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와 롯데, 올해는 팬들의 한 풀어줄까

김양희 한겨레신문 기자 2025. 5. 9.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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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는 2017년, 한화는 2018년이 마지막 가을야구
철벽 마운드의 한화와 불방망이의 롯데, 올 시즌 상위권 다툼

(시사저널=김양희 한겨레신문 기자)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1999년 한국시리즈. 한화 이글스와 롯데 자이언츠가 왕좌를 놓고 다퉜다. 1992년에 이은 리턴 매치였다. 한화는 정민철·송진우·장종훈 등을 앞세워 롯데를 4승1패로 눌렀다. 구단 창단 첫 한국시리즈 우승이었다. 반면 1992년의 승자는 롯데였다. 롯데는 한화(당시는 빙그레)를 4승1패로 꺾었다. 1984년에 이어 두 번째 정상이었다. 두 팀은 각각 1992년과 1999년 이후로 한국시리즈 우승이 없다. 왕좌에 올랐을 때 최후의 맞상대가 서로였다. 

그리고 2025년. 시즌 초반이지만 한화와 롯데는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상위권에서 LG 트윈스, 삼성 라이온즈, kt 위즈와 함께 순위 경쟁을 하고 있다. 치열한 싸움이 이어지고 있으나 이대로만 성적이 난다면 1991년, 1992년, 1999년에 이어 처음으로 함께 가을야구를 치르게 된다. 2000년대 이후 최초의 동반 포스트시즌 진출이 성사된다. 

한화 이글스 류현진, 롯데 자이언츠 나승엽 ⓒ한화 이글스·뉴스1

두산 포수 출신 명장 김경문과 김태형 색깔 나타나 

한화와 롯데는 두산 베어스 포수 출신의 카리스마 있는 베테랑 감독들이 지휘한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김경문 한화 감독은 지난해 중반 최원호 전 감독이 경질되면서 중도에 지휘봉을 맡았다. 이 때문에 지난해엔 자신의 야구를 펼치기에 한계가 있었다. 김 감독 자체도 2018년 6월 NC 다이노스 감독에서 물러난 뒤 6년 만의 현장 복귀여서 달라진 환경 등에 적응하기 위한 시간이 필요했다. 하지만 올 시즌은 다르다. 자신이 직접 꾸린 베테랑 코치진(양승관 수석코치, 양상문 투수코치, 김민호 타격코치 등)과 스프링캠프를 준비하면서 팀 색깔을 변화시켰다. 두산·NC의 '발야구'가 대표적이다. 

한화는 팀 도루 수가 2023년 67개, 2024년 69개였다. 경기당 평균 0.44개, 0.48개에 불과했다. 하지만 올해는 경기당 평균 1개(36경기에서 36개)로 두 배로 늘었다. 당당히 리그 1위다. 특정 선수만 뛰는 게 아니다. 에스테반 플로리얼(7개), 문현빈(6개) 등이 뛴다. 단일 시즌 최다 도루가 6개인 노시환(현재 5개)까지 달린다. 투고타저 시즌에 1점의 중요성을 고려하면 김 감독의 발야구는 아주 효과적인 점수 내기 수단이 되고 있다. 팀타율이 0.240으로 리그 8위인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한화는 경기당 평균 득점력이 4.25에 불과하다. 

빈약한 득점력은 속구 평균 구속이 시속 150km를 넘는 투수만 5명(코디 폰세, 라이언 와이스, 문동주, 정우주, 김세현)이 포진한 마운드의 힘으로 상쇄한다. 폰세·와이스·류현진·엄상백·문동주로 꾸려진 선발진은 kt와 함께 리그 수위를 다툰다. 독수리 선발 5형제 평균 자책점(3.13)은 kt(2.92)에 이어 2위다. 팀 에이스 폰세의 경우는 8경기 선발 등판에서 6차례 퀄리티 스타트 플러스(QS+·선발 7이닝 이상 3자책 이하 투구)를 기록했다. 1~3선발(폰세, 와이스, 류현진)의 이닝 소화력은 평균 6이닝을 넘는다. 한화가 구단 최초로 선발 8연승을 달렸던 배경이다. 

