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석의 그라운드] 바람 불어 슬픈 골퍼 허인회. 통풍약 잘못 먹고 도핑 징계 1호

김종석 2025. 5. 9.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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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풍약 먹었다가 금지약물 복용으로 6개월 출전 정지 징계받은 허인회. 사전 또는 사후에라도 신고를 제대로 했더라면 징계를 피할 수 있어 아쉬움을 남겼다. 통풍에는 물을 충분히 마셔야 한다. 코리안투어 제공

- 진통 완화를 위해 약 사용. 6개월 출전 정지
- 치료 목적 신고했더라면 징계 피할 수 있었어
- 테니스 세계 1위 시너 3개월 징계 후 복귀

프로골퍼 허인회(38, 금강주택)는 별명이 참 많습니다. ‘4차원 골퍼’. ‘괴짜 골퍼’, ‘게으른 천재’…. 그만큼 다양한 캐릭터와 함께 팬들의 관심이 많은 인기 스타입니다. 

허인회에게 새로운 애칭이 붙게 됐습니다. 이번에는 ‘바람의 사나이’라고 불러야 할까요. 허인회는 통풍(痛風) 약을 잘못 먹었다가 금지약물 복용으로 징계까지 받았습니다. KPGA 코리안투어에서 도핑에 걸린 사례는 허인회가 처음이라고 하네요.

스포츠 세계에서 도핑은 엄격한 규제 대상입니다. 프로와 아마추어를 통틀어 철저한 약물 검사가 일반화돼 있습니다. 코리안투어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대회마다 무작위로 선수들을 선정해 소변 검사를 하고 있습니다.

허인회가 도핑에 걸린 대회는 지난해 9월 12일부터 15일까지 골프존카운티 선산에서 열린 코리안투어 골프존 도레이오픈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대회에서 허인회는 우승 경쟁을 펼친 끝에 최종 합계 23언더파를 몰아쳐 공동 5위로 마쳐 상금 3740만 원을 받았습니다. 우승자 함정우와는 2타차에 불과했습니다. 

하지만 도핑 적발로 이 기록과 상금은 말소된다는 게 코리안투어 측의 설명입니다.

허인회는 올해 들어 대회 출전을 하지 않아 주위의 궁금증을 자아냈습니다. 그러다가 8일 자신의 SNS에 “한국도핑방지위원회(KADA)로부터 ‘트리마돌’이라는 금지약물을 복용한 혐의로 6개월 출전 정지 제재를 받았다”라고 밝혔습니다. 


<사진> 톡톡 튀는 개성으로 뜨거운 인기를 누리는 허인회. 채널에이 자료

스포츠 세계에서 경기력 향상을 위한 목적으로 금지약물을 복용하면 최고 ‘영구 제명’까지 당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허인회는 질병 치료를 위한 목적의 약물 사용이 정상 참작돼 징계 기간이 1년에서 6개월로 줄었다고 합니다. 진통제 성분이 포함된 트리마돌은 2023년까지 금지약물이 아니었으나 지난해부터 사용이 금지됐습니다.

허인회는 자신이 통풍 증세가 있어 의사의 처방을 받아 진통제 성분인 트리마돌이 포함된 약을 먹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선수 본인은 물론, 담당 의사도 변경된 규정을 알지 못했다고 덧붙였습니다. 

허인회는 필자와의 인터뷰에서 “통풍이 왜 걸렸는지는 알 수 없다. 일반적인 원인과 같다. 오른쪽 발목과 발등이 심하게 아프다. 항상 그런 건 아니고 급성 통풍이라고 간헐적으로 한 번씩 심하게 아팠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TUE 제도를 사전 또는 사후에 신청할 수 있는데 그걸 제대로 하지 못했던 게 제일 속상하다”라며 한숨을 쉬었습니다.

KADA에 따르면 ‘TUE(Therapeutic Use Exemptions)’는 치료 목적 사용면책을 뜻합니다. 선수가 금지약물 또는 금지 방법의 사용이 필요한 의학적 상태에 있고, ‘치료 목적 사용면책 국제표준’ 및 세계 도핑 방지 규약 제4.4조에 따른 조건을 충족할 때 치료 목적으로 금지약물 또는 금지 방법의 사용을 허가하는 것을 말한다고 합니다.

