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라서 지원 못 받아”…발달장애 부모연대가 ‘일타강사’로

자녀의 발달장애 진단 직후 부모들이 맞닥뜨리는 첫 장벽은 ‘부족한 정보’다. 아이의 발달장애 진단부터 장애인 등록, 장애 치료, 학교 교육, 자립, 졸업 뒤 취업까지 생애주기의 단계마다 필요한 제도적 지원이 전혀 없지 않지만 “몰라서 못 쓴다”는 이들이 많다. 절박한 심정에 개별적으로 정보를 찾다가 효과 없는 ‘사이비 치료’에 돈을 쓰기도 한다. 지원 제도 확충과 함께 전달체계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자폐스펙트럼장애를 가진 열세살 아들을 키우는 이은선(45)씨는 8일 한겨레에 아이의 첫 장애진단 당시 맞닥뜨린 감정은 ‘막막함’이었다고 말했다. “장애 등록하러 주민센터 갔을 때 안내받은 건 장애인 주차 할인이랑 전기료 감면 말고 없었어요. 다른 서비스가 있는 줄 상상도 못 했죠.” 자폐스펙트럼장애 자녀를 키우는 데 필요한 양육 방법이나 지원 제도를 속시원히 알려주는 기관이 없었다.
이씨가 기댈 곳은 ‘비공식적’인 경로들 뿐이었다. 이씨는 “처음엔 정보 얻으려고 ‘맘카페’에 가입했는데 틀린 얘기가 너무 많았다”며 “주무부처마다 지원사업마다 신청방법과 기준이 다 달라서 정확한 정보를 얻을 곳이 없었다”고 했다. 그나마 도움이 된 건 ‘인맥’이다. ‘아는 엄마’를 통해 아들이 다니고 있는 ‘청소년 발달장애인 방과 후 활동서비스’를 알게 됐고, ‘의사 지인’이 자폐 치료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전해줬다. 이는 발달장애인 부모들 사이의 ‘정보 불평등’으로 이어진다.
더 큰 문제는 정보 부족이 금전적 피해를 유발하는 대목이다. ‘발달장애를 치료할 수 있다’고 과장하는 사이비 치료나 무속신앙에 의존하다가 가산을 탕진하는 부모가 적지 않다. 이씨는 “유명하다는 치료실에 가면 ‘조금만 하면 좋아질 것 같다’고 거짓말을 한다”며 “발달장애 아이들은 금방 좋아지지 않는데도 정보가 없는 상태에서 부모들은 희망을 놓지 못하고 돈을 낼 수밖에 없다”고 했다.
빈 공간을 메우는 건 부모 모임이다. 발달장애 자녀를 키우는 어머니이자 부모연대 서울지회장인 김남연(58) 서울장애인가족지원센터장은 주민센터, 장애인고용공단, 국민체육진흥공단 등으로 쪼개진 각종 복지제도의 ‘전달체계’에 대한 2시간짜리 강의로 부모들의 ‘일타 강사’가 됐다. 국가가 해야 할 일을 발달장애 부모들의 자조 모임이 도맡고 있는 셈이다.
김 센터장은 복지제도의 확충 만큼이나 전달체계 개선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 복지제도가 복지 대상의 직접 신청이 있어야만 혜택을 받는 ‘신청주의’를 기반으로 하고 있어서 문제”라며 “지금은 부모가 적극적으로 나서야만 자녀가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구조인데, 정부 부처별로 쪼개진 전달체계를 국가 차원에서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지혜 기자 god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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