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팽 선율 타고 흐르는 사랑과 슬픔, 그 격정의 몸짓
[비욘드 스테이지] 국립발레단 ‘카멜리아 레이디’
![11일까지 공연되는 국립발레단 신작 ‘카멜리아 레이디’에서 마르그리트와 아르망을 춤추는 조연재(오른쪽)와 변성완. [사진 국립발레단]](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5/11/joongangsunday/20250511094510789kwsm.jpg)
![카멜리아 레이디 [사진 국립발레단]](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5/11/joongangsunday/20250511094511460ockd.jpg)
무대를 보고나니 과연 그럴만하다. 존 크랑코의 ‘오네긴’, 케네스 맥밀란의 ‘로미오와 줄리엣’이 미니시리즈라면 노이마이어의 ‘카멜리아 레이디’는 대하드라마랄까, 급이 다른 ‘드라마 발레의 끝판왕’이다. 텍스트의 미학인 소설 원작을 무대화하기란 얼마나 어려운가. 오죽하면 ‘오페라적 세계관’ ‘발레적 세계관’이란 말이 있다. 뚜렷한 개연성 없이 갑자기 첫눈에 반해 사랑에 빠지고 배신에 슬퍼하다 최후를 맞는다는 뼈대만 갖춰놓고 대표적인 감정을 표현하는 음악과 춤을 즐길 수 있다면 그뿐이다.
![카멜리아 레이디 [사진 국립발레단]](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5/11/joongangsunday/20250511094511736dceh.jpg)
그런데 ‘카멜리아 레이디’는 180분 동안 만남에서 이별까지 사랑의 모든 디테일을 욕심껏 담아낸다. 노이마이어는 현재와 과거를 오가는 플래시백, 소설 속 아르망이 마르그리트에게 책으로 건네는 ‘마농 레스코’를 극중극으로 활용한 현실과 환상의 오버랩 등으로 한편의 무성영화 같은 무대를 빚어냈다.
32회전 푸에테를 품은 클래식발레의 그랑파드되는 없지만 마르그리트와 아르망, 마농과 데그리외, 가스통과 프뤼당스 세 커플의 다양한 파드되의 향연에 관객은 지루할 틈 없다. 발레의 전형적인 동작이나 마임도 없다. 모든 움직임에 감정을 입혀 세련되게 변형시킨 고난도 테크닉으로 점철되니 무용수에게는 ‘인어공주’보다도 강도가 몇배 높은 강철 체력과 치밀한 연기력까지 요구한다. 강 단장은 자신의 ‘카멜리아 레이디’ 마지막 파트너였던 마레인 레드마커와 함께 직접 시연을 보이며 지도에 나섰고, 노이마이어는 85세의 노구에도 밤 11시까지 리허설을 직접 챙기며 프로덕션 완성도를 꼼꼼히 체크했다고 한다.
![카멜리아 레이디 [사진 국립발레단]](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5/11/joongangsunday/20250511094512170edzc.jpg)
수미상관으로 막을 여닫는 소나타 3번 3악장 ‘라르고’가 쇼팽이 조르주 상드와 잠시 행복했던 창작의 절정기에 쓴 곡이라니 왠지 더 슬픈 구성이다. 마르그리트의 드레스 색의 변화에 따라 각각 퍼플·화이트·블랙이라는 이름이 붙여진 3개의 파드되가 슬픔의 삼각형을 그린다. 10분간 밀당만 하는 퍼플 파드되에 협주곡 2번 2악장이 흐를 때 첫사랑 콘스탄차를 향한 쇼팽의 설렘이 중첩된다. ‘찐 사랑’을 인증하는 화이트 파드되에 다시 흐르는 소나타 3번은 쇼팽의 가장 서정적인 노래다. 재회 장면인 블랙 파드되에서 미련과 갈등이 격정으로 치닫는 복잡한 심경을 노래하는 발라드 1번에는 폴란드 혁명 실패로 조국을 떠난 쇼팽의 불안과 그리움, 고독의 정서가 묻어난다. 첫사랑에 대한 쇼팽의 쓸쓸한 고백인 협주곡 1번 2악장은 마르그리트가 마농 커플과 마지막 3인무를 출 때 사무치게 흐른다.
![카멜리아 레이디 [사진 국립발레단]](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5/11/joongangsunday/20250511094512426tlbt.jpg)
유주현 기자 yjj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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