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레터] 묵호의 서점

연휴에 묵호에 다녀왔다고 했더니 십중팔구 이렇게 되묻더군요. “아, 목포?” ‘목포(木浦)’가 아니라 ‘묵호(墨湖)’입니다. 강원도 동해시 묵호항 인근을 이르는 지명으로, 최근 2030 여성들 사이에서 ‘혼자 여행의 성지’로 불리며 각광받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KTX로 2시간 30분이면 닿을 수 있고, 벽화마을 ‘논골담길’서 내려다보이는 바다가 아름다우며, 대부분의 명소가 가까워 뚜벅이 여행자도 부담이 없거든요.
조선시대 이 동네는 검은 새와 바위 때문에 포구가 검게 보인다 하여 오진(烏津), 혹은 오이진(烏耳津)이라 불렸답니다. 그런데 수해가 났을 때 시찰하러 온 강릉부사 이유응이 “산과 물이 어우러진 곳에서 멋진 경치를 보며 좋은 글씨를 쓰는 데 부족함이 없다”는 의미로 ‘묵호’라는 이름을 붙여주었고, 청주 한씨들이 많이 산다 하여 ‘발한(發韓)’이라 불렸던 이웃 마을은 선비들이 많이 나기를 기원한다며 뒷글자를 ‘붓 한(翰)’으로 고쳐주었다고 하네요.
글쓰기와 관련된 지명의 영향일까요? 포털 사이트에서 ‘묵호 여행’을 검색하니 먼저 다녀온 이들이 하나같이 발한동의 서점 두 곳, ‘책방 균형’과 ‘여행책방 잔잔하게’를 꼭 가봐야 한다며 추천하더군요. ‘동해까지 와서 굳이 서점에 가야 하나?’ 미심쩍어하며 들러 보았는데 두 곳 모두 사람들로 발 디딜 틈 없었습니다. 지역 서점답게 묵호 풍경이 담긴 엽서 등 굿즈도 판매하고, 손님들에게 맛집 등 여행 정보를 나눠주기도 합니다.
계엄 이후 사람들이 정치 뉴스에 골몰하면서 책이 안 팔려도 너무 안 팔린다고 출판사들이 울상입니다. 여행지에서의 특별한 경험을 위해 서점을 찾는 그 마음이 일상에 고스란히 옮겨가면 좋겠습니다. 곽아람 Books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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