한승혁·박상원·정우주·김서현 등이 이어 던지는 뒷문도 탄탄하다. 주전 마무리 주현상의 부진으로 팀 마무리를 맡게 된 김서현은 박영현(kt)·김원중(롯데) 등과 함께 구원왕 싸움을 하고 있다. FA로 영입한 유격수 심우준이 내야 수비를 안정시킨 것 또한 한화가 강해진 요인 중 하나다. 투고타저 상황에서 탄탄한 수비는 1점을 막는 것 이상의 역할을 한다. 

롯데는 한화와 달리 방망이로 일어섰다. 작년부터 롯데를 이끄는 김태형 감독은 볼 카운트 3(볼)-0(스트라이크)에서도 적극적인 타격을 주문하는데, 올해 그 빛을 보고 있다. 롯데의 팀타율은 0.283(5월6일 현재)으로 전체 1위다. 득점권 타율도 0.300(2위)으로 꽤 높다. 팀출루율 3위(0.354), 팀장타율 3위(0.400)다. 팀OPS(출루율+장타율)는 2위(0.754). 김태형 감독은 시즌 전 "작년 후반기부터 선수들이 내 야구를 이해하기 시작했다. 올해는 다른 야구를 보여줄 것"이라고 했는데 진짜 그렇게 되고 있다. 롯데는 현재 경기당 평균 9.84개의 안타(1위)를 터뜨리고 있다. 

트레이드를 통해 두산에서 영입한 전민재의 활약이 돋보인다. 전민재는 얼굴에 공을 맞기 전까지 롯데 9번 타순을 책임지면서 타율 0.387(93타수 36안타)의 맹타를 휘둘렀다. 황성빈이 한 단계 성장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고, 나승엽·고승민·윤동희 등 젊은 야수들이 성장하면서 득점력도 향상됐다. 윤동희는 개막 달(3월)에 부진(타율 0.136)하면서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되기도 했으나 4월 들어 반등(월간 타율 0.345)했다. 단일 시즌 최다 안타 기록 보유자인 외국인 타자 빅터 레이예스 또한 3월에 침체(0.194)했으나 현재 타율을 0.309까지 끌어올렸다. 

박세웅 외에 상대 팀을 압도할 만한 국내 선발 투수(팀 선발 평균 자책점 4.09·7위)가 보이지 않는 가운데 롯데 마운드는 '잇몸'으로 버티고 있다. 전민재와 함께 두산에서 온 정철원 그리고 정현수·김상수·김원중 등이 불펜에서 실점을 틀어막고 있다. 

한화 중심타선에서 기복…롯데는 불펜 운영 불안정

두 팀 모두 불안 요소는 있다. 한화는 외야 자원이 부족하고 노시환·채은성 등 중심 타선이 득점 생산력에서 기복이 있다. 플로리얼 또한 팀이 외국인 타자에게 원하는 장타력이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빈약한 타선에 1점 차 승부가 많아지면서 투수들의 피로도 또한 쌓여가는 추세다. 

롯데는 불펜 운영의 불안정성이 엿보인다. 중간 계투진의 등판 횟수가 너무 잦다. 올 시즌 38경기를 치르는 동안 정현수는 25차례 등판했고, 김상수(21경기), 송재영(20경기), 정철원(19경기)이 그 뒤를 잇는다. 여름이 되면 힘들어질 수도 있는 상황이다. 불펜진 뎁스가 그렇게 두텁지 않기 때문이다. 더불어 전민재에 이어 황성빈도 다치면서 타선 재배치도 필요하다. 타격은 사이클이 있기에 벤치의 경기 운용 능력이 더 요구되는 때다.  

한화는 2018년 이후 작년까지 단 한 번도 가을야구에 초대된 적이 없다. 당시에도 11년 만의 포스트시즌이었다. 롯데는 2017년 준플레이오프에 직행한 뒤로 지금껏 포스트시즌을 치른 적이 없다. 두 팀 모두 가물에 콩 나듯 가을야구를 한다. 지난해에도 시즌 초반 성적을 내면서 기대를 한껏 모았으나 결국 하위권으로 주저앉았다.

올해는 다를까. 현재까지는 베테랑 감독들의 리더십과 FA, 트레이드 등을 통한 전력 보강으로 반등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그렇지만 불안은 상존한다. 시즌은 길고 선수 부상 등 돌발 변수가 발생할 수도 있다. 가을야구를 향한 두 팀의 의지는 어느 팀보다 강하다. 'AGAIN 1992년 한국시리즈' 'AGAIN 1999년 한국시리즈'를 이른 시일 내 볼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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