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웨이 최첨단 기술 장착, 중국 전기차 초격차 향해 질주

한우덕 2025. 5. 10.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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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우덕의 차이나 워치] 상하이 모터쇼 르포
화웨이의 최첨단 기술을 장착한 중국 전기차들이 무섭게 진격하고 있다. 지난 달 중국 상하이 국가전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상하이 모터쇼’에서 화웨이는 자동차 스마트 기술을 선도하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줬다. 사진은 화웨이 전시장 모습. 한우덕 기자
‘새로운 세대의 단말기(新一代終端)’.

중국의 리창(李强) 총리가 지난 3월 5일 전인대(의회)에서 낭독한 ‘2025 정부 업무 보고’에 나오는 구절이다. 자동차를 ‘IT 단말기’로 정의했다. 스마트폰과 같은 성격의 기기라는 뜻이다. 지난 4월 25일부터 5월 2일까지 열린 ‘상하이 모터쇼’는 그 발언의 의미를 명확히 보여준 행사였다.

화웨이 ‘MAESTRO S800’(사진 1).
행사장은 넓었다. 약 36만㎡,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의 10배 규모 전시장은 중국 국내외 자동차 브랜드로 가득 찼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브랜드는 화웨이(華爲)의 ‘MAESTRO S800(중국명 ‘尊界S800’)’이었다. 엄밀하게 말하면, 화웨이가 만든 건 아니다. 안휘(安徽)성의 자동차 회사인 장화이(江淮)가 제작했고, 화웨이는 디자인 및 내부 전장 시스템을 맡았다. 그런데도 중국 미디어는 이를 ‘화웨이 차’라고 말한다. 화웨이가 처음부터 끝까지 기획한 자동차이기 때문이다(사진1).

리창 총리, 자동차를 IT 단말기로 규정
이달 말 시판을 앞둔 ‘마에스트로 S800’에 책정된 가격은 100만~150만 위안. 우리 돈 약 3억원짜리 럭셔리 자동차가 중국에서 탄생하게 되는 셈이다. 부스를 지키고 있는 직원 왕리보(王力波)씨는 “앞으로 중국 부자는 ‘마에스트로 S800’을 타느냐, 못 타느냐로 나뉠 것”이라고 말한다.

화웨이는 자사가 가진 최첨단 스마트 기술을 ‘마에스트로 S800’에 쏟아부었다고 했다. L3급 자율주행 기능을 넣었고, 전방위 충돌방지 시스템도 담았다. 스마트폰 조작으로 주차하고, 충전할 수도 있다. 내부 디스플레이는 화웨이의 스마트 운영체제(OS)인 훙멍(鴻蒙·HarmonyOS)을 기반으로 구동된다. 배터리는 CATL과 협력해 특별 제작했다. 중국 기술로 만든 자동차라는 얘기다. 중국의 첨단 스마트 기술이 집약된 차량이다. 리창 총리의 표현대로라면 중국 최고의 ‘IT 단말기’다.

둥펑 ‘M817’(사진 2).
화웨이 기술은 전시장 여기저기 드러나지 않게 흩어져 있었다. 전통적인 자동차 강자인 둥펑(東風) 자동차 부스. 이 회사가 만든 오프로드 지프 모델인 ‘M817’ 모델은 이번 전시회의 또 다른 스타였다(사진2). 군대에서 사용해도 손색없을 듯한 탄탄한 외형을 가진 이 자동차는 화웨이의 자율주행시스템인 ‘첸쿤(乾崑)4.0’을 처음으로 채택했다. “첸쿤4.0은 화웨이가 그간 개발해 온 자율주행시스템의 최상급 기술입니다. 중국 최고의 군용 지프 생산회사인 둥펑과 화웨이의 기술이 만나 완성한 작품이지요.” 부스에서 만난 허방촨(賀邦川) 마케팅 담당자의 설명이다. 그는 화웨이 전장(차량 전자·전기 장비) 시스템을 쓴다는 것 자체가 경쟁력이라고 설명한다.
창안 ‘아바타7.0’(사진 3).
둥펑뿐만 아니다. 화웨이는 창안(長安)자동차와 아바타(阿維塔) 7.0을 만들었고(사진3), 베이징자동차와는 헝제(享界)S9를(사진4), BYD와는 ‘레퍼드(豹)8’을 합작 생산해 이번 전시장에 출품했다(사진5). 화웨이는 그렇게 공장 하나 없이 메이저 자동차 회사로 커가고 있다. 라우터, 휴대전화를 팔던 그 화웨이가 중국 자동차 업계의 스마트화를 주도하고 있다.
화웨이 ‘헝제(享界)S9’(사진 4).
중국의 자동차 혁신은 어떻게 가능했을까? 함께 전시장을 돈 이근 중앙대 교수는 이 질문에 “기술 패러다임의 변화가 있을 때 후발자의 추격은 갑자기 빨라진다”고 답했다. 자동차 산업이 가솔린 기술에 머물렀다면 중국은 영원한 추격자(Follower)였을 뿐이다. 그러나 그들은 ‘스마트 전기차’라는 패러다임 전환을 틈타 빠르게 추격했고, 이제 선도자(First mover)로 달리고 있다는 게 이 교수의 설명이다.
BYD ‘레퍼드8’(사진 5).
이 교수 말대로 중국 자동차 메이커들은 지금 혁신 경쟁 중이다. 그들만의 시장 쟁탈전을 벌이고 있고, 이를 통해 기술 혁신을 이룬다. 물론 그 과정에서 정부의 역할이 컸다. 중국 정부는 기업에 대한 직접 지원뿐만 아니라 대륙 전역에 전기차 플러그를 설치하는 등 인프라 건설에 나섰다. 자동차 번호판 경매에서도 전기차에는 특혜를 베푼다. 중국이 세계 전기차 생산과 소비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이유다. ‘가솔린 엔진에서는 서방에 뒤졌지만, 전기차는 앞서겠다’는 정책 의지가 먹히고 있다.

