글로벌 경쟁력이 월등한 금융∙IT 서비스 분야의 중국 시장 진출, 위안화의 국제화 견제 등의 의도가 내포돼 있다. 제조업 수출에 금융흑자를 보완해 무역적자를 줄이겠다는 것이고, 중국을 달러 체제 내에 묶어둠으로써 금융패권을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실제 미국은 상품무역에서 막대한 적자를 보는 것과 달리 서비스수지는 연평균 2,500억 달러 흑자를 내고 있다. 전체 무역 적자의 40% 이상을 상쇄하는 규모다. 투자은행(IB)과 카드∙보험회사, 컨설팅회사 등이 외국인투자 유치 중개, 금융상품 취급 확대, 고령화∙부동산 리스크 관리 등으로 중국 가계소비 과정에 관여함으로써 서비스수지 흑자를 늘릴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트럼프의 속내가 제조업 부흥보다 금융시장 개방에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중국은 2001년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을 기점으로 금융시장 개방에 나섰지만, 선택적∙조건부 개방으로 속도와 범위를 통제해왔다. 그러다 2018년 국제수입박람회 개최를 계기로 외국인 지분 제한의 단계적 폐지, 외국 금융사의 시장 진입 요건 완화 등 제도 개선에 적극 나섰다. 이후 글로벌 은행 30여 곳이 중국에 지점을 설립했고, 전 세계 40대 보험사 중 절반가량도 진출했다.
동시에 금융 리스크 관리와 국가안보 우려 해소를 명분으로 한 규제도 강화됐다. 중국은 특히 2023년 시진핑 3기 체제 출범 직후 증권업을 제외한 모든 금융기관을 관리∙감독하는 국가금융감독관리총국을 신설했다. 높은 수준의 금융시장 개방을 추진하되 금융리스크와 자산 유출 등을 엄격히 관리하겠다는 취지인데, 체제의 특성상 금융산업 위축과 외국계 금융사 통제로 이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금감총국이 출범 첫해에 금융사들에 부과한 벌금 총액은 전년 대비 3배 가까운 78억3,800만 위안(약 1조5,000억 원)에 달했다.
판궁성 중국 인민은행장은 지난달 미국을 방문해 “대외 개방을 고수하겠다”고 강조했다. 다만 중국이 해외자본의 급격한 유출입에 따른 혼란과 정보 통제에 대한 반발을 감수할 이유가 없어 금융시장 자유화에 가까워질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중국은 외국계 자본의 대량 유입에 따른 통제력 상실 가능성을 경제주권 문제로 인식하는 데다 금융시장 전면 개방을 서방 질서로의 편입이자 체제 안정성에 대한 위협으로 간주한다. 1997년 아시아권 금융위기도 반면교사다.
미국은 중국이 인플레이션 걱정 없이 미국 제품에 대한 수입을 늘릴 수 있게 위안화 절상을 도모할 것이고, 이는 금융시장 개방 폭을 넓혀 해외자본의 중국 유입을 확대하려는 움직임과 맞물려 있다. 이를 경제주권과 체제 안정의 문제로 여기는 중국이 위안화 절하 카드로 반격할 경우 글로벌 경제 전체가 휘청일 수 있다. 중국 금융시장 개방의 폭과 수위가 총성 없는 미중 전쟁의 최대 격전지인 이유다.
양정대 선임기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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