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이 탱크 위 무릎 꿇고 강조한 ‘장갑무력혁명’ 성공할까

권혁철 기자 2025. 5. 9.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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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an style="color: #278f8e;">권혁철의 안 보이는 안보</span>
김정은 조선노동당 총비서겸 국무위원장이 중요땅크(탱크)공장을 현지지도하고 생산실태와 현대화사업 정형(경과), 탱크 핵심기술 연구과제 수행 정형을 파악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지난 4일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조선노동당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이 최근 4차례 연속 군사 분야 현지지도를 했다. 김 총비서는 북한의 첫 5000t급 “새세대 다목적 공격형 구축함 제1호”(최현호) 진수식(4월25일)과 최현호 시험사격(4월28일) 참석, ‘중요 탱크공장’ 현지지도(5월4일 보도), 포탄 생산공장 현지지도(5월7일 보도)에 나섰다. 이를 두고 핵무기를 손에 쥔 북한이 러시아의 도움을 받아 재래식 전력 현대화에 나서 한반도 군사 균형에 중대한 변수가 생겼다는 보도들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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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이후 국내외 군사 전문가들은 북한의 핵·미사일 등 ‘비대칭 전력’을 가장 큰 위협으로 평가해왔다. 비대칭 전력은 교전 세력간 재래식 전력의 격차가 너무 커서 한쪽이 상대와 같은 전략·전술을 사용할 경우 패배할 게 분명할 경우 열세인 쪽이 택하는 수단이다. 북한은 사회주의권이 무너지고 경제난으로 돈이 많이 드는 재래식 무기 현대화를 뒤로 미루고 핵·미사일, 장사정 포병, 특수전에 집중해왔다. 한국은 앞선 경제력을 바탕으로 육해공군 첨단 무기 증강을 지속해, 남북의 재래식 군사력에서 남한이 질적 우위에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재래식 무기는 수치만 놓고 보면 북한이 월등히 앞선 것처럼 보인다. 국방부가 발간한 ‘2022 국방백서’를 살펴보면, 전차는 남한이 2200여대로 북한 4300여대의 절반 수준이다. 해군도 전투함정(남 90여척·북 420여척), 잠수함정(남 10여척·북 70여척) 등은 단순 숫자만 비교하면 북한이 휠씬 많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제2경제위원회 산하 중요 군수기업소를 현지지도하면서 포탄 생산과 기계공업부문 운영 상황을 살피고 “더 많은 포탄을 생산해 우리 무력의 전력 확대에 이바지해주기를 바란다”며 격려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지난 7일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국방부는 1988년 국방백서를 펴낸 이후 줄곧 남북한의 전차, 전투함 같은 수를 비교하는 ‘단순수량 비교방식’으로 남북 군사력을 평가한다. 하지만 질적 능력을 무시한 단순수량 비교는 한계가 분명하다.

북한이 보유한 4300대 전차 내역을 보면, 티(T)-55/54 1600대가 눈길을 끈다. 이 전차는 옛 소련이 제2차 세계대전 때 사용한 티-34의 후속모델로 1950년대에 개발했다. 전차병이 눈으로 보고 수동으로 표적을 조준을 해야 하는 1세대 전차다. 야간 사격과 이동 간 사격을 하기 어려워 눈·비가 올 때나 밤에는 전투 능력이 떨어진다. 한국은 1세대 전차를 모두 퇴역시켜 사용하지 않는다.

북한 2세대 전차는 옛 소련이 1960년대에 만든 티-62와 천마호 1500대 등이다. 이 전차에는 아날로그 사격 통제 장치가 있어 1세대 전차보다 신속하게 표적을 겨눌 수 있고, 적외선으로 열을 감지해 밤에도 가까운 거리는 사격이 가능하다. 북한에선 주력전차 구실을 하지만, 다른 나라에선 문화재 취급을 받는 낡은 무기다. 우크라이나 전쟁 초기 러시아는 전차 손실이 급증하자 군사박물관에 전시·보존하던 티-62 전차를 투입했다가 큰 피해를 봤다. 이를 두고 서방 언론들은 “60년 된 과거의 기술과 전력을 21세기 최첨단 전쟁에 투입했다”고 러시아를 조롱했다.

3세대 전차는 디지털 사격 통제 장치를 갖춰 빠른 표적 조준, 이동 사격, 야간 사격이 가능하고 복합장갑으로 장착해 적 전차포탄 공격에 대한 방호력을 키웠다. 1·2세대 전차는 화력과 방호력, 기동력 면에서 3세대 전차의 상대가 못된다. 북한 3세대 전차는 신형 전차(M-2020)인데 대량 배치는 안 된 상태다. 남한은 케이(K)1, 케이(K2) 등 3세대 이상 전차를 1700대 이상 보유하고 있다.

남한 전차의 70% 이상이 3세대 이상인데 견줘, 북한은 60~70%가 1·2세대 전차다. 남북 전차 전력은 숫자만 보면 북한이 2배 이상 앞서지만, 첨단 사격통제, 방호력, 기동성 등 질적 전력은 남한이 압도적이라는 얘기다. 최근 탱크 공장을 찾은 김정은 총비서가 탱크 위에 올라가 무릎을 꿇고 내부를 살펴보며 “제2차 장갑무력혁명”을 호소한 배경이다. 김 총비서는 “우리 육군에 최신식 땅크(탱크)와 장갑차들을 지난 세기의 장갑무기들과 교체장비시키는 것은 무력 건설과 육군 현대화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라고 강조했다고 지난 4일 노동신문이 보도했다.

김정은 조선노동당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25일 진수식을 치른 북한 최초의 5000t급 “새세대 다목적 공격형 구축함 제1호”(최현호)의 시험사격을 참관하며 “해군의 핵무장화 가속화”를 주문했다고 지난 30일달 노동신문이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북한이 질적으로 뒤진 남북한 재래식 무기 격차를 따라잡을 수 있을까. 관건은 돈과 기술인데 대부분 전문가는 어려운 북한 경제 형편으로 불가능하다고 봤다. 하지만 북한의 러시아 파병 이후 북-러 밀착으로 러시아의 도움을 받아 북한이 재래식 무기 현대화에 나설 가능성이 커졌다는 예상이 나왔다.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은 ‘케이디아이(KDI) 북한경제리뷰’ 3월호에 게재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북한의 군사력 발전’에서 “러-북 밀착이 당분간 지속된다고 하더라도 1~2년의 단기간 내에 재래 전력 차원의 남북 군사력 균형이 급격히 바뀔 가능성은 거의 없다”며 “북한이 백중열세 혹은 호각으로 전력 균형을 맞추려면 북-러 밀착이 중기적으로 지속되더라도 5~10년이 걸릴 것으로 추정된다”고 주장했다.

이런 판단의 근거로 차 부원장은 북한이 러시아의 경제 지원을 받더라도, 내부 민심 안정을 위해 상당 금액을 인민경제에 투입할 수밖에 없어 군비경쟁 능력 보강이 어렵다고 봤다. 러시아가 첨단 무기를 북한에 직접 지원하는 방안도 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 가능성이 낮다고 관측했다. 미그-29 전투기 1개 비행대대(20기)를 제공하는 데 최소 수억달러, 최신 전차 티-80 100대에 수억달러가 필요하다고 한다. 차 부원장은 북한이 미국 핵무기와 한국 재래식 무기에 맞서 2중 군비경쟁에 나설 경우 “결국 미래에 북한이 재래 전력과 핵전력 모두를 충분히 건설할 수 없는 환경을 강화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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