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인가, 역차별인가...'지방공무원 거주지 제한 폐지' 엇갈린 시선
"우수 인재 유입" 대 "지역 청년 소외" 논쟁 점화
"지역과 외부 인재 비율을 현실에 맞게 조정 필요"

우수 인재 유입을 위한 열린 채용일까, 지역 청년 소외를 가속화하는 제도일까.
대구시가 지난해 지방직 공무원 시험 응시자의 거주지 제한 조건을 폐지한 후 공직 개방성 확대와 지역 인재 보호 측면을 두고 시선이 엇갈리고 있다. 서울을 제외한 광역자치단체 중 처음으로 사는 곳과 관계없이 채용 기회를 부여한 대구시는 이를 전국 우수 인재 유입을 위한 혁신 행정 사례로 평가하지만, 기반산업이 쇠퇴해 가는 지방도시의 몇 안 남은 취업 관문마저 좁히면서 지역 청년들의 유출을 가속화한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8일 행정안전부와 대구시 등에 따르면 현재 지방공무원 채용 과정에서 거주지 제한이 없는 광역자치단체는 전국에서 서울시와 대구시 2곳뿐이다. 거주 조건은 통상 △시험을 보는 당해 1월 1일 이전부터 최종시험(면접) 시행예정일까지 해당 지역에 주민등록이 돼 있거나 △주민등록상 해당 지역에 거주한 기간이 총 3년 이상인 경우 중 하나를 충족하면 된다. 우수한 성적의 응시자라도 거주지 제한 규정을 준수하지 않았을 때에는 탈락 처리가 되는 만큼 매년 각 지자체의 시험 공고가 뜨면 거주지 제한에 해당하는지 문의하는 수험생들이 많아진다.
서울시는 1999년 7월 이 같은 규정이 지방대 출신 응시자를 차별하는 측면이 있다고 폐지했다. 대구시도 지난해 우수 인재 유치를 위해 지역 외 다양한 인재에게 시험 응시 기회를 줘야 한다는 취지에서 해당 규정을 없앴다. ‘지자체장은 소속 공무원의 임명, 휴직, 면직과 징계를 하는 권한을 가진다’는 내용의 지방공무원법 제6조 등이 근거다.
그 결과, 지난해 13명을 뽑는 제3회 지방공무원 공개경쟁 임용시험에는 1,331명이 몰려 평균 102.4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전년 경쟁률(58.5 대 1) 대비 1.7배 상승했고, 이 중 외지 응시자는 전체의 28.5%를 차지했다. 올해 25명을 선발하는 경력채용(3개 직렬)에도 385명(외지 출신 266명)이 몰렸다. “공직 문호 개방으로 전국의 우수 인재가 몰린 것”이라고 대구시는 설명했다. 다양한 인재 유입으로 조직에 활력을 불어넣고, 지방행정 경쟁력 강화의 계기가 될 것이라는 의미다.
하지만 지방행정의 전문성과 효율성 확보 측면에서 거주지 제한 철폐가 정답이 될 순 없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지방공무원의 전문성은 충분한 지역 이해도가 선행된 상태에서 승진 등 성과 측정 시스템, 교육 ·훈련 등으로 함양할 수 있어 거주지 조건 삭제는 외려 지역 청년의 취업 기회를 박탈하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것이다.
대구시새공무원노조는 지난 1일 논평에서 “대구지역 청년들의 정당한 취업 권리를 빼앗는 거주지 제한 제도를 다시 정상화해 지역청년 유출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구공무원노조도 지난해 논평 등을 통해 “역외 응시자가 합격했을 때 얼마나 오래 대구에 있을지 염려된다”며 “복지와 처우 문제를 해결하지도 못하면 (외지 응시자의) 역량은커녕 잡아두기도 부끄러울 것”이라고 꼬집었다.
전문가들은 지방행정이 점차 고도화·국제화되는 과도기에 불가피한 논쟁이라고 진단했다. 김준모 건국대 행정학과 교수는 “이미 많은 지역 청년들이 수도권에 진출해 있는 현실에서 인재 유입을 위한 유연한 조치”라며 “지역과 외부 인재 비율을 현실적 여건에 맞게 적절히 조정하는 방식으로 채용 시스템을 안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민순 기자 s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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