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조작 엄벌' 공약 쏟아지지만…"처벌수위 상향만으론 해결 안돼"

방윤영 기자 2025. 5. 9. 08:01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금융감독원과 서울대 금융법센터가 8일 서울대에서 '증권 불공정거래의 최근 이슈'를 주제로 현안 세미나를 진행했다. /사진=방윤영 기자

대선 국면에 들어서며 주가조작·시세조종 등 불공정거래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공약이 등장하고 있지만 처벌 수위만 올리는 것으로는 불공정거래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불공정거래 수법이 다양하고 빠르게 발전하면서 실제 법 적용 자체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이런 부분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금융감독원과 서울대 금융법센터는 8일 서울대에서 '증권 불공정거래의 최근 이슈'를 주제로 현안 세미나를 열었다. 이날 세미나에 참석한 학계·감독당국·수사기관 등 관계자들은 불공정거래 행위가 새로워지고, 다양해지면서 이에 대응하기 위해 행정제재가 도입됐으나 실제 현장에선 법 적용, 혐의 입증이 가능한지가 쟁점이라고 지적했다.

이정수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부교수는 최근 불공정거래는 M&A(인수·합병), 공개매수 과정에서도 나타나고 있다고 했다. 홈플러스·MBK파트너스 사기적 부정거래 의혹, 고려아연의 유상증자 사건, 두산밥캣과 두산로보틱스 합병 과정에서 불공정한 합병비율 논란 등 다양한 사례가 사기적 부정거래 등으로 법 적용이 가능한지가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최근 적대적 M&A, 공개매수 관련해서도 사기적 부정거래에 대한 여러 검토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사기적 부정거래를 어느정도 확대해서 적용할지 판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부당이득액 산정기준을 법제화해 범죄자가 실제 얻은 경제적 이득에 상응하는 처벌이 이뤄지도록 했다. 그러나 류경은 고대 법대 부교수는 기준 마련에도 부당이득을 정확히 계산하기 어려운 영역이 존재하고, 기준이 모호한 점도 있어 여전히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이익 또는 회피한 손실액이 50억원 이상이면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 징역이 가능하지만 산정이 어려울 경우에는 벌금 상한액이 5억원으로 처벌 수위가 대폭 낮아진다.

범죄 수법은 나날이 발전하고 있다. 자본시장을 뒤흔들었던 '라덕연 주가조작 사태'와 관련 장정훈 금감원 조사3국장은 "3년 넘는 장기간 이뤄지다 보니 주가는 최대 17배까지 상승했으나 일별 등락률은 3%대에 불과해 감독 감시망을 피할 수 있었다"며 "라덕연 일당이 주가조작에 활용한 CFD(차액결제거래)의 위법 여부도 쟁점으로 남아 있다"고 말했다.

현재 라덕연 호안투자자문 대표의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 항소심이 진행 중으로, 재판부는 CFD 계좌를 이용한 거래가 시세조종 행위의 구성요건에 해당하는지 검토 중이다.

안현수 한국거래소 리스크관리부장은 "불공정거래 규제는 2014년 시장질서 교란행위 도입, 2023년 3대 불공정거래 과징금 규제, 부당이득 산정기준 마련, 지속적인 처벌수준 상향을 들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입법의도 자체는 좋지만 교란행위나 과징금 규제는 기관간 이해관계를 조정한 입법이 이뤄졌고, 부당이득 산정기준이나 처벌수준 상향은 현행 벌칙제도가 갖는 본질적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결과적으로 규제가 정상적으로 작동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순섭 서울대 법대 교수는 "기술적 발전에 따른 새로운 거래행태가 나타나면서 현행법으로 어디까지 대응할 수 있는지 고민하고 입법 대응을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방윤영 기자 byy@mt.co.kr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