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도까지 기대한 적은 없는데..초반 ML 마운드 지배하는 두 30대 베테랑 투수[슬로우볼]
[뉴스엔 안형준 기자]
피베타와 말리, 두 베테랑이 거침없는 호투를 펼치고 있다. 과연 언제까지 이어질 수 있을까.
시즌 개막 두 달째 일정이 진행 중인 메이저리그는 5월 9일(한국시간) '0점대 평균자책점' 선발투수가 드디어 사라졌다. 야마모토 요시노부(LAD)가 애리조나 다이아몬드 백스에 5이닝 5실점으로 무너지며 평균자책점이 0.90에서 1.80까지 오른 것이다. 이제 전체 평균자책점 1위는 1.05를 기록 중인 맥스 프리드(NYY)의 차지가 됐다.
야마모토는 지난시즌에 앞서 다저스와 역대 FA 투수 최고액 계약을 맺은 선수. 프리드 역시 올시즌을 앞두고 양키스와 총액 2억 달러가 넘는 계약을 맺은 특급 에이스다. 두 선수가 메이저리그 전체 평균자책점 1위를 두고 다툰 것은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연봉이 채 2천만 달러도 되지 않는 30대 투수들이 이들을 위협하고 있다. 바로 텍사스 레인저스의 우완 타일러 말리, 샌디에이고 파드레스의 우완 닉 피베타다.
말리는 9일까지 올시즌 8경기 42.2이닝을 투구하며 3승 1패, 평균자책점 1.48을 기록했다. 프리드에 이어 아메리칸리그 평균자책점 2위, 메이저리그 전체로는 3위의 기록이다. 피베타는 7경기에서 40.1이닝을 투구했고 5승 1패, 평균자책점 2.01을 기록했다. 메이저리그 전체 평균자책점 7위, 내셔널리그에서는 센가 코다이(NYM, ERA 1.16), 야마모토에 이어 3위다.
두 선수의 아래 위치한 투수들의 면면은 화려하다 지난해 사이영상 수상자인 태릭 스쿠발(DET, ERA 2.21)을 비롯해 가장 '핫'한 투수들인 개럿 크로셰(BOS, ERA 2.02), 폴 스킨스(PIT, ERA 2.77) 등도 모두 말레, 피베타보다 아래 위치하고 있다. 두 베테랑은 현 시점에서 리그 최고의 에이스들로 손꼽혀도 손색이 없다.
기대치를 까마득히 웃도는 성적이다. 1994년생 말리는 올시즌 빅리그 9년차. 지난시즌에 앞서 텍사스와 2년 2,200만 달러 계약을 맺은 선수다. 지난해에는 부상으로 3경기 12.2이닝, 평균자책점 4.97을 기록하는데 그쳤다. 지난해까지 빅리그 8시즌 통산 성적은 126경기 648.1이닝, 33승 42패, 평균자책점 4.32. 올스타에 선정된 적도 없고 규정이닝 3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한 것도 단 한 번(2021 CIN, 33G 180IP 13-6, ERA 3.75) 뿐이던 투수다.
캐나다 태생인 1993년생 피베타도 마찬가지다. 올해 빅리그 9년차인 피베타는 지난해까지 8시즌 동안 223경기 1,029.1이닝, 56승 71패, 평균자책점 4.76을 기록했다. 한 시즌이라도 꽤나 준수했던 말리와 달리 한 번도 에이스에 근접했던 적이 없는 투수다. 2022년 보스턴에서 33경기 179.2이닝, 10승 12패, 평균자책점 4.56을 기록한 것이 커리어하이 성적이었다. 올시즌에 앞서 샌디에이고가 4년 5,500만 달러 계약을 안겼지만 건강하게 로테이션을 소화하며 3-4선발 수준의 성적을 꾸준히 내달라는 기대치가 담긴 계약이었다.
현실적인 기대치가 최대 3선발 수준이었던 두 선수는 올시즌 초반 상상을 초월하는 맹투를 펼치고 있다. 피베타는 올시즌 부진한 딜런 시즈(ERA 4.91)와 한층 성장한 마이클 킹(ERA 2.22)의 원투펀치를 뛰어넘는 활약으로 사실상 샌디에이고 에이스로 자리했고 말리는 돌아온 제이콥 디그롬(7G ERA 2.61)보다 훨씬 안정적인 피칭을 펼치고 있다. 현 시점에서는 두 투수 모두 양 리그에서 사이영상을 다툴 후보다.
물론 이 활약이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두 투수의 올시즌 성적이 확실하게 좋아진 무언가를 바탕으로 한 것이라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두 투수 모두 올해 BAbip(인플레이 타구 타율)가 뚝 떨어졌다. 말리는 통산 0.295인 BAbip가 올해는 0.214에 그치고 있고 피베타는 통산 0.301인 BAbip가 올해는 0.240에 불과하다. BAbip는 뚝 떨어졌지만 두 투수 모두 예년에 비해 구속은 느려졌고 헛스윙 유도는 줄었다. 그나마 말리는 강타 허용을 예년보다 잘 억제하고 있지만 피베타는 강타 허용마저 늘어난 시즌이다. 말리는 예년보다 볼넷 허용이 늘었지만 피베타는 볼넷을 덜 내주며 출루를 예년보다 잘 억제하고 있다.
허용한 타구 질을 종합적으로 나타낸 기대지표인 xwOBA(기대가중출루율)는 말리가 올시즌 0.318(개인 통산 0.306/ML 평균 0.315), 피베타가 0.295(개인 통산 0.314)다. 말리는 평균보다 나쁜 수치를 쓰고 있고 피베타의 기록은 평균을 웃돌기는 하지만 리그 최상위권은 아니다. 베이스볼 서번트에 따르면 말리의 올시즌 기대 평균자책점은 3.80, 피베타는 3.23으로 실제 기록보다 한참 높다. 두 투수 모두 초반 굉장한 운이 따른 덕분에 엄청난 호성적을 쓰고 있는 것이라는 해석도 충분히 가능하다.
두 선수는 모두 강속구 투수가 아니다. 말리의 포심 평균 구속은 시속 92마일로 리그 하위 17%에 불과하고 피베타도 평균 시속 93.6마일로 하위권(하위 38%)에 머무는 투수다. 하지만 구속이 전부는 아니며 세이버 매트릭스가 산출하는 기대지표가 반드시 실제 성적으로 이어지는 것도 아니다. 말리의 경우 부상을 털어내고 커터의 구사율을 높인 전략이 맞아떨어진 것일 수 있고 피베타는 팔의 각도를 더 높인 것이 좋은 성과로 이어지는 것일 수도 있다.
최근 젊은 스타들이 꾸준히 탄생하고 있는 메이저리그지만 주목받지 못한 베테랑들이 화려하게 날아오르는 것도 큰 볼거리가 된다. 과연 시즌 초반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두 베테랑의 활약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두 투수가 올시즌을 어떤 위치에서 마칠지 귀추가 주목된다.(자료사진=위부터 타일러 말리, 닉 피베타)
뉴스엔 안형준 markaj@
사진=ⓒ GettyImages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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