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꿀벌이 사라지고 있다
꿀 생산하고 꽃이나 열매 맺도록 도와
최근 이상 기온으로 집을 나갔다가 돌아오지 못하거나 죽는 꿀벌이 늘면서 꿀벌 농가에 빨간불이 켜졌다.
벌통에는 한 마리의 여왕벌과 수천~수만마리의 일벌, 수백마리의 수벌이 군집을 이루고 있다. 여왕벌은 1~5년 생존하며 평생 산란만을 하며 꿀벌(일벌)은 봄~가을에는 30~40일, 겨울 월동 기간엔 3~4개월 생존한다. 나이가 든 꿀벌은 꿀, 화분 등을 수집하다가 수명이 다하면 외부에서 죽는다.
꿀벌은 크게 벌꿀을 생산하거나 화분을 매개해 꽃이나 열매를 맺도록 돕는다. 사용 시기나 목적이 달라 양봉농가에서 꿀벌을 증식하고 키우는 등 사양관리에 차이를 보일 뿐 특별히 꿀벌마다 역할이 주어지는 것은 아니다.
국립농업과학원 양봉생태과 자료에 따르면 월동 후 2~3월에 6천600마리였던 벌 수는 4월이 되면 1만7천600마리로 증가하고 벌꿀 생산기인 5~6월엔 3만마리 이상 증식한다. 이 시기에 벌통을 늘려 벌통당 6천~7천마리로 벌을 나눠 꿀을 생산케 하고 11~2월엔 줄어드는 벌 수 만큼 벌통도 줄여 월동을 준비한다.
11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에 해당하는 동절기엔 꿀벌이 야외에서 활동하기 어려운 시기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꿀벌도 월동에 들어간다. 꿀벌에게 월동이 중요한 이유는 평균 한 달 남짓한 수명을 3~4개월로 늘려 겨울이 지나 봄이 됐을 때를 대비하는 목적이 가장 크다. 그러나 딸기, 참외 등 시설재배 작목 수분을 위해 꿀벌이 필요하기 때문에 일부 꿀벌을 월동시키지 않고 일벌을 양성해 화분매개용으로 사용한다.
화분매개용으로 양성된 일벌 외엔 대부분 동절기에 월동을 거쳐 2~3월에 왕성하게 증식시키고 4~5월에 아까시꿀 등 벌꿀 채취를 최대한 할 수 있도록 관리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따라서 화분매개로 사용하기 위한 꿀벌은 필요한 시기에 일벌이 왕성하게 수분활동을 할 수 있도록 양봉농가에서 관리를 해주는 편이다.
꿀벌이 사는 데 최적의 온도는 15~30도다. 증식하고 먹이활동하기 용이한 적정한 온도와 꿀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될 꿀샘식물 등 충분한 먹이원이 공급되면 활동이 활발해지고 기온이 15도 이하로 떨어지는 겨울철에는 대부분의 곤충이 그렇듯 활동을 줄이고 월동에 들어간다. 겨울을 보낸 후 봄이 되면 여왕벌이 산란을 하고 먹이활동을 해 세력을 키우고 증식, 일벌의 화분매개, 꿀 채취가 반복되는 것이 꿀벌의 생활 패턴이다. 날씨가 추워지는 겨울은 꿀벌들의 휴식기다. 그러나 잦은 온도 변화는 대부분의 동식물들과 마찬가지로 꿀벌에게도 상당한 스트레스로 면역력이 저하되고 생존에 불리하고 질병에도 취약해진다.
‘꿀벌’에 의해 화분매개가 되는 농작물은 수박‧딸기‧참외‧멜론‧사과‧고추‧배‧감‧자두‧복분자‧산딸기‧석류‧대추‧구기자‧여주 등 22종이다. 꽃꿀과 꽃가루가 많은 작물에 효과적인 편이다.
꿀벌 외에도 뒤영벌도 화분매개 역할을 한다. 꽃가루가 많은 작물에 효과적이며 꽃꿀이 적은 작물에서도 사용이 가능해 토마토‧고추‧딸기‧사과‧블루베리‧파프리카 등 16종 매개에 쓰인다.
특히 딸기‧고추‧사과‧블루베리 등 12종은 화분매개용 부족 시 대안 기술로 뒤영벌 사용도 가능하다.
