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수·덕수’로 시작해 ‘문수·덕수’로 마무리[신문 1면 사진들]
※신문 1면이 그날 신문사의 얼굴이라면, 1면에 게재된 사진은 가장 먼저 바라보게 되는 눈동자가 아닐까요. 1면 사진은 경향신문 기자들과 국내외 통신사 기자들이 취재한 하루 치 사진 대략 3000~4000장 중에 선택된 ‘단 한 장’의 사진입니다. 지난 한 주(월~금)의 1면 사진을 모았습니다.
■5월 5일

국민의힘 대선 경선에서 김문수 후보가 승리하면서 대선에 나설 구 여권 주자로 윤석열 정부 장관 출신 김 후보와 정부 2인자였던 한덕수 전 국무총리의 경쟁 구도가 확정됐습니다. 김 후보는 고용노동부 장관 당시 국회 본회의장에서 구야권의 불법계엄 사과 요구를 유일하게 거부했습니다. 한 전 총리는 불법계엄 선포를 위한 국무회의를 소집하고 계엄 선포를 막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누구로 단일화가 되든 대통령 파면으로 치러지는 조기 대선의 의미를 훼손하는 겁니다.
월요일자 1면은 김 후보와 한 전 총리를 마주보도록 그래픽으로 구성했습니다. 두 사람 사이 배경으로 희미한 윤 전 대통령의 이미지를 배치했습니다. 그래픽에는 ‘윤석열 안 지운 이들의 결승전’이라는 제목이 달렸습니다.
■5월 6일

21대 대통령 선거에 뛰어든 대권 주자들이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 한덕수 무소속 예비후보 등은 이날 조계사에서 열린 ‘불기 2569년 부처님오신날 봉축법요식’에 나란히 참석했습니다. 주요 대선주자들이 한자리에 모인 건 각 당 대선 후보 선출 이후 처음입니다. 보수진영 후보 단일화를 놓고 충돌한 김 후보와 한 후보도 이날 첫 대면이었습니다.
대선 후보들이 봉축법요식에서 나란히 앉아 합장하는 사진을 1면에 썼습니다. 다양한 사진들이 마감됐지만, 두 손을 모은 장면에서 대선을 앞둔 후보들의 간절함을 읽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각자 처한 사정에 따라 당장의 꿈이 좀 다르긴 하겠습니다.
■5월 7일

후보 단일화 문제로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당 지도부의 충돌이 격화되고 있습니다. 김 후보는 당이 자신을 대선 후보에서 끌어내리려 한다며 일정 중단을 선언했습니다.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은 단일화 찬반을 묻는 당원투표를 하겠다며 대선 후보 등록 마감일인 11일까지 단일화를 못하면 비대위원장직에서 사퇴하겠다고 배수진을 쳤습니다.
1면에는 권영세 비대위원장과 김문수 후보의 사진을 나란히 썼습니다. 사진 자체가 ‘충돌’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지만, 두 장의 사진을 붙여서 그런 의미를 부여합니다. 지극히 ‘신문사진적’ 언어지요. 시계를 보는 권 비대위원장의 모습에서는 시간에 쫓기는 초조함이, 당 지도부가 설득하러 온다는 소식에 일정을 중단하고 급히 이동하는 김 후보의 모습에서는 재촉에 쫓기는 모습이 읽히기를 바랐습니다.
■5월 8일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한덕수 무소속 대선 예비후보가 단일화를 위한 담판을 벌였습니다. 당이 정하는 방안에 따라 11일까지 단일화하자는 한 후보와 당 주도의 단일화에 거리를 둔 김 후보 간의 입장 차만 확인한 채 결렬됐습니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단식에 돌입하며 버티기에 들어간 김 후보를 압박했습니다.
후보 단일화 갈등이 점입가경으로 가고 있습니다만, 사진회의에서는 새 교황을 선출하기 위한 콘클라베를 앞둔 바티칸 시스티나 성당 사진을 1면으로 정했습니다. 이후 단일화 논의 사진이 들어오면 1면 사진이 바뀔 수 있다는 여지는 뒀습니다. 결국 콘클라베 사진을 지킨 것은 앞서 사흘 연속으로 ‘문수·덕수’ 사진을 1면에 쓴 것에 대한 피로감이었습니다. 이날 1면에는 국민 절반 이상이 “장기적 울분 상태”라는 결과가 나왔다는 기사가 실렸습니다. 정치도 울분에 큰 몫을 하고 있습니다. 성당 내부 벽화에 안구라도 정화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었습니다.
■5월 9일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한덕수 무소속 예비후보 간 단일화를 둘러싼 국민의힘 갈등이 파국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김 후보는 당과 한 후보의 단일화 요구를 뭉개고 있고, 당은 대선후보 교체 절차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김 후보는 이날 법원에 자신의 대선 후보 지위를 확인해달라는 가처분신청을 냈습니다. ‘단일화 촉구 단식’ 중인 권성동 원내대표는 “알량한 후보 자리를 지키려 한다. 정말 한심한 모습”이라며 김 후보를 비난했습니다.
1면 사진은 이날 생중계로 진행된 김 후보와 한 후보의 2차 단일화 논의 모습입니다. 한 후보는 “단일화는 국민의 명령”이라 강조하고, 김 후보는 “왜 뒤늦게 나타나 모든 절차를 다 한 사람에게 ‘약속을 안 지키냐’며 청구서를 내미나”라고 받아쳤습니다. 담판은 결렬됐습니다. 한 주의 시작 1면 사진도 ‘문수·덕수’, 마무리도 ‘문수·덕수’였습니다.
강윤중 기자 yaj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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