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 보아야... 너도 그렇다 [생활 속, 수학의 정석]

며칠 전 더불어민주당이 선대위원장단을 발표했다. 그중에 유독 눈길을 끄는 인물이 있었다. 정은경 전 질병관리청장이었다. 코로나19로 혼란에 빠졌던 시기, 하얗게 세어진 머리로 브리핑을 이어가던 모습을 아직도 많은 이들이 생생하게 기억한다. 그는 위기 속에서도 차분하고 헌신적으로 방역을 이끌었고, 우리는 비교적 안정적으로 팬데믹을 극복할 수 있었다.
그러나 코로나 백신을 둘러싼 논란이 그 성과를 무색하게 만들기도 했다. 대표사례가 미국의 보건복지부 장관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다. 그는 백신이 자폐증을 유발한다는 음모론을 신봉하는 백신 회의론의 상징적 인물로 떠올랐다. 해당 주장의 출처였던 논문은 심각한 과학적 오류로 2010년 학술지 Lancet에서 전면 철회됐다. 그럼에도 미국 백신 접종률은 하락했고, 최근에는 MMR(홍역·볼거리·풍진) 예방접종률이 91%까지 떨어지며 홍역 환자와 사망자가 속출하고 있다. 그렇다면 백신의 안전성과 효과는 어떻게 검증되는 걸까? 그 열쇠는 임상시험이며, 임상시험의 핵심은 '임의배정(randomization)'에 있다.
1954년, 미국 국립 소아마비 재단은 피츠버그대학의 조너스 소크 박사가 개발한 소아마비 백신을 시험하기 위해 대규모 임상시험을 시행했다. 몇 개의 학군을 선정한 뒤, 2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학부모에게 백산접종 동의여부를 조사한 후 학부모가 동의한 학생들에게 백신을 투약하고, 동의여부 자체를 물어보지 않은 1학년과 3학년 학생들을 대조군으로 선정하여 소아마비 발병률을 비교하였다. 그런데 결과가 예상보다 미미했다. 더욱이 놀라운 점이 학부모가 동의하지 않아서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2학년 학생들의 소아마비 발병률이 상대적으로 낮았다. 연구진은 백신 접종에 동의한 부모들이 상대적으로 고소득층이라는 사실에 주목했다. 일반적으로 고소득층의 경우 청결한 환경에서 자녀를 양육해서 그 자녀들이 면역력이 낮을 수 있다는 사실을 간과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선택 편향(selection bias)이 개입된 것이다. 연구진은 설계를 바꾸어, 학부모의 동의를 받은 2학년 학생들만 무작위로 백신군과 대조군에 배정하고 대조군에는 위약을 제공하였다. 이 방식으로 얻은 결과는 백신의 효과를 확실히 입증하였다. 무작위성(randomization)이야말로, 과학이 인과를 밝히는 데 필요한 조건임을 보여준 사례였다.
그런데 최근 이 원칙이 무시되고 있는 분야가 있으니, 바로 선거다. 일부에서는 사전투표와 본투표 결과가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부정선거를 주장한다. 그러나 사전투표자와 본투표자는 임의로 구분된 집단이 아니다. 성향 차이가 발생하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며, 실제로 출구조사나 전화면접조사에서도 이 두 집단은 통계적으로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미국에서도 사전투표자는 민주당 지지 성향이 강하며, 이를 '블루 시프트(blue shift)'라 부른다. 만약 사전투표와 본투표가 반드시 같아야 한다면, 미국의 많은 선거는 부정선거로 규정되어야 할 것이다.
음모론을 믿는 이들에게 시인 나태주의 『꽃』의 한 구절을 필자 나름대로 차용해 이 말을 전하고 싶다. '자세히 보아야 어디가 문제점인지 안다. 오래 보아야 왜 틀린지 안다. 부정선거 음모론, 너도 그렇다.'

장원철 서울대 통계학과·융합데이터과학전공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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