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자금세탁처와 코인거래...미국은 '차단'하는데 한국은 '허용'

국내 가상자산거래소가 북한의 가상화폐 해킹 자금 세탁처로 지목된 캄보디아 가상자산거래소 '후이온 크립토'(Huione Crypto, 이하 후이온)와 150억원대 거래를 한 사실이 드러난 가운데 금융당국은 이 거래소가 거래 금지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미국 재무부가 후이온 운영사 후이온 그룹에 대해 '주요 자금세탁 우려 기업'으로 지정하는 등 기민하게 대응하는 것과 비교하면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는 지적이다.
8일 가상자산업계에 따르면 국내 가상자산거래소 규제·감독을 총괄하는 금융위원회 금융정보분석원(FIU)은 국내에 신고하지 않은 가상자산사업자를 미신고 가상자산사업자(이하 미신고사업자)로 분류하고 거래 금지를 권고하고 있다. 미신고사업자가 개인정보 유출이나 해킹, 자금세탁 등에 악용될 우려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현재 FIU가 국내 영업을 차단한 미신고사업자는 폐업한 2곳을 포함해 총 22곳이다. 지난 3월 조세회피처로 지목받는 세이셸 소재 가상자산거래소 쿠콘, 맥시 등 17곳의 국내 접속을 차단하면서 숫자가 늘었다. 국내 가상자산사업자가 미신고사업자와 거래한다면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 위반이다. 국내 거래소는 미신고사업자와 영업을 목적으로 거래할 수 없도록 시행령에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 이용자를 상대로 영업하지 않는 경우 미신고사업자 대상이 아니다. 국내 영업을 하지 않는 후이온 역시 미신고사업자 리스트 22곳에 포함되지 않는다. 해외 거래소가 국내에서 영업하지 않는 이상 거래소간 거래를 금지할 규정은 마땅치 않다는게 금융당국의 설명이다.
국내 가상자산사업자는 2022년 3월부터 '가상자산 금융실명제'로 불리는 트래블 룰(Travel Rule, 자금이동규칙)에 따라 100만원 이상 가상자산을 옮길 때는 신뢰도가 높은 '화이트리스트' 거래소와 거래해야 한다. 이와 별도로 의심거래로 추정되면 금융당국에 신고해야 한다. 트래블 룰은 고객확인제도(KYC)와 함께 자금 세탁 방지 등을 위해 도입된 규정이다.
이 역시 국가마다 기준이 달라 규제 공백이 있다는 평가다. 실제로 국내외 거래소 간 거래 여부는 KYC 도입 여부 등을 고려해 거래소 자체 판단에 따라 결정하고 있다. 빗썸 업비트 등 국내 가상자산거래소도 트래블 룰과 KYC 규정에도 후이온과 거래한 것으로 드러났다.
반면 미국은 자금세탁이나 로맨스 스캠 등 사기자금, 테러 위험 의심이 있는 거래는 적극적으로 차단한다. 재무부 산하에 금융범죄단속네트워크(FinCEN)를 설치해 가상통화 관련 지침을 세우고 첩보기관과 연계해 수집한 정보를 토대로 제재를 주도한다. 최근 북한이 불법 무기 프로그램의 자금줄로 가상자산을 해킹하고 세탁하는 행위에 대해서 특히 주목하고 있다.
지영호 기자 tellm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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