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계란으로 우뚝 선 제주 ‘애월아빠들’의 진심

농가에서 생산한 계란이 제 값을 못 받고 유통되는 것을 가만 두고볼 수 없었다. 건강하게 자란 닭이 낳은 계란을 통해 믿을 수 있는 먹거리를 만들겠다는 포부도 있었다. 그렇게 2005년 11월 5개의 농가가 힘을 합쳐 제주웰빙영농조합법인을 설립했다. 그 중에는 아버지가 1979년부터 운영해온 애월읍 광령리 유신농장의 대를 이은 이욱기 대표도 있었다.
'건강한 닭에서 건강한 계란이 나온다'는 게 핵심 철학이었다. 자연에 풀어놓아 방사형으로 키우는 스트레스 받지 않는 농장. 동물복지 계란이자 제주 재래닭의 계란이 그들의 상징이었다. 동물복지 인증과 함께 모든 유통단계에 걸쳐 HACCP 인증을 받았다. 사료에는 항생제, 합성항균제, 성장촉진제, 호르몬제 등을 일절 첨가하지 않고 대신 야생초, 쌀겨, 제주 물고기 등을 발효시켜 만든 EM 미생물 발효사료를 사용했다.
2017년에는 '우리 가족의 먹거리는 아빠들이 책임진다'라는 이념을 가지고 애월아빠들이라는 브랜드를 런칭했다. 청정 제주의 가치를 담아냈다는 점, 그리고 묵묵히 이어진 노력에 시장에서 반응이 오기 시작했다. 전국 곳곳의 백화점과 친환경 식품 매장, 각종 대형마트에 진출했다.
이제는 직원 100여명에 매출액 280억원을 기록하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현지 4곳의 직영농장을 운영 중이고, 농장 11곳을 위탁 경영하고 있다. 함께하는 농가들과 생산기술을 공동개발하고 마케팅도 공동으로 수행하면서 '협력의 힘'을 발휘하고 있다. '애월아빠들'은 이미 제주와 전국 곳곳의 소비자들에게 신뢰받는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제주에서는 전체 유정란, 일반란 시장 점유율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이들이 가장 힘을 쏟는 것은 제주 재래닭인 구엄닭의 보존. 일제강점기 때 없어질 뻔 했다가 복원된 구엄닭을 증식시켜 여러 농장에서 키우고 있다. 이들은 넓은 들판에서 뛰어놀면서 건강한 알을 낳는다. 구엄닭은 야생성을 가지고 있어 생산성, 수익성이 상대적으로 떨어진다. 몸집도 작고 산란율이 일반 닭에 비해 40% 수준도 되지 않는다. 그러나 재래종 보존이라는 사명과 안전하고 바른 먹거리라는 지향점을 위한 일이기에 포기할 수 없다. 최근에는 신재생에너지를 100% 활용해 만든 RE100 계란도 출시했다.
지역사회와 상생하기 위한 노력도 지속하고 있다. 지역 학교를 위한 장학금 제공과 학자금 형성 프로젝트 참여, 사회복지단체에 계란 기부, 장애인들의 실습을 위한 공간 제공 등의 사회공헌도 이어가고 있다.

김봉현 제주웰빙영농조합법인 공동대표는 "구엄닭이라는 제주가 갖고 있는 문화적 가치를 지키면서 농장주들이 건강한 계란 생산에만 집중할 수 있게끔 하는 체계를 구축해왔다"며 "표준화된 고품질 기준에 따라 선별하다 보니 소비자로부터 신뢰를 얻을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우리 가족들의 먹거리는 아빠들이 책임진다는 이념과 제주 재래닭의 문화적 가치 보존은 앞으로도 계속 가게 될 방향"이라며 "미국 나스닥에 상장된 동물복지 윤리적 식품회사인 바이탈팜스와 같은 회사로 성장하기를 꿈꾸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