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언슬전'은 '슬의생'이 되지 못했을까?[드라마 쪼개보기]

아이즈 ize 윤준호(칼럼니스트) 2025. 5. 9.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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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즈 ize 윤준호(칼럼니스트)

사진제공=tvN

의학드라마로 분류되는 tvN '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생활'(언슬전)이 완만한 상승 곡선을 그리며 반환점을 돌았다. 전공의사태로 인해 편성이 1년 가량 밀린 것을 고려할 때 준수한 성적을 거두고 있다고 볼 수 있지만, 앞선 '슬기로운 의사생활'(슬의생)시리즈의 인기에 비하면 아쉬움이 크다. 

왜 '언슬전'은 '슬의생'이 되지 못했을까? 단순히 전공의사태 때문에 전공의들을 바라보는 대중의 시선이 곱지 않았다는 것만으로는 설명이 안 된다. 궁극적으로는 드라마 내부에서 그 이유를 찾아봐야 한다.

'언슬전'은 지난 4월1일 전국 시청률 3.7%로 출발했다. 이후 꾸준히 시청률을 끌어올렸고 지난 5월4일 방송된 8회 시청률은 6.0%다. 12부작 임을 고려할 때 10% 달성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최근 드라마 시장의 침체를 고려하면 결코 나쁜 성적이 아니다. 하지만 '슬의생' 시리즈와 비교하면 상대적 박탈감이 크다. 지난 2021년 방송된 시즌2의 경우 1회가 10.0%로 시작해 14.1%로 막을 내렸다. 아직 이 시청률의 허리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의미다.

사진제공=tvN

'슬의생' 시리즈를 연출했고 '언슬전'에는 크리에이터로 참여한 신원호 PD는 앞서 진행된 제작발표회에서 "바쁜 경쟁 사회에서 신입의 이야기는 답답할 수 있지만, 요즘 성장 서사 자체가 귀하다. 갓난아기가 언젠가 목을 가누고, 걷고, 말한다는 걸 알면서도 그 순간을 목격하며 감격을 받듯, 이 드라마의 설득력은 거기에 있다"면서 의사라는 그들의 직업보다는 사회 초년생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달라고 당부했다.  

의사들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커진 상황 속에서 이 작품이 '의학물'로만 분류되는 것을 경계했다고 볼 수 있다.하지만 '언슬전'은 기존 의학 드라마가 결국 판타지라는 것을 새삼 깨닫게 만들었다. 아직은 서툴지만 결국은 의사로서 사명감을 갖게 되는 그들의 모습과 현실 속 전공의 파업 및 의대생들의 수업 거부는 괴리가 큰 탓이다. 포털사이트 뉴스의 연예란을 보면 그들의 노고와 성장을 들여다 보는 '언슬전'의 리뷰 기사가 나오지만, 사회란을 보면 여전히 전공의가 부족해 의료 현장에서는 대란을 겪고 있고, 각 의과대학은 더 이상 의대생 복귀를 기다릴 수 없어서 그들을 유급시킬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 나온다. 

대중이 판타지를 좇는 이유는 일종의 희망을 얻고 싶어서다. 현실 속에서는 쉽게 이뤄지지 않지만, 드라마 속 이야기를 통해 대리만족을 얻는 셈이다. 아울러 '현실에서도 그렇게 될 수 있다'고 믿고 싶은 것이다. 하지만 의료대란을 겪는 TV 밖 세상에서는 여전히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 시청자들이 이 드라마에 몰입할 동력을 잃게 된다는 의미다.

그렇다고 '언슬전'이 치고 나가지 못하는 이유를 밖에서만 찾으면 안 된다. 내부적으로도 아쉬움이 크다.

사진제공=tvN

일단 캐릭터들이 지나치게 도식적이다. 주인공 오이영(고윤정), 표남경(신시아), 김사비(한예지), 엄재일(강유석)은 서로 다른 성향을 갖고 있다. 이는 마치 'MZ세대'라 불리는 이들이 일반적으로 갖고 있다는 특징을 하나씩 나눠준 느낌이다.

오이영은 일단 한 차례 포기했던 전공의 생활을 빚 때문에 다시 시작한다. 빚을 갚을 때까지만 일할 생각인 오이영에게서 열정은 찾을 수 없다. 그랬던 그가 앰뷸런스에 있던 산모를 통해, 갑작스럽게 분만을 맡게 되며 깨달음을 얻게 되는 과정은 다소 식상하다. 항상 1등 만을 외치는 김사비가 잦은 실수로 인해 혼나면서도 더 많은 기회를 부여받는 오이영을 질투하고, 원리원칙만 고집하면서 환자의 감정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것도 현실적이진 않다. 반면 엄재일은 그들과 완전히 반대 지점에 서 있다. 주변 모든 상황을 신경쓰고 또 좋은 사람이 되려 한다. 즉 김사비와 엄재일은 MBTI에서 각각 'T'와 'F'를 대변한다. 여기에 바쁜 전공의 생활 때문에 사생활을 즐기지 못하는 표남경의 이야기까지, '언슬전'은 어딘가에서 들어봤을 법한 '요즘 젊은이'들을 한데 모아 놓은 것 같다. 캐릭터가 입체적이지 않다는 뜻이다. 

이는 '언슬전' 속 전공의처럼 이제 막 메인 작가와 PD로 거듭나려는 제작진이 갖는 갖는 한계일 수도 있다. '언슬전'은 '슬의생'에 기대는 측면이 많다. '슬의생'의 주인공인 정경호, 유연석, 안은진 등이 특별 출연해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그들은 거들 뿐, '언슬전'을 궁극적으로 이끌어갈 수 없다. 이는 제작 과정에서도 마찬가지다. '언슬전'은 김송희 작가가 집필하고, 이민수 PD가 연출을 맡았다. 하지만 '슬의생' 시리즈의 신원호 PD와 이우정 작가가 크리에이터로 참여했다. 그리고 신 PD는 제작발표회에도 참석해 직접 목소리를 냈다. '언슬전'이 '슬의생'의 연장선상에 놓은 작품이라는 것을 강조하는 시그널을 준 셈이다. 

이는 분명 '언슬전'을 알리는 데 큰 힘이 됐다. 하지만 그로 인해 '언슬전'을 선택한 시청자들의 눈높이는 '슬의생'에 맞춰졌다. 그 정도의 만듦새와 재미를 원했다는 것이다. 크리에이터로서 그들의 역할이 강조된 것이 양 날의 칼이 됐다는 뜻이다. 결국 현실과 판타지의 적절한 배합에 실패한 '언슬전'은 '슬의생' 시리즈와 달리 범작으로 남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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