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혜 갚은 까치’와 한덕수 [코즈모폴리턴]

김지은 기자 2025. 5. 9.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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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봄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전쟁' 충격이 거듭되는 나날이다.

그 역시 여러번에 걸쳐 미국의 관세 부과가 "전적으로 부당하다"거나 "논리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고, 반트럼프 정서에 힘입어 총선에서 기사회생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지난 2월 "트럼프의 관세 위협에 단호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히는 등 미국의 관세 부과에 대해 여러차례 강한 비판과 우려를 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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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타임스 누리집 갈무리

김지은 | 국제뉴스팀장

올봄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전쟁’ 충격이 거듭되는 나날이다. 트럼프의 입만이 문제가 아니다. 지난달 20일 파이낸셜타임스가 보도한 “한국은 미국의 관세에 맞서 싸우지 않을 것”이라는 한덕수 당시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의 발언은 또 다른 차원의 충격을 줬다. 최상목 당시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미국에서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관세를 놓고 첫 협상을 하기 나흘 전이었다.

이상하리만큼 국내 언론이 조명하지 않은 한 전 총리 발언을 두고 외교·통상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시작도 전에 “위에서 저러면 협상을 어떻게 하냐”는 반응이 나왔다. 주권국이 다른 주권국과 협상에 나서면서 대놓고 “우리는 다툴 의사가 전혀 없어요”라고 선언한 꼴이니 어안이 벙벙할 따름이었다.

“맞서지 않겠다”는 이유도 기괴했다. 한 전 총리는 한국전쟁 때까지 거슬러 올라가 “우리의 산업 능력과 금융 발전, 문화와 성장, 부는 미국의 도움 덕분”이라고 했다. 이런 “빚”을 생각해 “(트럼프 행정부의 조처를) 맞서 싸워야 할 목표로 삼기보다 양쪽이 윈윈할 수 있는 해결책”을 모색하겠다고 했다. 현대판 ‘은혜 갚은 까치’라도 되고자 하는 것일까?

트럼프발 관세 폭탄을 떠안은 57개 나라와 지역이 제각각 마주한 사정이 다를 것이다. 그래도 한 전 총리만큼 노골적으로 자진 납세 의지를 선뜻 내어 보인 국가 지도자는 찾을 수 없다. 쥐스탱 트뤼도 전 총리의 뒤를 이어 트럼프와 각을 세운 캐나다의 마크 카니 총리는 최근 총선 승리 뒤 “캐나다를 위한 최상의 거래를 성사시키기 위해 우리가 가진 모든 것을 다해 맞서 싸우겠다”고 말했다. 미국의 가장 ‘충실한’ 친구 역할을 자임했던 일본의 이시바 시게루 총리조차 여러차례 “유감”을 표명하면서 “일본을 상호관세 대상에서 제외할 것을 강력히 요구했다”고 밝혔다. 미국의 상호관세에 보복관세 대응을 배제해온 앤서니 앨버니지 오스트레일리아 총리도 3일 총선을 앞두고 “오스트레일리아의 이익을 위해 (미국과) 맞서겠다”고 유세했다. 그 역시 여러번에 걸쳐 미국의 관세 부과가 “전적으로 부당하다”거나 “논리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고, 반트럼프 정서에 힘입어 총선에서 기사회생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지난 2월 “트럼프의 관세 위협에 단호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히는 등 미국의 관세 부과에 대해 여러차례 강한 비판과 우려를 표명했다.

이런 발언들은 상대국뿐 아니라 자국 여론을 의식한 것이기도 하다. 이들은 국면과 필요에 따라 유화적인 메시지를 내놓기도 한다. 그러나 한 전 총리처럼 총 한방 안 쏘고, 아니 총은 잡아보지도 않은 채 항복 선언을 한 이는 없다.

한 전 총리는 대선 출마를 선언하며 “세계 통상 질서가 급변하고 국제 질서가 요동”치는 현실에서 자신이야말로 적임자라고 주장했다. ‘은혜 갚은 까치’는 자신에게 은혜를 베푼 선비를 지켜주려고 몸을 부딪쳐 종을 치다 동료 까치들과 함께 비장한 최후를 맞았다. 앞서 언급한 파이낸셜타임스 인터뷰 내용을 떠올리면 황당한 상상을 하게 된다. 우리도 은혜를 갚으려면 다 함께 머리를 박아야 하나?

mir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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