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 정신이 성소수자 탄압?”…학생·동문, 퀴어영화제 대관 취소 반발
“‘기독교 창립 이념’을 자의적으로 해석해 대관을 취소한 학교본부의 결정은 성소수자에 대한 탄압이자, 시민으로 여겨지지 못했던 여성에게 교육 기회를 부여하고자 했던 이화의 역사와 정신을 훼손한 것이다.”(이화생활도서관 ‘이화의 정신은 차별과 혐오가 아닌 평등 세상의 실현이다’ 성명 중)
지난 8일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자대학교 안 독립예술영화관 ‘아트하우스 모모’ 입구 맞은편엔 이화생활도서관·이화교지편집위원회 등 학내 단체와 재학생과 동문 300여명이 쓴 성명서가 여럿 붙었다. 입구 바로 옆으론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대학원생노동조합지부 이화여대분회가 붙인 ‘이화여대의 성소수자들과 연대한다: 학교의 한국퀴어영화제 대관 거부에 반대하는 이화권리연대체 이음 릴레이 성명서’가 있었으나, 영화관이 가져다 놓은 개봉작 홍보 입간판에 가려 잘 보이지 않았다.
최근 아트하우스 모모가 ‘기독교 이념에 반하는 영화를 학교에서 상영할 수 없다’는 이화여대 요구에 따라 한국퀴어영화제 쪽에 대관이 불가능하다고 통보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화여대 재학생과 동문, 시민들이 이런 결정을 취소하라며 반발하고 있다.
서울퀴어문화축제조직위(이하 조직위)는 2일 “(6월 20~22일 퀴어영화제 개최를 위해) 대관 협의 중이던 아트하우스 모모로부터 대관 불가 통보를 받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화여대에 다수의 민원이 접수됐고 ‘기독교 창립 이념에 반하는 영화 상영은 학교 안에서 허용할 수 없다’는 학교 쪽 입장에 따라 더는 대관 진행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는 아트하우스 모모 쪽 설명을 전했다. 최근 ‘이화여대를 지키고 사랑하는 이화인 일동’이란 이들은 “창립 이념인 기독교 정신에 반한다”며 교내 퀴어영화 상영 반대 서명을 받고 학교에도 항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직위는 대관 불가 결정에 대해 “지난해 같은 장소에서 퀴어영화제를 문제없이 열었고 올해도 3월부터 대관 협의를 시작해 계약서 초안 검토까지 정상적으로 진행했다”며 “기독교 정신이란 이름 아래 혐오를 정당화하고 검열을 합리화하며 다양성과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움직임은 교육 기관의 자율성과 공공성을 훼손하는 행위이자 사회 전체가 지향해야 할 포용과 존중의 가치를 거스르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대학원생노조·이화생활도서관 등 학내 단체 12곳이 모인 ‘이화권리단위연대체 이음’도 지난 6일부터 13일까지 이화여대 재학생과 동문, 시민들을 대상으로 대관 취소 결정을 규탄하는 서명운동을 하는 중이다. 이들은 학교본부를 향해 △학교의 입장이 어떤 과정 거쳐 논의됐는지, 책임 기구와 책임자를 밝힐 것 △차별 행정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 마련 △대관 취소 철회와 공식 사과 등을 요구하고 있다.
아트하우스 모모 관계자는 9일 한겨레에 “이화여대에서 (대관을 해주지 말라고) 요청이 들어와 대관 진행이 어렵게 됐다고 퀴어영화제 쪽에 말씀드렸다”며 “대관이 어려운 사유는 학교에 물어보라”고 설명했다. 이화여대 쪽에선 이 사안에 대해 “답변이 어렵다”고 밝혔다.
한편, 서울퀴어문화축제의 하이라이트인 퀴어퍼레이드(6월14일) 장소도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조직위는 2023년과 2024년 서울광장에서 퀴어퍼레이드를 열려 했지만 서울시 열린광장운영시민위원회의 불허 결정, 서울도서관 행사 등에 밀려 다른 장소에서 행사를 진행했다.
정인선 기자 ren@hani.co.kr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 김문수 손하트로 시작한 ‘단일화 의총’ 15분 만에 와장창 [현장]
- 홍준표 “김문수 상임선대위원장 제안 거절…내일 미국 출국”
- 과기부 장관 “SKT도 해킹 피해자”라는데…위약금 면제 가능할까
- ‘어른’ 김장하-이재명 내일 만남…“평범한 사람이 사회 지탱”
- 새 교황 레오 14세, 트럼프 독주 막을 ‘신의 한 수’ 될까
- 전국법관대표회의 26일 연다…“사법 신뢰·독립 침해가 안건”
- ‘국힘 탈당’ 김상욱 “민주당이 보수가치 더 충실…거부 이유 없다”
- 빌 게이츠 “머스크, 가난한 아이들 죽여” 비판한 날 재산 99% 기부
- 김문수 “강제 단일화 응할 수 없다”…발언 뒤 의총 퇴장
- 넷플릭스 ‘싼 요금제’ 인상…이제 광고 봐도 7000원 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