만약 허인회가 자신의 골프 인생에서 ‘멀리건’을 쓸 수 있다면 다시 과거로 돌아가 ‘TUE 신청’ 카드를 썼을 것 같습니다. 그랬다면 이유를 불문하고 ‘KPGA 도핑 1호’라는 달갑지 않은 역사의 주인공이 되지 않았을 거니까요.

US 오픈 우승자로 국내에도 친숙한 그레이엄 맥도웰(북아일랜드)은 지난해 금지약물이 포함된 비강 스프레이를 사용해 LIV 골프에서 1개 대회 출전 정지에 12만5000달러의 벌금을 부과받았습니다. 맥도웰은 6월 내슈빌 대회에서 감기 증상 완화를 위해 비강 스프레이를 이용해 도핑 방지 절차를 위반했다는 혐의를 받았습니다. 새롭게 출범한 LIV 골프에서 도핑에 걸린 첫 번째 사례가 됐습니다.

당시 LIV는 성명을 통해 "맥도웰이 LIV 골프 내슈빌에서 금지 약물인 레보메스암페타민 이 포함된 충혈 완화제를 사용하여 리그의 도핑 방지 정책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라고 밝혔습니다.

맥도웰은 "대회를 앞두고 수면에 지장을 주는 심한 코막힘으로 고생하고 있었다. 그래서 빅스(VICS) 사의 일반 코막힘 완화제를 사용했는데 금지 약물 목록에 있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몰랐다. 부주의로 인한 실수에 깊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내게 내려진 징계를 전적으로 수용한다”라고 말했습니다.


<사진> 도핑테스트에 걸려 3개월 출전 정지를 받은 뒤 복귀한 남자 테니스 세계랭킹 1위 야닉 시너. 헤드 테니스 엑스 

테니스에서는 남자 세계랭킹 1위 야닉 시너(이탈리아)가 도핑 문제로 도마에 올랐습니다. 시너는 금지약물 검출에 따른 3개월 자격정지 징계를 받은 뒤 코트 복귀를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시너는 2024년 3월 도핑검사에서 금지약물로 지정된 스테로이드 계열 약물 클로스테볼(clostebol) 양성 반응이 나왔습니다. 이에 따라 세계 도핑 방지 기구(World Anti-Doping Agency)로부터 올해 2월 9일부터 5월 4일까지 3개월의 자격정지 징계를 받았습니다.

시너가 비교적 대수롭지 않은 징계를 받은 데 대해 WADA는 “시너 본인에게 부정을 저지를 의도는 없고, 검출된 클로스테볼의 양도, 퍼포먼스에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니다. 시너의 주변 인원에 의한 과실이라는 본인의 설명에는 합리성이 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시너는 담당 물리치료사가 손을 다쳐서 클로스테볼(clostebol)이 포함된 약품을 사용했고, 이후 해당 물리치료사로부터 마사지를 받는 과정에서 의도하지 않게 자신의 체내에 클로스테볼이 유입되었다고 주장했습니다.

금지약물이 자신의 체내로 유입되는 과정에서 자신에게 어떠한 과실이나 부주의가 없었기에 자격정지 처분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주장한 것입니다. 고의성 여부에 논란을 일으켰던 시너는 징계가 풀리자마자 7일 모국에서 개막한 ATP 마스터스 1000 이탈리아오픈을 통해 복귀했습니다.


<사진> 매경오픈 우승 후 아내에게 트로피를 바치는 허인회. 코리안투어 제공

다시 허인회로 돌아가 볼까요. 2008년 KPGA투어 데뷔 후 통산 6승을 기록 중인 허인회는 지난해 비즈 플레이오픈 with 클럽 72에서 우승하며 30대 후반에도 여전히 정상급 기량을 펼치고 있습니다. 7월 말까지 징계로 출전할 수 없기에 올해 후반기 일정이 시작하는 9월 KPGA 파운더스컵에서 복귀할 전망입니다. 8월에 열리는 해외 개최 대회는 출전할 수 있습니다.

