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 안 낳는데"…세계 곳곳에서 출산 늘어나는 이 집단 [dot보기]

김희정 기자 2025. 5. 10. 0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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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싱글맘·여성커플만 출산 증가…자발적 싱글맘 늘어
미국 가정 1/4이 '한부모'…1000만 가구 넘어 세계 최대
2041년 OECD 회원국 전체 가족의 14%가 한부모 가정
[편집자주] '점(dot)'처럼 작더라도 의미 있는 나라 밖 소식에 '돋보기'를 대봅니다.

지난 2월 동성커플로 아빠가 된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가 8일(현지시간) 워싱턴 의사당의 상원 상업, 과학, 교통 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발언하고 있다. 지난해 초 동성 연인인 올리버 멀헤린과 해변에서 결혼식을 올린 올트먼은 올해 2월 말 아빠가 됐음을 공개했다. /AFPBBNews=뉴스1
#스위스 제네바 상품거래소에서 낮과 밤이 없이 일하던 아나벨 디어링(43)은 39세가 되자 아이를 가질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어느날 친구가 아이를 낳아볼 것을 권했고 고민 끝에 실행에 옮겼다. 육아와 병행하기 위해 독일 남서부 에너지회사 EnBW의 수석법률 고문으로 직장도 바꿨다.

영국 통계청(ONS)에 따르면 영국에는 320만 가구(2023년 기준)의 한부모 가정이 있고 그 중 85%가 '싱글맘' 가구다. 영국 인간 수정 및 배아학 기관의 데이터에 따르면, 영국에서 체외수정 및 기증자 수정을 포함해 불임 치료를 받는 '싱글' 환자가 1999년 305명에서 2022년에는 4660명으로 급격히 늘었다. 30대 후반에서 40대 사이 파트너 없이 혼자 사는 인구가 늘자 기꺼이 한부모의 길을 택하는 싱글맘이 증가하고 있는 것. 파이낸셜타임스(FT)는 영국의 전체 출산율이 떨어지는 가운데 싱글맘과 동성 여성커플의 출산만 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부모 가정의 증가는 영국만의 일이 아니다. 2020년 미국 인구조사 자료에 따르면, 미국은 한부모 가정이 1000만 가구를 넘어 세계에서 가장 많다. 미국 아동의 약 4분의 1이 한부모와 산다. 캐나다의 한부모 가구 수 역시 15년 동안 꾸준히 증가했고, 호주 통계청도 2021년 한부모 가구가 캐나다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가족 유형이라고 보고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데이터 분석에 따르면 38개 회원국의 한부모 가정 수는 2041년까지 44~65% 늘어 전체 가족의 13~14%를 차지할 전망이다.

2월 26일 인천 미추홀구 아인병원 신생아실에서 간호사가 신생아들을 돌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한부모는 한 사람의 소득에 의존해야 하고, 휴가나 학교에서 아이를 픽업할 여력이 부족하며 문제가 생겼을 때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여력이 부족하다. 모든 보육 비용을 오롯이 혼자 짊어져야하는 만큼 경제적 부담도 크다. 일과 가정의 균형을 맞추는데 양부모 가정보다 어려움이 크다. 업무 유연성이 무엇보다 절실하다.

파트너 없이 5·7세 두 자녀를 키우는 미셸 하이먼 머니 채리티(The Money Charity) 최고경영자는 재택근무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하이먼은 "한계가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게 중요하다. 두 부모 가정처럼 두 곳에 동시에 있을 수는 없다"고 밝혔다.

2021년에 아이를 출산한 안나 디아만트는 영국 런던 남부의 한 초등학교에서 주 4일 부교장으로 근무한다. 학교 수업 일정과 행정 업무가 허락하는 한 재택근무를 병행한다. 디아만트는 "교장 선생님도 육아 중이기 때문에 육아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 관리자의 육아 경험이 직원 관리 방식에도 반영된다"고 말했다.

당연히 희생이 따른다. 정규 근무시간 외에 근무 시간을 맞추기 위해 토요일과 일요일 저녁, 아이들이 잠든 평일 저녁에도 일한다. 휴일에 일하기 위해 아이를 돌봐주는 베이비시터에게 거액을 지불한다. 추가 업무나 근무시간 외 행사를 소화하지 못해 경력 발전에 악영향이 미칠 위험도 있다.

서울 강서구 코엑스 마곡에서 열린 마이비 마곡 베이비페어&유아교육전을 찾은 한 아이가 엄마와 함께 카시트 등 육아용품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뉴스1

디어링은 추가 프로젝트를 맡거나 저녁 모임에 참석할 수 없어 자신이 "눈에 띄지 않는" 상태에 있다며 시간이 지나면 승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녀는 한 때 주택담보 대출금의 2배를 육아 비용으로 쓰고, 지금도 월급의 절반을 돌봄 지원에 쓰고 있다. 저녁 행사, 출장, 병가 등을 위한 긴급보육이 모두 추가 비용이다. 법률 책임자 자리를 노리고 "모든 것을 유모에게 맡길" 수도 있지만 아이들을 위해 "감정적으로나 육체적으로" 시간을 내주고 싶다.

중요한 건 가족의 형태가 아니라 이용할 수 있는 '지원'과 '자원'이다. 출산 휴가 후 직장에 복귀하는 싱글맘의 경험을 연구하는 빅토리아 프랫 옥스포드 브룩스대학 수석 강사는 "한부모가 되는 방식이 어떻든 그들이 필요로 하는 지원은 똑같다"고 밝혔다. 디어링은 "확실한 건 아이를 얼마나 원하고 사랑하느냐"라며 "(아이를) 정말, 정말로 정말로 원하는 게 아니라면 이 모든 수고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부모 가정을 위한 자선 단체인 진저브레드의 정책 책임자인 사라 램버트는 "직장을 한부모 가정에 친화적으로 만들지 않는 고용주는 막대한 인재 풀을 놓치게 된다"며 고용주에게도 책임이 따른다고 말했다.

김희정 기자 dontsigh@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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