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피아니즘' 마슬레예프 "만화경 같은 다채로움 선사"
"러시아 음악 연주할 때 자유로움 느껴…발전해나가는 연주자 될 것"
(서울=연합뉴스) 박원희 기자 = "저는 이 프로그램을 만화경(kaleidoscope)이라고 표현하고 싶어요. 감정과 멜로디, 화성이 만화경처럼 다채로운 색채를 지닌 작품들입니다."
러시아 피아니즘(피아노 연주 기법)의 차세대 계승자로 꼽히는 피아니스트 드미트리 마슬레예프(37)가 10일 서면 인터뷰에서 이번 내한 공연을 이렇게 소개했다.
마슬레예프는 2015년 차이콥스키 국제 콩쿠르에서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우승하며 주목받은 러시아 피아니스트다. 우승 후 루체른 등 세계 저명한 음악 축제에 초청받았으며 스카를라티, 프로코피예프, 쇼스타코비치의 작품을 녹음한 그의 데뷔 음반은 2017년 세계 최대 음원 플랫폼 스포티파이에서 '최고의 클래식 음반'으로 선정됐다. 그의 몰입감 있는 연주는 러시아 피아니즘을 잇는다는 평가를 받는다.
마슬레예프는 다음 달 13∼14일 서울 예술의전당 IBK기업은행챔버홀에서 3년 만에 내한 리사이틀을 연다.
첫날에는 1부에서 모차르트의 피아노 소나타 8번과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3번을, 2부에서 차이콥스키의 '18개의 소품' 중 일부를 발췌해 연주한다. 1부와 2부를 각각 고전주의와 낭만주의를 대표하는 작곡가들의 곡으로 구성한 것이다.
마슬레예프는 "두 개의 완전히 다른 시대를 결합한 구성"이라며 "매우 대조적인 곡들이지만 동시에 굉장히 듣기 좋은 구성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고전 시대를 대표하는 모차르트의 위대한 피아노 소나타 중 하나와 그 시대 작품 중에서도 가장 방대한 규모를 자랑하는 베토벤의 소나타를 연주합니다. 2부에서는 차이콥스키의 낭만적인 작품을 연주할 예정이에요. 각 곡은 스타일이 모두 다르고 개별적으로도 큰 대비를 이루는 음악들입니다."
둘째 날에는 마슬레예프가 가장 좋아하는 작곡가 라흐마니노프의 작품들로 채운다. 환상소품곡 중 '애가'와 '전주곡', '회화적 연습곡', '코렐리 주제에 의한 변주곡' 등이다. 라흐마니노프가 편곡한 멘델스존의 '한여름 밤의 꿈' 중 '스케르초', 무소륵스키의 '소로친스크의 시장' 중 '고파크'도 연주한다.
"'스케르초'는 제가 정말 사랑하는 피아노 소품입니다. 굉장히 난이도 있는 프로그램이지만, 제가 이 곡들을 사랑하는 만큼 관객 여러분께서도 함께 좋아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마슬레예프는 2015년 차이콥스키 국제 콩쿠르에서 우승한 이후 10년간 달라진 점으로 경험을 꼽았다. 그 덕에 무대에서 더 자유로워졌다고 했다.
마슬레예프는 "이제는 무대에서 더 자유롭고 어떤 곡을 연주할지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게 됐다"며 "연주 자체에서 오는 기쁨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똑같다. 여전히 연주하는 이 일을 사랑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러시아 피아니즘의 계승자로 꼽히는 데 관해서는 "러시아 피아니즘을 자세히 생각해본 적은 없다"면서도 "저 자신이 그 전통의 일부라고는 확실히 느낀다. 아무래도 오랜 시간 러시아에서 공부했고 제 스승님, 그분의 스승님, 그리고 그 윗세대까지 이어지는 전통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저는 러시아 음악을 정말 사랑하고 어떻게 연주해야 하는지를 직관적으로 느낄 수 있는 것 같아요. 러시아 작곡가의 새로운 레퍼토리를 준비하는 데도 전혀 어려움이 없고요. 그 음악은 제 영혼의 일부라고밖에 표현할 수 없을 것 같아요. 러시아 곡을 연주할 때는 훨씬 더 자유로움을 느낍니다."
마슬레예프는 피아노 레퍼토리가 무궁무진하다며 피아노를 수많은 가능성을 지닌 악기라고 했다.
그는 "피아노 레퍼토리는 정말 방대하고 다양한 스타일이 존재해 저는 그중 아주 일부만 연주할 수 있다"며 "결국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그래서 피아노를 치는 게 항상 기쁘면서도 조금의 아쉬움을 남기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발전하는 연주자가 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제가 추구하는 궁극적인 목표는 새로운 레퍼토리를 배우는 동시에, 기존 레퍼토리를 더 나은 해석으로 계속 발전시켜 나가는 연주자가 되는 것이에요. 지금도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 매일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어떤 날은 그걸 이뤘다고 느끼고 또 어떤 날은 그렇지 않네요."
encounter2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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