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이방인 여성 노동자로 살아낸 날들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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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화면으로 보는 만화가 일상인 세상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손가락 사이로 책장을 끼워가며 읽는 만화책만의 매력을 잃을 수 없지요.
'돈덴'은 그가 낯선 땅에서 이방인으로, 노동자로, 여성으로 살아낸 날들의 내밀한 기록이다.
다소 불친절하게 느껴질 수도 있으나, 그런 점이 오히려 이 작품의 매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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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스마트폰 화면으로 보는 만화가 일상인 세상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손가락 사이로 책장을 끼워가며 읽는 만화책만의 매력을 잃을 수 없지요. 웹툰 '술꾼도시처녀들', 오리지널 출판만화 '거짓말들'의 만화가 미깡이 한국일보를 통해 감동과 위로를 전하는 만화책을 소개합니다.

궁금증을 자극하는 제목부터 살펴보자. '돈덴'은 연회장이나 홀에서 테이블과 의자를 재빠르게 교체하는 작업을 가리키는 업계 은어 '돈덴가에시'를 줄인 말이다. 관리자가 "돈덴!"을 외치면 하던 일을 멈추고, 생리혈을 흘리면서도 달려가 의자를 옮겨야 한다. 그러니까 여기는 일본. 표제작 '돈덴'의 주인공 '박인찬'은 일본으로 건너가 혼자 살며 연회장 아르바이트를 하는 젊은 여성이다.
그에게는 일본어를 가르쳐주는 동료, 쉬는 시간을 챙겨주는 동료, "있는 힘껏 한국인"인 인찬이 쏟아내는 식민지 이야기를 묵묵히 들어주는 동료도 있지만, "왜 여기서 일하는 거야?"라든가 "회사 생활을 얕보고 있지 않아?"라고 묻는 이들도 있다. 인찬은 손바닥에서 돈 냄새가 나는 매니저에게 마조히즘적 욕망을 느끼는 한편, 그런 남자에게 끌리곤 하는 자기 자신을 집요하게 들여다본다. '돈덴'은 그가 낯선 땅에서 이방인으로, 노동자로, 여성으로 살아낸 날들의 내밀한 기록이다.
두 번째 단편 '13살의 공산주의'는 부잣집 외동딸 '박감사'의 이야기다. 초등학교 6학년인 감사는 집안일을 하는 '연변 이모'와 아버지 밑에서 일하는 '황요석 실장'을 매일 집 안에서 마주한다. 감사는 자칭 공산주의자로서, "어느 누구도 특별하지 않다"는 신념을 갖고 있다. 그래서 조선족을 비하한 남학생과 몸싸움을 하다 앞니가 빠졌을 때, 감사는 부자지만 '깽값'을 받아냈다. 그것이 감사 방식의 평등이다.
감사는 늘 힘이 없고 "그릇이 작은" 서른여덟 살 요석에게 묘한 관심을 느낀다. 자신은 공산주의자니까 평등하게 대해주면 좋겠는데 자기가 어리고, 또 상사의 딸이니까 요석이 배려하고 맞춰주는 것 같아 못마땅하다. 그러던 어느 날 감사의 세계를 뒤흔들 요석의 비밀이 드러난다. "이걸 막지 않아야 네가 공산주의자가 되는 거야." 열세 살의 공산주의자 감사는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그리고 훗날 이 일을 어떻게 기억하게 될까.

만리포 작가의 만화는 전통적인 서사의 규칙을 따르기보다는 은유와 함축 속에서 마치 시처럼 흘러간다. 보통 만화에서 장면이 전환될 때 '여기'가 어디이고 '지금'이 언제인지를 먼저 보여준다면 작가는 그 절차를 생략하고 핵심으로 곧장 진입한다. 쉽사리 꺼내기 어려운 말도 에두르지 않고 정면으로 찔러넣는다. 다소 불친절하게 느껴질 수도 있으나, 그런 점이 오히려 이 작품의 매력이다. 뜨겁고 치열하다. 공백은 상상하게 만들고 여백은 음미하게 한다. 거듭 곱씹게 된다. 페이지를 앞뒤로 넘겨 가며 다시 읽는 맛이 있어 종이책인 점이 정말 좋다.
그림은 또 어떠한가. 복잡하고 미묘한 감정들을 세밀하게 포착하는 선은 가늘고 유려하면서도, 동시에 박력 있고 과감하다. 이 매력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비릿한데도 자꾸 입맛을 다시게 되는, 생생한 날것의 맛? 만리포 작가의 다음 작품이 벌써부터 몹시 기다려진다.
미깡 만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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