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가혹합니다”…어린 학생들에게 진로 강요하는 고교학점제, 벌써부터 시끌
대학 무전공 추세와 ‘엇박자’
서울은 선택권 다양한 반면
교원수 적은 지방은 과목 적어

“대학은 무전공 확대를 외치면서 고등학교에서는 전공 적합성을 찾으라니 이런 정책 엇박자가 어디 있습니까?”(경기 안양시 학부모 B씨)
다양한 과목을 스스로 선택해 학점을 채우는 고교학점제가 올해 3월 고1부터 전면 시행됐지만, 시행 두 달여 만에 교육 현장 곳곳에서 거센 반발이 터져나오고 있다. 기존 입시제도는 그대로 둔 채 준비 안 된 고교학점제를 밀어붙이면서 혼란만 가중시키고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고교학점제의 핵심은 ‘과목 선택권’이다. 학생들의 선택권을 보장하고 맞춤형 교육을 실시하겠다는 취지에서 도입됐다. 이에 따라 올해 고등학교에 입학한 학생은 3년간 192학점 이상의 학점을 취득해야 한다. 1학년은 공통과목 위주로 수업을 듣지만 2학년부터는 선택과목을 골라 수강하게 된다.
문제는 이 선택권이 학교 여건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는 점이다. 8일 매일경제가 종로학원에 의뢰해 취합한 자료에 따르면 전국 단위 자사고 6곳은 평균 105.3개 과목을 개설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지역 자사고 10곳도 평균 100.2개, 서울시 일반고 중 학생 수 하위 10곳도 평균 97.7개 과목을 개설한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1학년 학생이 30~60명대인 지방 일반고 5곳의 평균 개설 과목은 75.6개에 그쳤다. 전국 자사고와 최대 30개 과목 차이가 나는 셈이다. 지방일수록 진로에 맞춘 과목 선택이 어려워 ‘입시 소외’가 현실화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이 같은 격차는 교사 수급 문제에서 시작된다. 과목 수가 늘었지만 교원 수는 그대로다 보니, 지방 소규모 학교에서는 한 명의 교사가 전공과 무관한 과목까지 도맡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한 지역 일반고 교사는 “생명과학 전공인데 지구과학까지 가르치고 있다”며 고충을 호소했다. 학교 간 격차를 보완하기 위한 공동 교육과정도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인근 학교로 이동해 수업을 듣는 방식이지만, 학생 이동 안전 문제, 교통편 부족, 교사의 행정 업무 증가 등으로 현장에서 사실상 제대로 작동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기존 입시제도를 그대로 둔 채 고교학점제를 도입한 것도 혼란의 원인이다. 진로에 맞춰 과목을 설계하라는 고교학점제는 애초에 절대평가를 전제로 설계됐지만, 내신 반영은 여전히 5등급 상대평가를 따른다. 그 결과 학생들은 입시 유불리를 고려해 과목을 선택하고, 그에 맞춰 ‘진로 스토리’를 짜는 웃지 못할 풍경도 나타나고 있다.
교사 노조는 교육 격차 심화와 과중한 업무 부담을 이유로 고교학점제 폐지를 촉구하고 나섰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은 이날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교육부는 학생 진로에 따른 선택권을 보장하라고 하지만 입시 현실과 현재 고등학교 시스템에서는 불가능하다”며 고교학점제를 전면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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