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일화 약속·정당 자율성 인정한 법원···“당무우선권 무조건 보장되는 것 아냐”

법원이 9일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 등이 제기한 ‘대선 후보 지위 인정 가처분 신청’과 ‘당 전국위원회·전당대회 개최 금지’ 가처분 신청을 모두 받아들이지 않은 것은 김 후보가 한덕수 무소속 대선 예비후보와의 ‘후보 단일화’를 공언했던 점을 인정하고, 단일화 여론조사 실시에 따른 전당대회 개최를 ‘정당의 자율성’으로 봤기 때문이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재판장 권성수 수석부장판사)가 이날 오후 김 후보 측이 제기한 가처분 신청 2건을 기각한 데에는 김 후보의 ‘후보 단일화 약속’과 ‘정당의 자율성’이 주효하게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재판부는 김 후보를 지지하는 원외 당협위원장 등이 지난 7일 제기한 전국위·전당대회 개최 금지 가처분 신청 내용을 대부분 받아들이지 않았다. 앞서 당 지도부는 김 후보와 한 후보 간 단일화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전국위를 8일 또는 9일, 전대를 10일 또는 11일 소집한다는 공고를 냈다. 당협위원장 등은 “전국위·전대 소집 공고 안건에 ‘추후 공고’라고 돼 있고, 대의원 명부도 확정돼 있지 않다”며 위법한 개최라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소명이 부족하고 중대한 위법이 있다고 볼 수 없다”며 이를 모두 인정하지 않았다. 전국위가 전당대회와 같은 날짜에 공고됐다는 등의 사정만으로 중대한 위법이 있다고 볼 수 없다고도 했다.
김 후보가 낸 대선 후보 지위인정 가처분에 대해선 “국민의힘 측이 진행하는 절차상 정당의 자율성에 기초한 재량의 한계를 벗어난 중대한 위법이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재판부는 ‘대선 후보의 임시 지위에 있음을 확인해달라’는 취지의 김 후보 신청에 대해 “현재로선 국민의힘이 김 후보의 대통령 후보자 지위 자체를 전면적으로 부인하고 있지는 않다”며 “이 부분 신청을 구할 필요성이 없고, 가처분 판단을 구할 실익도 없다”고 밝혔다.
이어 당이 다른 사람에게 후보 지위를 부여할 수 없게 해달라는 신청에 대해선 “김 후보는 경선 과정에서 지속적으로 한 후보 등과의 단일화를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며 “사실상 후보자 확정과 관련된 단일화 절차 진행에 관해 직접적인 이해관계를 갖는 김 후보에게 당무우선권이 무조건적으로 보장된다고 볼 수 없다”고 평가했다. 김 후보가 국민의힘 대선 후보로 선출됐지만 그가 스스로 한 후보와의 후보 단일화를 약속했고 향후 한 후보와의 단일화 과정에서 직접적인 이해관계에 있기 때문에 김 후보가 주장하는 당헌상 ‘당무 우선권’을 무조건 보장받는 위치에 있다고 보지 않은 것이다.
또 법원은 전체 당원 설문조사에서 80% 이상이 단일화를 찬성하고 단일화를 위한 전당대회 개최가 정당의 자율성의 영역이라고 인정했다. 재판부는 “전체 당원 설문조사 결과 ‘단일화 찬성’과 ‘후보 등록 이전 시점’ 두 항목의 찬성 비율이 80%를 넘겼고, 국민의힘이 당헌 74조의2의 취지를 고려해 단일화 여론 조사 결과에 따라 전대 내지 전국위 개최 등을 추진하는 게 정당의 자율성에 기초한 재량의 한계를 벗어난 중대한 위법이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당헌 74조의2는 ‘상당한 사유가 있는 때에는 대선 후보자 선출에 관한 사항을 최고위원회의(비상대책위원회) 의결로 정한다’고 돼 있다. 후보 단일화 상황을 ‘상당한 사유’가 있는 상황으로 인정한 것이다.
이날 법원 결정으로 국민의힘의 후보 단일화를 위한 전국위와 전당대회 개최는 가능해졌다.
다만 김 후보 측이 이 결정에 대해 항고 등 이의신청을 하거나 당 지도부의 후보 단일화 여론조사에 대해 이날 가처분 신청을 제기해 놓은 것도 있어 향후 법정 공방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당 지도부는 전날 오후 5시부터 이날 오후 4시까지 ‘대선 단일 후보로 김·한 후보 중 누가 더 나은지’를 묻는 여론조사를 진행했다. 당 지도부는 당원·국민 여론조사를 50%씩 합산해 이긴 사람을 단일 후보로 결정하는 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예슬 기자 brightpear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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