허인회는 “4월 말 최종 판단이 내려질 때까지 힘든 시간을 보내야 했다”라면서 “제가 출전하는 줄 알고 대회장을 찾아와 주신 팬들이 많았는데 최종 결정이 나지 않았기에 미리 말씀 못 드려 죄송한 마음이다. 그리고 이번 일로 협회와 후원사, 대회 스폰서 및 응원해 주시는 모든 팬께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 대회에 출전하지 못하는 동안 더 열심히 준비해서 후반기에는 더 좋은 모습으로 인사드리겠다”라고 다짐했습니다.


<사진> 국군체육부대 시절 코리안투어 대회 우승 후 거수경례하는 허인회. 채널에이 자료

국가대표 출신으로 엘리트 코스를 밟았던 허인회는 연습을 안하고도 우승한다고 믿는 괴짜 골퍼였습니다. 국군체육부대 소속의 현역 군인 신분으로 우승을 한 뒤 거수경례하는 장면도 아직 기억에 생생합니다. 머리를 온통 노랗게 물들이고 카레이싱과 오토바이의 속도감에 빠져들던 자유로운 영혼의 대명사였습니다.

2016년 가수 지망생 출신 여자친구와 혼인신고부터 한 뒤 2019년 결혼식을 올리고 나서는 한 여자의 남편이자, 한 아들의 아빠로서 다정한 가장의 모습을 보였습니다. 어떤 선수보다 팬 친화적인 스타일로 사인, 사진 요청에 늘 기꺼이 응해 늘 갤러리를 몰고 다녔습니다.

스타 기근에 시달리는 국내 남자골프의 한 줄기 희망인 허인회가 ‘통풍’을 뚫고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을지 지켜볼 일입니다.

사족으로 허인회의 발목을 잡은 통풍이란 퓨린이라는 단백질의 대사 과정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해 퓨린의 대사산물인 요산이 혈액 중에 쌓이게 되어 나타나는 질환입니다. 바람만 불어도 그 통증이 극심해 출산의 고통과 비유될 정도라고 합니다. 그래서 붙은 병명이 통풍. 자매 골퍼 박희영 박주영의 아버지인 ‘골프대디’ 박형섭 씨(대림대 교수)는 “통풍으로 너무 아파서 도끼로 발목을 자르고 싶어질 정도였다”라고 털어놓은 적도 있습니다.

통풍의 원인이 되는 요산은 체내에서 합성되거나 음식물로부터 섭취됩니다. 따라서 혈중 요산 수치를 감소시키기 위해 퓨린 함량이 높은 식품(육류의 내장 부위와 육즙, 등 푸른 생선 등)은 피해야 합니다. 단백질(육류, 생선, 가금류, 조개, 콩류) 과다 섭취도 좋지 않다고 합니다. 맥주를 비롯한 알코올도 멀리 해야 하죠.

물은 충분히 마시라고 권유합니다. 소변으로 요산을 배설시키고 요산 결석을 예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미국 Mayo Clinic은 하루 3L가량의 물을 섭취하도록 제시하고 있습니다. 조금씩 자주 물 먹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중요합니다. 신선한 채소와 과일은 가까이해야 합니다. 


<사진> 주류에 포함된 퓨린 수치. 삼성서울병원 홈페이지

삼성서울병원 홈페이지에 따르면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를 인용해 2009∼2013년까지 5년 동안의 통풍 환자 수가 연평균 9.7% 증가하였고 또한 2011년부터 통풍 유병률은 20대에서 7.1배, 30대에서 4.2배, 40대에서 2.7배로 늘어 젊은 환자가 크게 늘었습니다. 서구화된 식습관에 따른 육류 섭취와 비만 증가, 과도하게 술을 마시는 음주문화, 인구의 고령화 때문입니다.

골프장에 가보면 틈만 나면 맥주를 들이켜고 운동 후에는 육류 안주에 ‘부어라 마셔라.’를 즐기는 일도 있습니다. 골프가 자칫 골로 가는 지름길이 될 수도 있습니다.

김종석 채널에이 부국장(전 동아일보 스포츠부장)

글= 김종석 기자(tennis@tenni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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