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모·신생아 위해 정부지원 받는 병원에 산과의사가 없다?

박정연 기자 2025. 5. 9.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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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복지부가 추진하는 ‘모자의료 진료협력 시범사업’에 선정된 일부 대학병원은 분만이나 신생아 진료 전문 교수가 없거나 신생아중환자실(NICU) 운영조차 어려운 실정인 것으로 나타났다. 신생아가 인큐베이터 안에 누워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정부가 고위험 산모와 신생아를 위한 응급의료 체계 정비에 나섰지만 의료 현장에선 산부인과와 소아청소년과 전문 인력 부족 한계가 여전히 드러나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추진하는 ‘모자의료 진료협력 시범사업’에 선정된 일부 대학병원은 분만이나 신생아 진료 전문 교수가 없거나 신생아중환자실(NICU) 운영조차 어려운 실정이다.

8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고위험 임산부와 신생아를 위한 진료 연계를 강화하는 모자의료 진료협력 시범사업을 수행할 12개 협력체계(총 23개 기관)가 지난달 말 선정됐다.

모자의료 진료협력 시범사업은 대표기관과 중증 치료기관을 중심으로 고위험 산모·신생아 및 응급 분만 환자에 24시간 대응 가능한 진료협력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핵심이다. 대표기관에는 최대 14억원, 중증 치료기관에는 최대 4억 7600만원의 사전 지원금이 지급된다. 성과에 따라 인센티브와 추가 수가도 제공된다.

협력체계는 고위험 임산부와 신생아의 최종 치료를 맡는 대표기관 1곳과 응급상황에 초기 대응하는 중증 치료기관 등으로 구성된다. 중증 치료기관은 대표기관을 뒷받침해 수술이나 입원 치료 등 1차 처치를 수행한다.

문제는 중증 치료기관들조차 인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이다. 비교적 인력 사정이 나은 편으로 여겨지는 수도권 대학병원조차 예외는 아니다.

중증 치료 기관으로 참여하는 기관 중 상계백병원은 산부인과 전문의가 없고 한양대구리병원과 한림대강남성심병원은 신생아 세부전문의가 각각 2명에 불과하다. 전공의가 없는 상황에서 교수나 입원전담전문의 1~2명이 하루씩 번갈아 당직을 서며 진료를 유지하는 경우도 많다.

일부 병원은 사업 선정 전후로 입원전담전문의를 새로 채용하는 방식으로 다급하게 인력을 충원했다. 하지만 구조적 인력난을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이다. 실제로 동국대일산병원의 경우 지난달 약 2주간 NICU 운영이 인력 부족으로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못했다.

복지부의 선정 기준이 느슨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사업 공모 기준에 따르면 기존 지역 모자의료센터나 소청과 전문의 1인 이상 및 NICU 10병상 이상인 의료기관은 중증 치료 기관으로 참여할 수 있다.

서울 소재 대학병원의 한 산부인과 교수는 "같은 소청과 전문의라도 신생아 세부전문의와 다른 분야 세부전문의가 볼 수 있는 진료 영역은 아주 다르다"며 "비 신생아 세부전문의만으론 모든 중증 응급 상황에 대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복지부는 산과·소청과 인력난이 심화된 의료 현실을 고려해 선정 기준을 다소 유연하게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사업 공모 전 의료현장에서 인력과 시설 기준을 완화해달라는 요청이 많았고 일정 부분 반영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의정갈등으로 산과와 소청과 인력부족이 더욱 심화된 점도 있는 만큼 '향후 인력 충원 계획'까지 심사 과정에서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선 시범사업 참여 기관 선정 과정에서 정부가 의료기관의 실제 진료 역량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예를 들어 일부 병원은 NICU를 갖추고 있지만 일정 주수 이상의 신생아만 제한적으로 진료하는 등 운영을 축소한 상태다. 그럼에도 기준상 병상 수만 충족하면 참여가 가능해 실제 의료 서비스가 제대로 이뤄지는지는 반영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관계자는 “병원이 제출한 자료로는 인력과 시설 현황을 확인할 수 있지만 실제 운영이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지까지는 파악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정부의 정책 방향은 긍정적이지만 이를 뒷받침할 인력 기반이 함께 마련돼야 실질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게 의료계의 공통된 목소리다.

서울 소재 상급종합병원 소속 소청과 교수는 "모자의료 진료협력 시범사업의 대표병원으로 선정된 전국 12개 병원을 제외하면 수도권과 지방을 막론하고 산과와 소청과 전문의가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정부의 정책이 더 큰 효과를 낼 수 있는 인력 기반이 조성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정연 기자 hess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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