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단일화 못하면 속된말로 가는것” 김문수 “끝난다음 청구서 내미나”
대선후보 단일화 2차회동도 ‘빈손’
韓“18일간 단일화 22번 얘기 해놓고”… 金 “黨에 안들어오고 왜 밖에 계시냐”
단일화 방식 접점 못찾고 책임 공방… 양측 파열음 생중계로 고스란히 노출

하지만 회담을 위해 자리에 앉자 분위기는 돌변했다. 총리와 고용노동부 장관으로 윤석열 정부에서 호흡을 맞췄던 두 사람은 ‘청구서’, ‘(맛) 가버린다’ 등 노골적인 표현으로 단일화 충돌의 책임을 서로에게 미뤘다. 김 후보와 한 전 총리는 결국 회동 63분 만에 큰 간극만 확인하고 자리를 떴다. 물밑에서 비밀스럽게 진행하는 단일화 회동을 라이브로 중계하기로 한 초강수를 뒀지만 파열음만 내고 끝났다는 지적이 나온다.
● 金 “자기는 입당도 안 하고”, 韓 “비하하지 말라”
두 사람은 이날 오후 4시 반경 야외 테이블에 의자 두 개를 놓고 마주 앉았다. 토론은 TV와 유튜브로 생중계됐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제안한 단일화 토론회를 김 후보가 거부한 가운데 사실상 양자 토론회처럼 진행된 것.
한 전 총리는 회동을 시작하자마자 “만약 이거(단일화) 제대로 못 해내면 솔직히 말씀드리면 우리 후보님이나 저나 속된 말로 바로 ‘(맛) 가버린다’”며 11일 전 단일화 성사를 압박했다. 이에 김 후보는 “단일화 안 되면 출마 안 한다는 건가”라고 역공했다. 한 전 총리는 전날 대선 후보 등록 마감일인 11일까지 단일화가 안 되면 불출마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한 전 총리는 “일주일간 연기하자 이런 것은 결국 (단일화) 하기 싫다는 말씀처럼 느껴진다”며 “왜 일주일을 기다려야 하나. 22번이나 (단일화하자고) 말하면서 준비했는데”라고 말했다.
김 후보가 “내가 약속했으니까 ‘당신이 책임이 있지 않느냐’(는 것인가)”라고 하자 한 전 총리는 곧바로 “책임이 있는 거죠”라고 몰아붙였다. 하지만 김 후보는 “(경선이) 다 끝난 다음 나타나셔서 약속을 안 지키냐고 청구서를 내미느냐”고 맞받았다.
김 후보는 또 “‘출마하겠느냐’고 물었을 때 ‘나라가 너무 힘들다. 자신할 수 없다’고 답변했는데 정말 나라가 어렵다면 권한대행이라는 자리 막중하지 않나”라고 했다. 한 전 총리가 권한대행을 사퇴하고 출마한 것을 비판한 것. 이어 “출마를 결심했다면 당연히 국민의힘에 입당하는 게 합당하다. 왜 안 들어오고 밖에 계시느냐”고도 했다.
대화가 길어질수록 감정은 격화됐다. 김 후보가 “당 지도부가 왜 한 전 총리를 돕느냐”고 질문하자 한 전 총리는 “지도부와 논의를 해본 적도, 의원 전화도 안 받는다”고 했다. 이때 김 후보가 “자기는 입당도 안 한 상태”라고 하자 한 전 총리는 “자기라는 말은 비하다. 그렇게 말하지 말라”고 직격했다.
묘한 자존심 싸움도 벌어졌다. 한 전 총리는 김 후보를 ‘장관’이라고 부르며 “장관님 성격도 알고 인생 역경도 알고 있는데 (단일화 약속) 그냥 하신 말씀 아닐 것”이라고 했다. 김 후보는 “저는 그래도 정당을 오랜 기간 해봤기 때문에 말씀드리면 한 전 총리님 같은 경우는 거의 우리나라 정당 역사에 없다”고 맞받았다.

● 기존 입장만 되풀이… “생중계 최악의 판단 돼”
이날 회담은 단일화와 입당 시기 등 쟁점을 두고 김 후보와 한 전 총리가 기존 입장만 되풀이한 채 소득 없이 끝났다. 회동을 마친 뒤에도 김 후보와 한 전 총리는 따로 결과 브리핑을 했다.
김 후보는 브리핑에서 “나는 당비만 20억 원 이상 낸 사람”이라며 “한 전 총리는 어디서 오셔서 빨리 단일화하자 이야기하느냐”고 했다. 이어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도 여론조사 높았지만 실제 (대선에) 뛰다가 그만뒀다. 이게 정치고 선거”라고 말했다. 한 전 총리를 2017년 대선에 출마했다가 중도 포기한 반 전 총장의 사례에 빗댄 것. 또 “후보 만들어주면 입당하고 안 만들어주면 ‘바이바이(bye bye)’다. 이런 건 소설에서도 본 적 없다”고도 했다.
한 전 총리는 “김 후보는 지난 18일 동안 22번, 평균 하루 한 번 단일화를 말했다”며 “이건 어느 한 자리에서 서너 번, 대여섯 번 말한 것은 카운트하지 않은 것”이라고 했다. 이어 “이 단일화는 김 후보와 저 둘이 결정하는 게 아니다”라며 “국민의 명령”이라고 했다.
국민의힘 일각에선 이날 회동을 생중계로 진행하기로 한 결정에 대해 “최악의 판단이 됐다”, “블랙코미디 리얼리티쇼를 보는 것 같았다”는 평가가 나왔다.
김성모 기자 m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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