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러스' 배두나 "사랑에 빠지는 바이러스라니… 독특한 아이디어에 반했죠" [인터뷰]

신영선 기자 2025. 5. 9.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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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바이러스’서 번역가 택선 역 맡아
배우 배두나 ⓒ㈜바이포엠스튜디오

[스포츠한국 신영선 기자] 배두나, 김윤석 주연의 '바이러스'가 오랜만에 행복 도파민으로 극장가를 물들이고 있다. 지난 7일 개봉한 영화 '바이러스'는 치사율 100% 바이러스 탓에 이유 없이 사랑에 빠지는 여자 택선의 이야기를 그린 로맨스 무비다. 택선(배두나)은 어느 날 첫만남에 청혼까지 해버리는 모태솔로 연구원(손석구)과 최악의 소개팅을 치른 후 치사율 100%의 톡소 바이러스에 감염이 되고 만다. 평소 일과 연애를 향한 의욕이 바닥이던 택선은 감염 이후 갑자기 세상이 온통 핑크빛으로 물들어 보이고 평소라면 거들떠보지도 않던 꽃무늬 원피스에 눈길이 간다. 이 모든 변화는 사랑에 빠지는 톡소 바이러스 때문. 택선은 바이러스를 옮긴 소개팅남의 유언에 따라 이균(김윤석) 박사와 바이러스를 치료하기 위한 여정을 시작하고 이들의 묘한 동행은 웃음과 설렘 사이를 오가며 관객에게 알콩달콩한 로맨스 감성을 전파시킨다.

지난달 30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배두나와 스포츠한국이 만났다. 배두나는 이번 작품을 '환기'라는 단어로 정의했다. 오랜만에 도전한 로맨스 장르에서 감정을 억누르지 않고 자유롭게 발산하는 택선을 통해 다시금 연기의 재미를 되찾았다고 전했다.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부터 독특한 아이디어가 좋았어요. 사랑에 빠지는 것이 마치 감염되듯 무장해제 되고 또 감염되는 것처럼 사랑에 빠진다는 아이디어가 마음에 들었죠. 부정적이었던 사람이 초긍정 모드로 밝아지고 행복해지는 사람이 되는 모습도 좋았고요. 현대사회에 필요한 이야기 같다는 생각을 했죠. 저 또한 택선처럼 운명적이고 낭만적인 사랑을 믿어요. 그 부분은 내가 어떻게 콘트롤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닌 것 같아요. 평소 이상형을 묻는 질문에 잘 답하지 못하는데 이상형을 정하고 사랑에 빠지는 것이 아니라 그냥 사랑에 빠지게 되는 것 같아요. 저 또한 택선처럼 낭만적 사랑에 빠져 본 경험이 있죠."

배우 배두나 ⓒ㈜바이포엠스튜디오

택선은 바이러스에 걸리기 전과 후의 감정 상태가 확연하게 다른 다면적 캐릭터다. 세상만사 시니컬했던 택선은 바이러스에 걸린 다음날부터 모든 것이 사랑스러워 보이는 감정 과잉 상태에 걸린다. 감정선을 최대한 절제하는 연기를 특징으로 했던 배두나는 이번 작품에서 '절제 전문'이라는 스스로의 표현을 뒤로하고 마음껏 감정을 발산하며 새로운 도전을 즐겼다.

"오랜만에 재미있었어요. 사실 제가 20대 초반일 때 TV드라마에서 그런 연기를 잘했거든요. '위풍당당 그녀'에서의 연기는 정말 발랄했죠. 그런 걸 상당히 즐겨하던 배우이기도 했어요. 택선은 바이러스에 감염된 상태이기에 어떤 감정 상태여도 이해가 되잖아요. 그런 부분이 재미있었죠. 택선의 감정의 수위는 감독님이 결정하셨어요. 리허설을 하고 감독님의 의도대로 맞춰서 연기를 했죠. 사실 제 연기의 크기를 결정하는 건 스크린의 크기예요. 스크린이 크면 저는 오히려 절제된 연기를 해요. 눈만 봐도 감정이 보이니까요. 반면 TV 드라마로 가면 더 친절하게 연기하죠. 요즘은 휴대폰으로 드라마나 영화를 보시니 그 크기까지 연기가 전달될까 고민이 돼요. 그 부분이 요즘 제가 연기를 하며 가장 고민하는 지점이에요."