중국에 자동차 가르쳤던 독일 상황 역전
인공지능(AI)이 등장하면서 자동차 패러다임은 다시 한번 바뀔 조짐이다. 이번 전시장에 나온 안후이성의 음성인식 전문 회사인 아이플라이텍(Iflytek)은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자동차와 전혀 관계가 없는 이 회사는 차내 음성인식 자동 제어시스템으로 모터쇼 문을 두드렸다. “자동차 전장에서도 AI가 필요하고, 음성인식은 필수잖아요. 당연히 AI 회사가 나와야지요. 자동차 운전의 모든 것을 음성으로 하는 시대가 올 겁니다.” 부스에서 만난 장순보(張順派) 경리의 설명이다. 그런가 하면 BMW는 딥시크(Deepseek)의 언어생성모델을 채택한 자동차를 선보이기도 했다. ‘AI 패러다임’ 전환이 중국 자동차 업계의 기술 추격에 가속도를 붙이고 있다.

이 같은 중국의 전기차, 스마트화 흐름에 외국 기업들은 어떻게 대응할까.

아우디 ‘Q6L e-tron’(사진 6).
아우디 부스에서 만난 ‘Q6L e-tron’모델(사진6). 이 자동차 역시 화웨이의 자율주행시스템인 ‘첸쿤4.0’을 채택했다. 차내 디스플레이는 훙멍OS를 깔았다. 천하의 아우디가 화웨이 기술을 사용한다고? 물론 중국 내에서 얘기겠지만, 사실이다. 전시장에서 만난 아우디 관계자는 “우리가 화웨이의 기술을 사용하고 있다”고 오히려 자랑스럽게 말했다. 아우디는 중국 시장 공략을 위해 중국 기술과 타협하는 길을 선택했다.
VW ‘ID. EVO’(사진 7).
폴크스바겐(VW)은 다른 접근 방식을 택했다. 이번 모터쇼에서 선보인 ‘ID.EVO’ 모델은 이를 상징한다(사진7). 이 자동차는 중국 소비자를 겨냥해 중국에서 만든 전기차다. 이를 위해 VW는 안후이성 허페이의 전기차 회사인 샤오펑(小鵬)과 기술 협력을 했고, 장화이 자동차와 생산 협력을 했다. 이를 위해 쓴 돈이 약 33억 달러다. 자국에서는 공장을 폐쇄하는 등의 구조조정을 단행하면서도 중국 투자는 늘리고 있다.

자동차에 관한 한 독일은 중국의 선생님이다. 개혁·개방 초기 덩샤오핑은 일본 토요타에 찾아가 ‘우리 자동차 산업에 기술을 달라’고 손을 내밀었다. 그러나 토요타는 거절했다. 어찌해도 중국은 선진 자동차를 만들 수 없을 것이라는 게 이유였다. 똑같은 제안을 받아들인 게 바로 VW이었다. 그 후 많은 중국의 자동차 전문가들이 독일을 방문해 VW로부터 기술을 배웠다. ‘중국 전기차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완강(萬鋼) 전 과학기술부 장관 역시 독일 유학 출신이다.

상황이 바뀌었다. 선생님이었던 VW이 이제 거꾸로 중국에서 기술을 배워야 하는 지경에 이르게 된 것이다. VW뿐만 아니다. 세계 제2위 자동차 메이커인 토요타 역시 상하이에 독자 전기차 공장 건설을 추진 중이다. 현대차는 올 초 전기차 개발을 위해 약 11억 달러를 투자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세계 3대 자동차 메이커가 모두 ‘다시 중국’을 선언한 셈이다.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을 무시할 수 없고, 또한 중국의 전기차 산업의 기술 혁신 속도를 무시할 수 없는 까닭이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지금 ‘이길 수 없으면, 합류하라’라는 평범한 비즈니스 격언이 실현되고 있다.

‘전기차 혁신에 성공한 중국 자동차 관련 업체들이 벌이는 거대한 축제 파티!’ 그게 이번 상하이 자동차 모터쇼의 모습이었다. 그들은 자동차를 핸드폰 수준으로 ‘격하’하고, 기술을 농단하고 있다. 상하이 모터쇼가 2025년 세계에 보여주고 있는 현실이다.

◆생생한 중국의 최신 동향과 깊이 있는 분석을 전해주는 차이나 워치는 유상철 중앙일보 중국연구소 소장과 한우덕 차이나랩 선임기자가 번갈아 연재합니다.

한우덕 차이나랩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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