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채·고기·내장요리… 친숙한 백반집 반찬에 빠지다 [김동기 셰프의 한그릇]

2025. 5. 10.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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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 ‘충칭 샤오몐’
FHA 요리대회 준수한 성적 한국팀
기쁜 마음으로 겔랑로드 식당 찾아
반찬 골라 접시에 덜어 먹는 백반집
고기볶음·마파두부 일행 입맛 잡아
‘스페셜 소고기 누들’ 얼얼한 국물 일품
한 식당서 다양한 민족 요리 이색적
아시아에서 가장 권위 있는 요리대회 ‘싱가포르 FHA 요리대회’를 마친 뒤 대회에 출전한 한국팀 셰프들은 겔랑로드의 식당 ‘충칭 샤오몐(ChongQing XiaoMian)’을 찾았다. 다민족 문화가 녹아든 거리에서 만난 이곳은 단순한 식사를 넘어 작은 여행 같은 경험을 선사했다. 웍 소리와 함께 피어오른 향긋한 냄새, 그리고 얼얼한 국물 맛은 싱가포르의 무더운 공기만큼이나 강렬하게 기억에 남는다.
싱가포르식 백반
◆싱가포르 요리대회

세계조리사협회(World Chefs) 주관으로 열리는 싱가포르 FHA 요리대회는 선수들의 수준과 요리 난이도가 매우 높다. 특히 후배들과 함께 출전한 이번 대회는 코로나19 확산이 시작된 이후 무려 5년 만이다. 공항을 나서자 동남아 특유의 습한 공기가 피부에 와 닿는다. 요리대회 출장은 단순한 여행이 아니다.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다큐멘터리 같은 여정이다. 지난해 출전한 독일 요리올림픽에서는 선수 두 명이 다리가 부러지는 사고가 있었다. 믿기 힘든 일이지만, 이런 일이 실제로 벌어지는 곳이 바로 요리대회다.

걱정과 긴장 속에서도 많은 짐을 챙겨 무사히 싱가포르 숙소에 도착했다. 짐을 숙소에 맡긴 뒤 체크인 시간 전 이른 아침을 먹기 위해 길을 나섰다. 비가 내린 듯 눅눅한 날씨에 비행기에서 선잠만 잔 일행들은 더욱 피로를 느꼈다. 숙소 근처를 걷다 보니 허름한 식당이 하나 눈에 띄었다. 목적지 없이 걸었던 터라, 더위와 허기로 지친 우리는 선택의 여지 없이 그곳으로 들어갔다. 싱가포르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스타일의 식당으로 반찬을 골라 접시에 덜어 밥과 함께 주는 방식이다. 허름한 외관이 음식의 맛을 대변하는 것은 아니기에 기대를 품고 젓가락을 들었다. 그러나 이내, 더위와 함께 퍼지는 상한 맛이 올라왔다. 몇 입 먹지 못한 채 일행은 시원한 음료만 마시고 자리를 떴다. 사방에서 비둘기들이 날아들었기에 이후 이곳을 ‘비둘기 식당’이라 부르며 여행 내내 웃음거리로 삼았다.
스페셜 비프 누들
싱가포르 요리대회는 성공적으로 끝났다. 새로운 카테고리 ‘모던 런치’ 부문에서는 필자가 금메달을 받았고, 모티브 케이 쿨리너리(Motive-K Culinary Team) 최예빈 셰프는 베지테리언 부문에서 금메달을 수상했다. 남희철 푸드스타일리스트와 옥건 소믈리에는 각각 동메달을 추가하며 한국 선수 7명이 금 2개, 은 2개, 동 5개를 획득하는 준수한 성적을 거뒀다.