이번 작품에서 배두나는 손석구, 장기하, 김윤석과 각각 다른 결의 감정선을 나눈다. 특별출연으로 초반 소개팅남 수필을 연기한 손석구와는 드라마 '센스8'부터 '최고의 이혼', 이번에 영화 '바이러스'까지 세 번째 만남을 이어오고 있다. 가수로 더 유명한 장기하는 '바이러스'가 영화 데뷔작이지만 두 번째 출연작인 '패스트 라이브즈'가 먼저 선보이기도 했다. 배두나는 이들 세 배우와의 각각 호흡에서 색다른 재미를 발견했다고 말했다.

"손석구 배우와 드라마 '센스8'부터 '최고의 이혼', 이번에 영화 '바이러스'까지 찍었어요. 손석구 배우는 기가 막힌 설정을 잘해요. 캐릭터가 돋보일 수 있는 설정을 추가하고 잘 녹여내요. 장기하 씨는 말 그대로 연기를 하는 것 같아요. 노래도 노래하는 것 같지 않은 느낌으로 부르잖아요. 그게 장기하스러운 매력인 것 같아요. 다른 역할은 어떻게 할지 궁금해지는 배우예요. 그 개성을 어떻게 녹여낼까 싶거든요. 김윤석 선배는 존재만으로 공기가 달라져요. 고레다 히로카즈 감독이 '유능한 축구 선수들은 내 앞의 공을 보지 않고 마치 드론처럼 하늘에서 보는 것 같이 본다'고 하더라고요. 김윤석 선배는 영화를 관통해서 영화의 전부를 아우르는 통찰력을 지녔어요. 그래서 그분이 나온 작품은 다 재밌어요."

배우 배두나 ⓒ㈜바이포엠스튜디오

배두나는 세계적인 감독들이 먼저 손을 내미는 '감독들이 사랑하는 배우'다. 이날 인터뷰 현장에는 방한 중이던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깜짝 등장해 눈길을 끌었는데, 두 사람은 영화 '공기인형'(2010)으로 인연을 맺은 뒤 '브로커'(2022)까지 함께하며 15년 넘게 깊은 파트너십을 이어오고 있다. 배두나는 2005년 일본 영화 '린다 린다 린다'로 해외 활동을 시작했고, 할리우드 데뷔작 '클라우드 아틀라스'를 비롯해 '주피터 어센딩', '#아이엠히어', '레벨 문 – 파트 1: 불의 아이', '레벨 문 – 파트 2: 스카기버', '센스8'까지, 언어의 장벽을 깨고 국적을 넘나드는 다양한 작품을 통해 글로벌 배우로 자리매김했다.

"일본어는 독학으로 했어요. 언어를 배우기 전 일본에서 이미 일을 하고 있었거든요. 일본어 못하는 유학생으로 출연했고 대사가 많지 않았는데 일을 하다 보니 들리게 됐고 그렇게 배웠어요. 영어는 회화를 잘하지는 않았는데 '클라우드 아틀라스'를 찍은 뒤 영어를 배우고 싶어서 영국에 유학을 가서 과외를 받으며 공부했어요. 사람들은 잘 모르죠. 제가 화보 찍으러 1박2일 한국에 들어오고 이런 식으로 티 안나게 공부를 했어요. 사실 다른 직업이면 영어가 필요 없는데 배우는 대사가 웃기게 들리면 안 되잖아요. 열심히 공들여서 문화를 배우기 위해 갔고, 한국말도 안 듣고 열심히 했어요."

10대 시절 '엄마'가 되고 싶다는 꿈을 품었던 배두나에게, 감정의 결이 섬세하게 흐르는 '바이러스'는 오랜 시간 쉼 없이 달려온 배우 인생에 잠시 숨을 고르게 해주는 작품으로 남았다. 쌓여온 피로와 무게 속에서 스스로에게 다시 집중할 수 있었던 순간을 안겨준 '바이러스'는 감정적으로도 물리적으로도 '환기'가 되어준 특별한 작업이었다.

"요즘은 작품 이후 회복할 수 있는 탄력이 줄어든 거 같아요. 그래서 좀 신중해졌어요. 예전에는 바로 작품을 찍어도 괜찮았거든요. 그런데 이제는 한 작품 찍을 때마다 저를 너무 달달 볶는 경향이 생겼기에 더 신중하자 싶어요. 한 작품을 할 때마다 에너지를 많이 쓰는 것 같아요. 그런 면에서 '바이러스'는 저에게 환기가 된 작품이에요. 관객들께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어서 기뻐요."

 

스포츠한국 신영선 기자 eyoree@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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