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등 품목 관세도 내릴 수 있다… 영국과 첫 합의서 드러나
한국 등 적자국엔 더 까다롭게 굴 수도
러트닉 "한국·일본은 상당한 시간 걸려"

안갯속이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관세 협상 방향이 영국과의 첫 무역 합의에서 일부 드러났다. 요지부동처럼 보였던 철강·자동차 등 품목 관세 인하 가능성을 확인한 게 한국 등 협상 당사국에는 최대 수확이다. 다만 영국이 대(對)미국 무역 적자국인 데다 미국과 워낙 특수한 관계라는 사실을 감안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영국의 선례
트럼프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미국 백악관에서 직접 발표한 미·영 무역 합의의 뼈대는 영국이 소고기, 에탄올, 농산물, 기계류 등의 시장을 개방해 미국 제품에 50억 달러(약 7조 원) 규모의 수출 기회를 부여하고 대신 미국은 일부 영국 제품 대상 품목 관세를 낮춰 준다는 것이다. 영국은 지난달 트럼프 대통령이 교역 상대에 개별적으로 적용되는 상호관세를 유예한 지 약 한 달 만에 가장 먼저 무역 협상을 타결했다.
미국이 관세를 양보한 품목은 자동차와 철강·알루미늄이다. 25%인 자동차 관세는 연간 10만 대까지 10%만 부과된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영국 싱크탱크 옥스퍼드 이코노믹스 자료를 인용, 지난해 영국이 미국에 수출한 자동차가 약 9만2,000대라고 전했다. 저율할당관세(TRQ) 적용 물량이 사실상 수출량 전체가 되는 셈이다.
영국산 철강·알루미늄에 붙는 관세 25%는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관세의 대안 방식으로 도입하겠다고 한 ‘무역 동맹’은 관세 철폐를 의미한다고 영국 정부는 설명했다.
이런 합의는 협상을 통해 품목 관세를 낮추는 게 한국에도 불가능한 일이 아님을 시사한다. 미국 싱크탱크 아시아소사이어티정책연구소(ASPI)의 웬디 커틀러 부회장은 언론에 배포한 성명에서 “이 합의로 인해 일본과 한국 등이 품목별 관세 체제에서 미국에 더 호의적인 대우를 요구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모든 교역국을 상대로 적용되는 품목 관세는 국가별 상호관세와 달리 거래 대상이 아니라는 기본 입장을 미국 측이 줄곧 고수하고 있다는 게 그간 한국 측 협상 당국자들 전언이었다. 특히 지난해 전체 대미 흑자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60%에 이르는 자동차의 경우 한국 정부가 품목 관세 조정에 각별히 신경 쓰는 모습을 보여 왔다.
영국이라는 예외
그러나 긍정적으로 해석할 만한 부분은 여기까지가 전부다. 일단 미국이 다른 나라를 영국처럼 대해 줄 가능성이 크지 않다. 지난해 미국은 영국과의 상품 교역에서 119억 달러(약 16조7,000억 원) 흑자를 기록했다. 관세 부과는 무역 적자 해소가 핵심 명분이다. 한국이나 일본 등 적자 규모가 큰 나라에는 까다롭게 굴 공산이 크다. 농산물 수입 정책이나 디지털 규제 등 비관세 장벽 해소 역시 영국보다 더 강하게 요구하리라는 게 중론이다.

더욱이 미·영 두 나라는 2020년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이후 무역 협정 체결 문제를 지속적으로 논의해 왔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강조했듯 영국은 미국의 “가장 가깝고 소중한 동맹”이기도 하다. 자동차와 철강에 관한 한 영국이 미국의 주요 수입국이 아니라는 사실도 영국이 관세 인하를 얻어 내는 데 도움이 됐다고 NYT는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영국이 예외임을 부각했다. 미국에서 생산할 수 없는 고급차 롤스로이스를 위해 자동차 관세를 낮췄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나는 누군가가 롤스로이스에 버금가는 다른 종류 자동차가 있다는 것을 보여 주지 않는 한 자동차에 대한 합의는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에 부과된 기본관세 10%가 유지됐다는 것도 미국과 협상 중인 국가들을 힘 빠지게 만드는 결과다. 한국은 25% 상호관세 전면 철폐를 목표로 삼고 있다. 10% 기본관세만 유지하는 이번 합의가 향후 무역 합의의 표본(template)이냐는 질문에 트럼프 대통령은 “아니다. 이것은 낮은 숫자(관세율)”라며 “많은 어떤 나라들은 더 높을 것이다. 그들은 막대한 (대미) 무역 흑자가 있기 때문”이라고 대답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대미 흑자를 보고 있는 한국과 일본에 대해 영국과 다르게 보고 있다는 사실은 관세 협상 실무를 맡고 있는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의 발언에서도 드러났다. 그는 이날 영국과의 협상을 설명하는 블룸버그TV 인터뷰에서 한국과 일본의 경우 “상당한 시간을 투입해야 한다. 신속한 합의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워싱턴= 권경성 특파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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