꿀벌도 생태계의 일원, 적정한 밀도 유지해야
이상 기온 등 예상치 못한 날씨 변화에 꿀벌이 더 잘 생존하고 왕성하게 번식할 수 있도록 양봉농가를 관리하고 꿀벌의 생존을 도와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달 16일 서천호 국민의힘 의원은 꿀벌 집단 폐사로 피해를 입은 양봉농가를 실질적으로 지원하고 재발 방지 제도를 구축하기 위한 ‘양봉산업의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 개정안은 꿀벌 집단 폐사로 인한 직간접 피해에 대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지원 근거를 신설하고 폐사 원인 및 산업 영향에 대한 조사·분석, 피해 실태조사 및 지원계획 수립을 위한 정책 기반을 마련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서 의원에 따르면 최근 전국적으로 약40만 봉군에 78억여마리의 꿀벌이 폐사하거나 실종되는 사태가 발생하면서 양봉농가의 소득은 물론이고 생계 기반까지 동시에 위협받고 있다.
집단 폐사의 원인으로는 꿀벌응애류·말벌류의 공격, 기후 변화, 봉군관리 등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무엇보다 명확한 원인 규명이 어려워 대응에 한계가 있다는 것이 서 의원 측의 주장이다.
서 의원은 발의안을 통해 꿀벌의 개체수 감소는 사과·배·마늘·고추·호박·당근 등 꿀벌을 매개로 수분하는 작물의 연쇄 피해로 이어질 수 있으며 이는 자칫 생태계 전반의 균형을 무너뜨릴 수 있는 심각한 위기로 확산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현행법에는 집단 폐사에 대한 정책적 대응이나 지원 근거가 미비해 농가들이 사실상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일본의 ‘양봉진흥법’, 중국의 ‘양봉관리방법’을 통해 양봉산업 지원 체계를 갖추고 있으며 미국과 유럽연합 또한 꿀벌 건강 연구, 유해 농약 규제, 도시 양봉 활성화 등 다양한 제도적 수단을 통해 대응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서 의원은 “이번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꿀벌 집단 폐사로 인한 경제적 손실 보전뿐 아니라 양봉산업 전반의 안정성이 크게 향상될 전망”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체계적인 원인 규명과 예방 시스템 구축을 통해 향후 유사 피해를 선제적으로 차단하는 효과가 기대된다. 또 농작물 수분에 필수적인 꿀벌 개체수를 유지해 과수·채소 농가의 간접적 피해도 예방할 수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측하고 있다.
이에 대해 국립농업과학원 양봉생태과 관계자는 “유럽 등에선 꿀벌도 생태계의 일원으로 동물복지의 개념으로 접근하고 있어 우리나라의 양봉산업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는 현재 농촌진흥청, 농림축산검역본부, 산림청, 기상청, 환경부 등 5개 부처가 꿀벌 보호와 생태계 보전을 위해 기후변화에 대응해 밀원수종 개발에 착수했다.
관계자에 따르면 꿀벌은 2020년 8월 28일 시행된 ‘축산법’과 ‘양봉산업법’의 적용을 받고 있으며 꿀벌의 화분매개는 5조8천억~6조원의 가치를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벌꿀 등 양봉산물과 화분매개용 판매 등 양봉산업은 7천억원 규모로 ▲벌꿀 ▲화분매개 ▲프로폴리스 ▲벌화분 ▲봉독 ▲로열젤리 순으로 수입원이 조성돼 있다.
꿀벌의 건강을 위해선 꿀벌 벌무리 100군을 기준으로 13.5ha의 꿀샘식물을 식재하는 것이 적당하다. 좁은 공간에 꿀벌 벌무리 수가 많은 경우 꽃꿀을 따기 위해 꿀벌 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이로 인해 피로도가 증가해 수명이 단축된다.
양봉생태과 관계자는 “꿀벌은 생태계의 일원으로 화분매개 생산과 야생동식물 유지에도 반드시 필요하다”며 “인위적으로 개체수를 늘리는 방법보다는 적정한 밀도를 유지하는 것이 생태계 유지 측면에서도 중요하다”고 전했다.
조혜정 기자 hjcho@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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