◆싱가포르 백반집 충칭 샤오몐

대회가 끝난 뒤 기쁜 마음으로 숙소 근처 겔랑로드의 식당 충칭 샤오몐을 찾았다. 겔랑로드는 싱가포르 내 말레이시아인 정착지로, 말레이시아 문화를 진하게 느낄 수 있는 동네다. 이 식당은 싱가포르식 백반 스타일로, 주로 중국 요리를 내놓는다. 식당 내부는 깔끔했고 같은 건물 안에는 할랄 음식점과 인도 음식점이 나란히 있었다. 그런데 유독 이 중국 음식점만 손님들로 북적였다. 주방은 보이지는 않았지만 웍을 휘젓는 격렬한 소리가 바쁜 분위기를 증명했다. 유리장 안에는 다양한 반찬들이 진열돼 있는데 하나같이 윤기 넘치고 신선해 보인다. 반찬이 비워질 때마다 갓 만든 요리로 다시 채워졌고 끊임없이 순환했다. 야채, 고기, 내장요리 등 친숙한 메뉴들이 많았다.
토마토 계란
빨간 양념의 고기볶음은 한국의 제육볶음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특히 이곳의 마파두부는 동남아 특유의 향신료와 조화를 이뤄 일행들의 입맛을 사로잡은 베스트 메뉴였다. 내장볶음, 고기볶음, 마파두부, 공심채볶음 등 음식들은 다소 기름졌지만 더운 날씨에 시원한 맥주와 함께하기에 딱 좋은 조합이다. 이곳은 단품 메뉴들도 인기다. 진한 국물의 국수부터 볶음밥, 완탕면까지 다양한 요리들이 준비돼 있다.
그중 ‘스페셜 소고기 누들’은 압도적인 비주얼과 묵직하면서 얼얼한 국물이 어우러진 이곳의 시그니처 메뉴다. 단품 메뉴는 주문 즉시 조리에 들어간다. 면을 삶고 웍을 휘젓는 소리가 신나게 울려 퍼진다. 곧 큼지막한 소고기와 짙은 선지색 같은 국물을 머금은 국수가 등장했다. 국물을 한입 먹자 덥고 습한 싱가포르 날씨에 지친 몸이 시원하게 풀리는 느낌이 든다. 국수는 탱글거리면서 부드럽게 넘어간다. 볶은 땅콩이 식감을 더했고, 고수와 실파가 특유의 향을 뿜어내며 입안을 즐겁게 흔든다. 소고기는 부드럽다. 국수를 절반쯤 먹고서야 처음 느꼈던 시원한 맛의 비밀을 알게 됐다. 바로 산초다. 입안이 시원하다 못해 얼얼하게 달아오른다. 그래도 젓가락질을 멈출 수 없는 묘한 중독성의 매력에 이끌려 차가운 맥주 한 병을 추가로 안 시킬 수가 없다.
싱가포르 충칭 샤오몐 내부
◆싱가포르 음식문화

싱가포르는 다민족 국가다. 주요 민족으로는 중국계, 말레이계, 인도계, 페라나칸(Peranakan) 등이 있다. 다양한 민족이 뒤섞여 있는 만큼 음식문화도 매우 풍성하고 다채롭다. 싱가포르 음식의 특징은 향신료를 아낌없이 사용하고 쌀과 국수를 주식으로 한다는 점이다. 해산물과 닭고기 요리가 많으며 다인종 국가답게 한 식당 안에서도 다양한 민족의 요리를 함께 접할 수 있다.

싱가포르에는 한국의 백반집처럼 다양한 반찬과 밥을 저렴하게 즐길 수 있는 곳도 많다. 대표적인 형태가 서민형 식문화공간 호커 센터(Hawker Centre)다. 다양한 음식점포가 한 곳에 모여 있어 손님은 원하는 음식을 골라 저렴한 가격에 먹을 수 있다. 호커 센터의 각 점포는 한 가지 혹은 몇 가지 요리에 전문성을 지녔다. 싱가포르 사람들의 대부분의 일상 식사는 이곳에서 해결된다. 나시 빠당(Nasi Padang)은 인도네시아 스타일의 식당으로 밥과 다양한 반찬을 선택해서 먹는 시스템이다.

■동남아 팟타이 만들기

<재료> 쌀국수 90g, 굴소스 1ts, 두반장 1ts, 피시소스 15ml, 설탕 10g, 물 30ml, 땅콩기름 30ml, 건새우 30g, 양파 30g, 다진 마늘 10g, 다진 돼지고기 30g, 고수 10g, 땅콩 분태 10g, 계란 1알, 라임 1조각

<만드는 법>

① 팬에 땅콩기름을 두르고 다진 돼지고기와 마늘을 볶는다. ② 삶은 국수를 넣어 볶다가 양념들을 넣어 골고루 버무린다. ③ 슬라이스한 양파를 넣고, 계란을 풀어 볶은 뒤 접시에 담는다. ④ 고수, 건새우, 땅콩 분태를 위에 뿌려 마무리한다.
 
김동기 다이닝 주연 오너셰프 Payche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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