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에는 한 명의 배우만'...'온더비트'→'일리아드', 1인극의 세계에 빠지다

정에스더 기자 2025. 5. 9.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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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명의 배우가 여러 명의 인물 구현...도전적인 연극 형식
온더비트부터 일리아드까지...사랑받는 1인극 작품들

(MHN 이지원 인턴기자) 공연예술은 무한한 상상력을 바탕으로 창조되며 그 형식 또한 다양하다.

그중 소극장 공연은 보통 2~4명 혹은 그 이상의 배우들이 무대를 채우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어떤 작품들은 단 한 명의 배우만이 이야기를 서술하는 1인극의 형식을 채택해 기존과는 다른 새로운 공연의 매력을 보여주기도 한다.

1인극은 현재까지 다양한 작품에 활용되며 많은 관객들의 사랑을 받아 왔다.

지난 6일 성황리에 폐막한 연극 '지킬 앤 하이드'는 동명의 고전 소설을 원작으로 하며, 같은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뮤지컬과 달리 1인극으로 연출됐다. 뮤지컬에서는 소설 속 인물들에 각기 다른 배우들을 할당하여 표현한 것과 달리 연극은 한 명의 배우가 성별과 나이에 상관없이 모든 인물들을 연기한다.

또한, 30년가량을 배 위에서만 살아온 피아니스트의 이야기를 다룬 음악극 '노베첸토'도 배우가 약 11명의 인물들을 연기하는 작품으로 현재 절찬리에 공연 중이다.

이처럼 1인극은 한 명의 배우가 적으면 90분에서 많으면 120분이 넘는 시간 동안 성별과 나이의 한계를 무너뜨린 채 다양한 영역을 넘나들며 관객들과 소통한다. 그리고 1인극이라는 동일한 형식을 채택하면서도 무대를 채우는 방법은 작품별로 다양하다.

연극 '온더비트(ON THE BEAT)'는 프랑스의 작가이자 배우 세드릭 샤퓌의 극으로 드럼이 곧 인생인 소년 아드리앙의 이야기를 다루었다.

국내에선 프로젝트그룹 일다가 제작을 맡고 민새롬 연출의 손길을 거쳐 원작과는 조금 다른 새로운 작품으로 탄생했으며, 지난 2022년 11월 배우 윤나무와 강기둥의 더블캐스팅으로 초연됐다. 이후, 열띤 성원에 힘입어 지난 2023년 5월 같은 캐스팅으로 앵콜 공연됐다.

처음 극장에 들어선 관객은 아무것도 없이 텅 빈 무대와 여러 문장이 어지럽게 섞여 있는 벽과 만나게 된다. 이 작은 공간에서 배우는 100분이라는 시간 동안 자신의 연기와 조명, 음악 등을 다채롭게 활용해 무대를 가득 채운다. 1인극이라는 특성답게 배우는 공연이 진행되는 동안 단 한 번도 무대에서 퇴장하지 않고 관객들과 함께한다.

또한, 배우는 초반부에 등장하는 드럼 DTX900을 라이브로 연주하며 이야기의 주인공인 아드리앙 뿐만 아니라 세실, 크리스토퍼, 베르나르, 드럼 판매원 등 그를 둘러싼 여러 인물들을 완전히 다른 배우가 연기하는 것처럼 무대 위에 재현해 낸다.

마치 두 명의 배우가 대화하는 듯한 장면을 빠른 인물 변환으로 연기해 내는데, 관객들은 부가적인 설명 없이도 배우의 몸짓, 목소리, 눈빛 등을 통해 지금 어떤 인물을 연기하고 있는지 어렵지 않게 유추할 수 있다.  

같은 제작사에서 올린 연극 '살아있는 자를 수선하기'도 1인극의 형식을 채택한 작품으로, 서핑을 좋아하는 한 소년의 장기 이식 과정을 서술하며 인간의 심장이 갖고 있는 무한한 가능성을 이야기한다.

초연과 재연은 배우 손상규, 윤나무의 더블 캐스팅으로 진행됐으며 삼연부터 배우 김지현, 김신록이 합류해 젠더 프리 캐스팅이 이루어졌다.

'살아있는 자를 수선하기'는 보통의 1인극처럼 한 명의 배우가 무대 위에서 여러 인물들을 연기한다.

특이한 점은, 보통의 1인극에서 배우가 극이 시작되고 끝나는 순간까지 퇴장 없이 진행된다는 점과 달리 '살아있는 자를 수선하기'는 배우가 잠시 무대의 구석으로 빠짐으로써 관객들이 극을 온전히 향유할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준다.

예를 들어, 극 후반부에서 서술자는 무대 한 켠으로 사라지고 아주 큰 파도 소리만이 암전된 극장을 가득 채우는 순간이 있다. 이때 관객은 무대 위의 배우에 집중하는 것이 아닌 소리에 집중하게 되며 파도 소리를 뚫고 나오는 자신의 심장 소리를 듣게 된다.

이같이 1인극에서는 실험적이고 도전적인 연출이 시도되며, 이는 관객들에게 다른 연극에선 만나기 어려운 독특한 연극적 경험을 선사하기도 한다.

또다른 1인극 작품 '일리아드'는 뮤즈를 만들어 배우와 함께 무대를 채워나가게 했다.

'일리아드'는 호메로스의 대서사시 '일리아스'의 트로이 전쟁을 구연하며 과거부터 현재까지 끊임없이 이어지는 전쟁의 역사에 대해 이야기하는 연극이다.

'일리아드' 또한 다른 1인극처럼 한 명의 배우, 내레이터가 전체적인 극의 흐름을 이끌어가지만 그의 곁에는 뮤즈가 존재한다. 뮤즈는 악기 연주자로 배우가 아니기에 단 한 줄의 대사도 뱉지 않지만 배우와 함께 무대 위에 존재하며 내레이터의 연기에 맞춰 악기를 연주한다.

또한, 지난 공연에서는 최재웅은 드럼, 김종구는 아코디언, 황석정은 기타를 할당하여 캐스팅 별로 다른 악기를 선택해 극의 다양성을 추구하기도 했다.

'온더비트'는 드럼, '살아있는 자를 수선하기'는 파도 소리, '일리아드'는 뮤즈라는 요소를 통해 무대를 한껏 풍성하게 만들어낸 것처럼, 같은 형식의 1인극을 채택했다 하더라도 그 활용 방안은 무궁무진함을 알 수 있다.

1인극의 형식을 채택하는 건 연극만이 아니다. 동명의 동화를 원작으로 한 뮤지컬 '행복한 왕자'와 좀비 사태에서 인류의 마지막 생존자의 이야기를 다룬 뮤지컬 '더 라스트 맨' 등 뮤지컬에서도 1인극이 널리 활용되고 있다.

이처럼 1인극은 다양한 장르의 작품에 활용되며 배우들은 1인극을 통해 연기적 도전을, 관객들은 새로운 연극적 경험을 얻어낼 수 있다는 점에서 꾸준히 사랑받아 오고 있다.

 

사진=프로젝트그룹 일다 X, 국립정동극장 X, 연극 일리아드 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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