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窓]인테그리티란 무엇인가

양지훈 변호사 2025. 5. 9. 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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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지훈 변호사

안면에 화상을 입어 외모 콤플렉스를 가진 사람이 있다고 하자. 이 사람이 자신이 평소 어떻게 보이는지 물어왔을 때 어떤 답이 적당할까. 친구일 수도 있는 화상환자에게, 혹은 지인이 아닐지라도 "너의 모습은 그 자체로 보기 힘들다"고 대답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그렇다고 이미 외모 콤플렉스가 있는데 네 모습이 그저 아름답다고 하는 것이 적당한 대답이 될까.

이 사례는 얼마 전 친구와 대화하면서 우연히 나온 사고실험에서 빌린 것이다. 이에 대한 내 답은 앞서 얘기한 '아름다워' 유의 미화된 발언이었는데 친구는 단호히 그런 대답은 정직하지 못하다고 평가했다. 나로선 이 상황 자체에 대한 고민보다 친구의 말이 더 충격적이었다.

친구가 스스로 찾은 적당한 답은 "너는 화상환자의 모습을 갖고 있지만 그 자체로 너다운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었다. 뒤이어 친구는 거짓 대답 대신 정직한 답이, 말하는 나와 친구의 관계를 위해서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 상황을 단지 모면하기 위해 외모 콤플렉스를 느끼는 사람에게 듣기 좋은 말을 하는 것은 누구에게도 솔직하지 못한 것이고, 특히 그 말을 하는 자신을 속이는 언행이라고 덧붙였다. 그리고 이렇게 겉과 속이 일치하는 언행을 일관되게 유지하는 태도를 '인테그리티'(integrity)라고 소개하며 대화를 끝맺었다.

인테그리티란 무엇인가. 처음 들은 이 말을 먼저 옥스퍼드사전에서 검색해봤다. 몇 가지 뜻이 나열됐지만 친구가 말한 개념에 부합하는 정의는 'the state of being whole and not divided'로 보였는데 나뉘지 않고 통합된 상태로 해석될 수 있다.

한 블로거에 따르면 인테그리티란 꼭 사회적으로 통용되는 도덕적·윤리적 원칙을 포함하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그 시대나 문화에 맞지 않는 신념과 가치관을 가진 사람도 충분히 인테그리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지동설을 주장한 코페르니쿠스는 바로 그 시대의 주류적 가치를 부정한 인테그리티한 사람이었다. 모든 이가 태양이 지구를 돈다는 천동설을 말할 때 코페르니쿠스는 지동설을 주장하며 그릇된 사상을 전파하는 반항아였다. 그러나 바로 그와 같은 태도로 끝내 자신의 신념을 굽히지 않은 꿋꿋함이 인테그리티를 설명하는 것이다(출처 블로그 hifism).

나는 인테그리티에 대한 사전적 정의와 소개 글을 통해 이 단어에 호감을 느끼게 됐다. 다만 '인테그리티함'이란 말이 영미권 기업체에서 중요한 가치로 자주 쓰이고 근로자들은 성실성의 징표로 여긴다는 점은 이 단어를 오염시키는 것처럼 보였다.

또 다른 사고실험을 해보자면 친구가 음식을 정성들여 차려줘 먹었는데 맛이 없는 경우 친구에게 속으로는 미간을 찡그리며 맛있다고 말하는 사회적 예의는 인테그리티와 반대되는 태도라고 할 수 있다. 차라리 "간이 제대로 안 돼 싱겁지만 네가 차려준 정성에 나는 감동받았다"고 말하는 것이 인테그리티한 것이다.

이러한 삶의 태도는 사회생활을 하는 보통사람에게 너무 비현실적인 것일까. 인테그리티함이란 사회적으로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서만 강조되는 것은 아니며 오히려 개인에게 중요한 가치로 보인다. 더 중요한 것은 자신이 스스로 겉과 속을 통합하는 것이다. 타인에 대한 사회적 예의를 따르면서 별 생각 없이 어떤 언행을 반복하는 경우 자신이 세운 삶의 기준과 태도가 스스로를 배반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일본인에게 흔히 이야기되는 혼네(속마음)와 다테마에(겉마음)는 한국인에게도 비슷하게 적용될 수 있다. 그렇다면 이 불확실한 시대에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올곧은 자기 생각과 윤리적 기준을 주체적이고 자유롭게 먼저 세우는 일이 돼야 하지 않을까. 타인의 삶에 어떤 잣대를 들이대기 앞서 스스로의 삶의 자세를 검토하고 그 기준을 단단하게 만들어볼 것을 다짐해본다.

양지훈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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